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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광역시 남구 용호동과 용당동의 경계에 있는 신선대는 대중교통으로는 바로 갈 수 없다. 용호동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백운포고개에서 내려서 도로를 따라서 걸어가야 한다. 산허리를 따라 이어지는 길을 1km 가량 걷는데 신선대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도로 근처에는 묘지가 있어서 원래 이 땅은 전부 묘지였다는 걸 알 수 있다.

 


   신선대 입구에는 주차장이 있다. 그런 관계로 자가용으로 왔다면 여기서 주차를 하고 간단히 등산을 시작할 수 있다.

 


   신선대로 들어가는 입구는 2군데가 있다. 2군데라고는 하지만 신선대를 한 바퀴 도는 순환도로로 도로만 따라 가면 다른 입구로 나오게 된다. 일반 차량은 이 도로를 달릴 수 없다. 입구에 포장이 된 도로가 경사가 덜 급하다.

 

 

   나는 비포장이 된 도로로 들어갔다. 조금 걸어가면 계단으로 된 길이 나누어진다. 도로는 순환도로이므로 신선대 정상으로는 가지 않는다. 신선대 정상으로 가려면 조금 힘들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으로 가는게 빠르다.

 

 

   계단이 끝나면 소나무가 있는 길이 나온다. 전쟁 시에 만든 듯한 구덩이가 있지만 높이 올라와서 전망은 좋다. 용호동과 용당동을 이어주는 도로가 보이고 넓은 신선대부두가 잘 보인다.

 

 

   조금 더 올라가면 신선대1봉의 정상이다. 높이가 겨우 해발 180m에 불과하지만 출발하는 위치를 감안하면 제법 올라왔다. 나 같은 경우 바다의 해수면과 거의 비슷한 높이부터 올라왔기 때문에 올라간 높이와 이곳의 높이가 거의 비슷하다. 동쪽으로는 오륙도와 오륙도SK뷰아파트가 나란히 보이고 남쪽으로는 신선대전망대가 있는 신선대2봉이 있으며 서쪽으로는 신선대부두를 비롯하여 부산항이 내려다 보인다.

 

 

   아쉽지만 신선대1봉에서 내려와야 신선대전망대로 갈 수 있다. 중간에는 헬리콥터가 내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포장된 길이 신선대전망대로 이어진다. 신선대전망대는 바다를 향하여 튀어나와 있어서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하기에 이렇게 도로가 포장까지 되어 있다. 신선대전망대가 부산항으로 들어가는 대문을 막는 위치이다.

 

 

   도로가 끝나면 기념비가 하나 설치되어 있다. 1797년 10월에 영국 해군 윌리엄 브로우턴(William Broughton) 함장과 승무원들이 이곳에 상륙한 걸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좀 찜찜하다. 부산항을 정밀하게 측량 관측했다고 하는데 감히 남의 나라를 마음대로 측량해도 되나? 측량된 자료를 이용하여 침략을 받을 수 있기에 당시 조선에서는 이런 건 허가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가 영국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기에 이렇게 기념이라도 할 수 있지 만일 일본이 아니라 영국의 식민지였다면 감히 이런 걸 감히 설치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거문도가 1885년에서 1887년까지 불법 점령당했으니 짧지만 식민지였다. 그런 영향으로 부산과 더불어서 영국군이 묻힌 묘지가 있다.

 

 

   비석 뒤에는 브로우턴 함장의 항해일기와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 한글과 영어로 나와 있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옮겨본다.


   임신일에 경상도 관찰사 이형원이 달려와서 다음과 같이 적어 올렸다. '이상한 나라의 배 한 척이 표류하여 동래 용당포 앞바다에 닿았습니다. 그 사람들은 모두 코가 높고 눈이 파랬습니다. 그들에게 국호와 표류하여 닿게 된 연유를 한나라, 청나라, 왜국, 몽고의 언어로 물어보았으나 모두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했습니다. 붓을 주어 글로 써 보라고 하였더니 글자의 모습이 구름이 낀 산과 같았고 그림을 그려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걸 보면서 당시의 조선에는 외국어로는 중국어, 만주어, 몽고어, 일본어가 보급이 되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고 알파벳을 사용하는 서양의 언어는 전혀 알려지지 않아서 '구름이 낀 산'이라고 적고 있다. 당시에는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전세계를 누비며 번성하고 있었는데 영국의 존재도 모르는 조선은 아시아의 오지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당시 사람이 '구름이 낀 산'이라고 한 글자를 쓰는 언어가 후손들에게는 여러 가지로 중요하게 되어서 어릴 때부터 공부하게 될지는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신선대전망대는 조금 더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면 과거에 군인들이 경계를 하던 참호가 그대로 남아있다. 오륙도에서 시작하여 태종대, 조도, 영도 봉래산, 부산항, 신선대부두까지 볼 수 있다.

 

 

   가는 길에 가로등이 전혀 없어서 조금 무섭기는 하지만 밤에도 이곳에 방문할 수 있는데 완전 어두워지는 밤보다는 약간 하늘에 빛이 있어서 산의 모습이 보이는 저녁이 야경을 보기에 더욱 좋다. 밤에도 신선대부두는 컨테이너를 싣어나르는 작업을 하고 있어서 밤이라고 조용하지가 않다.

 

 

   다시 내려와서 도로를 따라서 나왔다. 중간에는 동쪽으로 전망이 좋은 장소가 있는데 신선대1봉 정상이 보인다. 정상에는 옷을 두껍게 입은 산불 감시원이 지키고 있다. 다른 지역에는 눈도 많이 온다고 하는데 부산은 올 겨울에는 눈은 커녕 비도 오지 않으면서 추운 날씨만 이어지고 있어서 매우 건조하다.

 

 

   동쪽으로는 바로 아래에 있는 백운포체육공원과 함께 멀리 오륙도가 보인다. 사진을 찍으면 문제가 되는 장소는 풀과 나무가 잘 가려주었다.

 

 

   걸어가면서 보면 용호동의 바다 쪽은 이기대까지 있어서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자연적으로는 의외로 바다와 차단되어 있는 형태여서 용호부두는 대연동 방향에 있다. 그런 덕택에 과거에는 이곳에는 외지와 분리해야하는 한센병 환자촌이 있었고 지금은 바다를 매립하여 보안이 필요한 시설이 들어왔다. 도로가 연결되고 이기대와 신선대가 개방되면서 그나마 접근이 가능하였지만 과거에는 전부 군사 지역이라서 일반인은 들어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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