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으로 가는 관문인 전라선 구례구역(求禮口驛)

   여천역에서 기차를 타고 찾아간 곳은 구례구역(求禮口驛)이다. 구례구역은 오랜만에 방문하여 본다. 구례구역의 건물은 기와 지붕을 하고 있으며 과거에 비하여 증축이 되었지만 큰 변화는 없다.

 

   과거에 전라선이 단선이었을 때에는 구례구역의 승강장은 1면 2선이었고 지하도가 없이 건물과 연결되었지만 복선으로 바뀌면서 2면 4선으로 확장되었고 승강장을 연결하는 지하도가 설치되었다.

 

   구례구역의 이정표에는 압록역과 봉덕역이 표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현재는 두 역 모두 모든 열차가 통과하고 있다. 연선 인구가 적은 전라선에서는 주요 역 이외에는 모두 통과역을 바뀐 상황이다.

 

   구례구역은 이름이 의미하듯이 '구례의 입구'라는 의미이다. 일제 시대에 전라선 철길이 놓일 때에 구례의 유림들이 반대하여서 구례에서 가까운 이곳에 역이 생기면서 일본식으로 구례구역이라고 이름이 지어졌다. 일본에서는 입구인 경우 '구(口)'를 붙이고 '구치'라고 읽는다. 일본에서는 구치가 붙은 역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역이 일본 3경 중의 하나인 미야지마[宮島]로 가는 페리를 탈 수 있는 미야지마구치역[宮島口駅]이다. 실제 구례구역은 구례군이 아니라 순천시에 있고 다리만 건너면 구례군이 나온다. 그런 관계로 지하도에는 실제 위치하고 있는 순천시와 역명에 들어있는 구례군의 관광 명소가 모두 나온다.

 

   일본식 이름이라고 하니 무언가 보여주려고 하는지 일본해군의 깃발과 비슷한 도색을 하고 있는 디젤기관차가 객차를 이끌고 구례구역으로 들어온다.

 

   구례구역 대합실에는 LED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고 출발과 도착 안내가 교대로 나온다. 매표소는 냉난방이 되는 맞이방 안에 있으며 여기서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스탬프는 화엄사 사자탑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구례구역은 철도가 놓이고 역이 생겼을 때부터 구례로 가는 관문일 뿐만 아니라 지리산 등산의 거점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관계로 역에는 구례로 가는 버스시각표가 붙어 있다. 지리산 등산을 위해서는 화엄사나 노고단으로 가야 하므로 이곳까지 연결되는 버스시각표까지 소개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출발하는 야간열차를 타고 새벽에 구례구역에서 내려서 등산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에 새벽 3시 30분에는 노고단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다니고 있다.

 

   역명은 일본의 잔재가 남아있지만 건물은 한옥 모양으로 기와 지붕을 얹어놓았고 한자로 적인 역명판이 따로 있다. 또한 건물 앞에는 소나무를 심어 놓았다. 구례구역 뒤로는 언덕이 있고 건물 앞에는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구례구역은 순천에 있고 구례에서 가까운 특성 때문에 관광안내도 구례와 순천이 나란히 있다. 구례구역 주변에는 역세권이 발달되어 있다. 현재는 고속도로가 개통되어서 차량으로 이동하기도 편리하지만 과거 오랜 기간 동안 구례에 가기 위해서는 구례구역에서 내려야 했다. 그런 관계로 기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들인 셈이다.

 

   순천 시내에서 거의 30km 가까이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순천시에 속하므로 구례구역에서는 순천시내버스를 탈 수 있다. 실제 구례구역까지 운행되는 건 33번(노선도 및 시각표 보기)뿐으로 배차간격은 1시간이 넘는다. 구례구역에서 순천 시내까지 40분이 넘게 걸리지만 요금은 1,100원(현금)으로 기차에 비해서는 훨씬 저렴하다.

 

   구례구역에서 바로 나오면 순천시와 구례군을 연결하는 구례교가 있다. 구례교에서는 산 사이로 흐르는 섬진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011년 가을에 전라선의 전철화가 완료되면서 KTX가 운행하기 시작하였으며 장기적으로는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소요 시간이 짧아져서 수도권에서의 접근성이 더욱 좋아질 예정으로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인 지리산으로 가는 거점인만큼 더 많은 승객들이 이용할 걸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