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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야 글을 올리지만 지난 달에는 해운대에 있는 벡스코(BEXCO, http://www.bexco.co.kr )에서 제5회 부산국제철도 및 물류산업전이 개최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철도에 관련된 가장 큰 박람회로 2년마다 한 번씩 개최된다. 그러다 보니 다른 지역에 있는 철도팬들도 관람을 위하여 부산을 방문하는데 이번에는 무인 운전을 하는 부산도시철도 4호선을 타는 경우가 많았다(관련 글 보기). 아직 우리나라에서 무인 운전을 하는 경전철은 부산도시철도 4호선이 유일하니.


   부산국제철도 및 물류산업전은 6월 15일부터 18일까지 열렸지만 마지막 날은 토요일에 관람을 하러 갔다. 물론 나처럼 토요일에 관람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아쉬운 점은 흐린 날씨에서 그런지 부산에서 하는 행사라 홍보가 잘 되지 않았는지 관람객은 많지 않았고 마지막 날이라서 점심 시간이 지나자 부스 철거가 빨리 시작되어서 제대로 관람하기가 어려웠다.

 


   벡스코에 들어가면 박람회에 대한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이전에는 마지막 날은 일반인 관람을 위하여 무료로 개방하였는데 이번에는 입장료를 2,000원 받았다. 물론 안에서 받는 각종 기념품을 감안하면 입장료는 충분히 본전을 뽑는다고 말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철도사진전을 하고 있다. 작가가 찍은 사진을 전시하여 놓고 어디서 찍었는지를 표시하여 놓았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국제전시회이니 이왕이면 해외에서 온 관람객들을 위하여 영어로 같이 표기하였으면 어떠했을까?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철도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여행 안내 책자조차도 시각에 맞추어서 정확하게 운행하고 차량 시설이 좋지만 주말에는 좌석 구하기가 어렵고 주요 대도시 이외에는 연결이 불편하다고만 되어 있을뿐 우리나라만의 경치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 이런 전시회가 최고의 홍보 기회가 아닌가?

 


   전시관에는 철도와 관련되는 기관의 부스가 설치되어 있다. 일반인은 한국철도공사인 코레일(Korail, http://www.korail.com )만 알고 있고 심지어 코레일 직원조차도 철도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먼저 철도 시설물을 만들고 관리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KR, http://www.kr.or.kr )이 있다. 철길은 물론 신설된 역 건물도 여기서 지었다고 보면 되겠다. 당연 이곳에서는 새로 생긴 노선의 건축물에 관한 설명이 많다.

 


   다음으로는 철도 분야의 기술개발 및 정책연구를 하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KRRI, http://www.krri.re.kr )이 있다. 철도시설공단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경우에는 작년 가을에 벡스코에서 열린 교통올림픽인 '제17회 부산 ITS 세계대회'에서의 전시물과 비슷하여 특별한 게 없었다(관련 글 보기).

 

 

   부산에서 열리는 행사인만큼 부산교통공사(http://www.humetro.busan.kr )의 부스도 있다. 기념품으로 2구간 2회권을 하나 받았다. 전시된 내용은 올해 개통된 부산도시철도 4호선이 집중적으로 있다. 4호선 차량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고 4호선의 안전과 관련된 시스템이 나와 있다. 개통 초반과는 달리 지금은 안정화가 되어서인지 관련 기사는 언론에서 보기 어렵다.

 


   전시회가 회를 거듭하면서 해외의 철도 관련 회사의 부스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 누리로를 납품하였던 히타치(日立製作所, http://www.hitachi.co.kr )와 프랑스에 기반을 둔 철도 신호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인 탈레스(Thales, http://www.thalesgroup.com )의 부스가 나란히 있다. 탈레스는 멀리서 와서 그런지 특별한 전시물이 없지만 히타치는 영국에 수출하였던 클래스(Class) 395 전동차의 모형과 운행 동영상을 모니터에서 보여주고 있고 일본 냄새를 뺀 화려한 팸플릿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히타치는 일본에서 만든 차량이 많지만 그건 전혀 언급하지 않고 해외에 수출한 차량만 보여주고 있다. 타이완철도관리국[台灣鐵路管理局, http://www.railway.gov.tw ] TEMU1000型 타로코호[太魯閣號]는 실제로 본 적이 있고 본 블로그에서도 소개되었다(관련 글 보기).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는 건 역시 국내 최고의 철도차량 제작사인 현대로템(Hyyndai ROTEM, http://www.hyundai-rotem.co.kr )이다. 요즈음 KTX-산천이 잦은 고장으로 이미지에 문제가 많아서 해외에 수출하는 차량만 전시하였고 박람회의 주최하는 기관 중의 하나인 코레일은 아예 부스도 만들지 않았다.


   현대로템에서 전시한 차량 중의 하나는 아테네지하철(Μετρό Αθήνας, Athens Metro, http://www.amel.gr ) 3호선 차량인 AM-03 전동차로 대차와 팬터그래프를 빠지고 차체만 전시되어 있다. 3호선과 공항철도 직통 차량이므로 차량 아래에는 지하철 구간의 제3궤조가 있고 위에는 공항철도 구간의 팬터그래프가 들어가게 된다. 참고로 공항철도 구간은 아테네지하철이 아니라 프로아스티아코스(Προαστιακός, Proastiakos)라고 하는 그리스국철(Οργανισμός Σιδηροδρόμων Ελλάδος(Ο.Σ.Ε.),  Hellenic Railways Organisation(OSE), http://www.ose.gr )의 노선이다. 차량은 직통 운행을 하지만 아테네 시내에서 공항을 오가는 경우에는 지하철 운임과 공항철도 운임이 합친 별도의 승차권을 구입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서울도시철도 9호선과 공항철도가 직통 운행을 한다고 가정하면 되겠다.

 


   지하철이지만 우리나라와는 좌석 구조가 좀 다르다. 서 있는 승객들을 위한 기둥이 곳곳에 있고 좌석은 마주보게 배열되어 있다. 노선도가 출입문 위에 붙어있는 건 동일하지만 출입문에는 스위치가 있어서 이걸 눌러야만 출입문이 열리는 경우도 있다. 운전실은 우리나라와 동일하지만 비상 출입문이 없다. 아무래도 아테네지하철은 제3궤조라서 선로에 내려가면 감전의 위험이 있다.

 


   차량 사이에서는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마술 공연이 있고 뒤에는 대학생 철도차량 디자인공모전 입상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디자인공모전이다 보니 작품이 모두 유선형이고 전망이 잘 보이도록 뻥 뚫려 있다.

 


   전시하고 있는 나머지 차량은 뉴질랜드(New Zealand)인 웰링턴(Wellington) 근교를 운행하고 있는 NZR FP 클래스 전동차로 마탕기(Matangi)라는 애칭이 있다. 마탕기는 마오리어로 산들 바람(breeze)를 의미합니다. 웰링턴과 근교의 대중교통을 관할하는 메틀링크(Metlink, http://www.metlink.org.nz )의 감독 아래에서 트랜즈메트로(Tranz Metro, http://www.tranzmetro.co.nz )에서 열차 운행을 맡고 있다. 신형 전동차가 투입되면서 기존의 기관차+객차 편성을 대체하여 운행하게 되었다.

 

 

   최고 3개의 편성이 연결되고 통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고려하여서 앞 모양이 좀 투박하게 생겼다. 객실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게 출입문 부근은 낮고 가장자리는 조금 높게 설계되어 있는 일부 저상형이다. 승하차를 편리하게 하기 위하여 승강장을 고상홈으로 높이자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처럼 반대로 객실의 높이를 낮추는 방법도 있으며 해외에서는 이렇게 낮춘 차량이 널리 운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차량 제작이 가능하니 철도 운영 기관의 의지만 있다면 광역전철로 바꾸지 않더라도 이렇게 2량 편성인 전동차가 로컬선에서 운행할 수 있다.

 


   철도 차량 이외에도 현대로템에서는 시뮬레이터를 설치하였고 일부 부스가 철수한 오후 늦게까지도 줄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현대로템에서는 차량 전시 이외도 커다란 부스를 갖추고 있었다. 부스에는 최근에 제작한 차량의 모형을 전시하여 놓고 설명을 간단하게 해 놓았다. 이미 본 블로그에 소개된 해외에서 직접 타 본 차량도 당연 볼 수 있었다. 유레일패스(Eurail Pass, http://www.eurail.com )로 처음 탔던 열차인 IE 22000 클래스 디젤동차(관련 글 보기)는 물론 터키에서 본 TCDD EMU(관련 글 보기)와 TCDD DMU(관련 글 보기)도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박람회를 찾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런 차량을 해외 현지에서 볼 때의 감흥을 따라갈 수 없다. 전시된 차량 중에는 2011년 7월 29일 개통이 확정된 부산김해경전철(http://www.bngmetro.co.kr )의 전동차도 있다.

 


   현대로템 부스 옆에는 우진산전(http://www.wjis.co.kr )의 부스가 있다. 우진산전은 부산도시철도 4호선 전동차를 제작한 업체여서 역시 곳곳에 4호선 전동차의 그림이 있고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전시된 차량은 스마트 모노레일이다. 차량은 역시 좁고 2량이어서 버스 정도의 소규모 수송에 적합한데 벽에는 동해남부선 폐선 활용에 적합하다고 나와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존 철길에서 달릴 수 없고 고가로 궤도를 놓아야하는 모노레일은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고 수송 인원이 적어서 수익을 얻기에 불리하다고 본다. 물론 해운대 시가지에서는 도로의 건널목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그래도 동해남부선 폐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고마울 뿐이다. 해운대에서 청사포와 구덕포를 거쳐서 송정으로 연결되는 철길(관련 글 보기)은 그냥 없애기에는 너무 아깝다.

 


   부산에서 하는 행사이기는 하지만 서울에서 도시철도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메트로(http://www.seoulsubway.co.kr )와 서울도시철도공사(http://www.smrt.co.kr )도 부스를 만들고 참여하였다. 서울메트로에서는 B2S(Ballasted track to Slab track)라고 하는 저렴하고 빠르게 자갈궤도를 콘크리트궤도로 바꾸는 기술을 보여주고 있고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는 서울도시철도 7호선 연장 구간에 투입하기 위하여 자체 제작한 SR-001 전동차를 선보였다. 언론에서 여러 번 나왔지만 사실 부산과는 연관이 없어서 관심이 없었는데 실물이 부산에 와서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가운데 좌석이 있는 차량이 아니라서 좀 아쉬웠다. 도시철도는 서울과 부산 이외에도 대구, 대전, 광주, 인천에도 있지만 이들 도시의 도시철도공사는 예전처럼 참여하지 않았다.

 

 

   철도에는 여객뿐만 아니라 화물 수송도 중요하다. 화물은 사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기는 하다. 화물 수송을 위한 용기를 제작하는 범창종합기술의 부스에서는 DMT(Dual Mode Trailer) 수송시스템이라고 하는 도로와 철도 간에 별도의 환적장비가 필요 없는 새로운 형태의 환적시스템이 소개되었다.

 

 

   철도차량은 대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간단한 기관차나 객차 또는 화차는 성신RST라는 중소기업에서 생산된다. 주로 해외로 수출하고 있기에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탈레스와 함께 철도 신호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안살도STS(Ansaldo STS, http://www.ansaldo-sts.com )도 부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일반인은 대상으로 하지 않았는지 모니터로 각종 화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무인 운전이 적용된 코펜하겐메트로(Københavns metro, Copenhagen Metro, http://www.m.dk )의 사진이 나와 있다.

 


   일반인들이 많은 토요일 오후인지라 한산한 안살도STS 부스와는 달리 이웃한 샬롬엔지니어링(http://www.shalomeng.com ) 부스에는 시뮬레이션을 해 보려는 관람객들이 줄을 서 있다. 일반 자동차와는 달리 기차 운전은 일상적으로 쉽게 접할 수 없기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

 


   이렇게 부산국제철도 및 물류산업전을 간단히 둘러보았다. 여기서 소개된 게 전부는 아니고 작은 업체들의 부스도 매우 많지만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가 아닌 나에게도 익숙하지 않기에 언급하지 않았다. 부스 중에는 국내 최초의 철도 잡지인 레일러(Railers, http://www.railers.kr )도 있어서 2호를 제외한 이전 책자를 판매하고 있었다.


   해외철도 여행을 하고 나서 처음 맞이하는 부산국제철도 및 물류산업전이어서 해외에서 본 차량을 내가 사는 부산에서 다시 볼 수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국내 철도 관련 기술이 발전하여 앞으로 열릴 때에는 좀 더 규모가 커지고 더 많은 업체가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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