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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정역에서 나와서 흥전역(興田驛)으로 향하였다. 철길을 따라서 가면 경사가 조금 완만하게 갈 수 있기는 하지만 열차가 다니므로 위험하다. 심포리역처럼 외딴 장소에 있지만 도로로도 들어갈 수 있다. 국도 제38호선을 따라서 걸어가면 아무런 표시가 없지만 급경사를 올라가는 도로가 갈라진다. 이 도로에는 아무런 이정표가 없지만 길 건너에는 '흥전역길'이라고 도로명이 적혀 있어서 흥전역으로 가는 길임을 알 수 있다.
철길은 급경사를 오를 수 없기에 40m 정도를 올라가기 위하여 1.5km 가량 달리지만 도로는 그보다 경사가 훨씬 급하다. 얼마 올라가지 않았는데 땀이 나고 아래로 국도가 내려다 보인다. 조금 더 걸어가면 위로는 영동선 철길이 있고 계속 올라가서 철길과 높이가 같아졌다.
다시 방향이 바뀌는 철길이 보이면 흥전역이다. 심포리역처럼 사람이 살지 않는 장소라고 여겼으나 그렇지 않았다. 산 속에 있고 철길이 지나지만 이곳에는 드문드문 집이 있었다. 흥전역이 1939년에 문을 열었으니 이미 70년이 넘은 철길이어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철길을 건널 수 있는 장치는 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보완하기 위하여 열차가 접근하면 경고음이 나와서 사람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철길을 건너는 건 위험하다는 경고판이 있기는 하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로서는 철길을 건너지 않고는 집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없다.
심포리역에서 내려오는 철길과 나한정역에서 올라온 철길이 만나서 2선으로 이어진다. 때마침 영주에서 동해로 가는 무궁화호 1685열차가 들어왔다. 전기기관차에 객차는 달랑 2량만 연결하여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짧은 여객열차이다. 과거에는 일본에서 디젤동차를 들여와서 1량 디젤동차를 운행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현재는 1량인 열차는 없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달랑 1량으로 운행하는 전동차나 디젤동차가 있지만(관련 글 보기) 지역 주민들의 이동을 위하여 적자를 감수하고 다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도로가 더 잘 되어 있고 운임이 낮은 편이니 사실 도입한다고 해도 효용성이 어느 정도 될지는 의문이기는 하다.
흥전역에 들어온 열차는 객차 뒤에 서 있는 차장의 무전을 받아서 정차하고 나서 분기기가 바뀌어서 신호가 바뀌면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서 내려가게 된다. 뒤로 가기에 기관사는 상황을 알 수 없기에 차장의 무전기가 눈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해외에서도 스위치백에서의 운전 방법은 기관차가 견인하는 경우에는 비슷하지만 동차로 운행하는 경우에는 차이가 있다. 일본에서는 1량 편성인 동차인 경우에는 운전사가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여서 진행 방향을 바꾸지만 2량 이상이 되면 운전실 간을 이동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뒤를 보면서 후진을 한다. 열차에 따라서는 운전사가 2명이 타서 뒤의 운전실에 탄 운전사가 후진 운전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도 뒤에 보조기관차를 연결하였을 때에는 보조기관차에서 후진 운전을 담당하였다.
나한정역도 그렇지만 흥전역에서도 진행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모든 차량이 분기기를 넘어가야 한다. 그러므로 차량이 많은 경우에는 분기기를 지나서 많이 가야하지만 반대로 차량이 적으면 분기기를 지나서 조금만 가면 된다. 이 때문에 차량이 많을수록 나한정역과 흥전역의 소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현재는 여객 열차는 무궁화호만 운행하고 있으나 과거에는 비둘기호, 통일호, 무궁화호, 새마을호가 모두 다녔는데 객차가 2~3량으로 적은 비둘기호가 도계역~통리역 구간을 더 빨리 갔고 객차가 많은 무궁화호는 연착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흥전역은 신호장이기는 하지만 작은 건물이 있으며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흥전역이 문을 열었을 때부터 진행 방향이 바뀌는 신호장이어서 승강장은 아예 없고 건물로 들어가는 길도 정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철길 옆의 공간으로 이동해야 한다. 올라온 도로가 있기는 하지만 주차시킬 공간이 좁고 걸어서 들어와야 하므로 직원들은 스위치백을 오가는 열차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흥전역은 단층으로 된 건물이고 여객이 타고 내리지 않으니 대합실은 없다. 일단 역무실에 가서 역을 보러 왔다고 신고를 하고 더 둘러보았다. 건물 옆에서는 개와 닭을 키우고 있었다. 보통 개라면 낯선 사람의 방문이라고 맹렬하게 짖을텐데, 여기는 오히려 익숙하지 않은지 짖지는 않고 쳐다만 보았다.
흥전역 건물을 지나서도 2선 철길은 계속된다. 여객 열차는 길지 않으므로 끝을 본 적이 없어서 끝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궁금하여 계속 걸어갔다. 멈추기 좋도록 약간 오르막인 철길은 짧은 터널을 지나서 계속 이어져서 끝난다. 선로 끝은 막혀 있고 합쳐지지도 않았다. 과거에는 화물 수송이 활발하여서 긴 화물 열차가 많이 오갔지만 이제는 영동선 화물 열차가 줄어들어서 그런지 뒤쪽의 선로는 녹이 슬어 있었다. 기둥에는 량 수가 적혀 있는데 30량까지 가능하다.
지도에서 보면 선로 끝 이후로는 아래에 하천과 도로가 있어서 철교를 놓지 않는다면 더 이상 연장하기 어려운 지형이다. 지금은 고가 철교 놓는게 어려운 게 아니지만 70년 전에는 최상의 선택을 한 셈이다.
돌아가는 열차 안에서 스위치백을 경험하였다. 뒤로 달리면서 열차는 40m 정도 올라가서 이미 지나간 철길이 아래에 있다. 2012년에 솔안터널에 완공되면 무궁화호를 타고는 스위치백을 경험할 수 없게 된다. 하이원스위치백리조트(http://www.high1sbr.com )로 개발되면서 관광지로 변하게 되니 산 속의 신호장인 흥전역도 개발되고 스위치백으로 관광열차가 운행하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 될 걸로 기대된다.
* 이 글은 코레일 명예기자단 3기의 포스팅으로도 소개되었습니다(포스팅 보기).
* 작성일 : 2011년 11월 27일
방문일 : 2011년 6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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