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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시내버스를 타고 철암역(鐵岩驛)에 도착하였다. 방문하였을 당시가 어린이날 연휴여서 태백 시내에는 관광객들이 많았고 통리에는 5일장이 열리고 있어서 장을 보기 위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철암은 지나가는 차량도 드물고 사람도 보기 어려웠다. 지금까지 철암을 여러 번 방문하였지만 항상 이런 모습만 보았다. 주말에만 와서 그럴까?

 


   태백 시내와는 달리 철암은 시멘트 색깔 그대로 있는 낡은 건물이 많아서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방문하였을 때에는 변화가 있었다. 좁은 도로 양옆으로 있던 건물들이 일부 철거되면서 줄어들었다. 또한 건물 벽에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예술 작품을 그려 놓았는데 아쉬운 건 관리가 잘 되지 않아서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도로 양옆으로 건물이 밀집되어 있어서 이전에는 도로를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건물 일부가 철거되면서 나란히 있는 철암천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건물은 철암천 위에도 있고 일부 건물에는 하천과 가까운 아래 층에도 창문이 있다. 과거 석탄 산업이 활발하였던 시절에는 땅이 좁은 철암에서는 이렇게라도 공간을 늘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철암천을 건너면 약수터가 있었다. 근처 주민들이 가끔씩 물을 뜨러 왔다. 황지연못은 수질이 좋지 못하여 물을 마시지 못하였는데 이곳에서 보충할 수 있었다.

 


   철암천을 건너는 다리에서 본 철암역 방향은 이전과 완전히 바뀌었다. 이전에는 철암역 앞의 도로에도 건물이 많아서 철암천은 볼 수 없었는데 모두 철거되어 버렸고 건물이 있었다는 기둥만이 철암천 위에 고스라니 남아 있다. 건물에 가려서 과거에는 보이지 않던 철암역 건물이 우뚝 솟아 있는 느낌이다. 하천 위의 기둥만 없다면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고 주변의 산은 나무가 무성하여 짙은 녹색이다. 가을이 되면 산의 단풍이 아름다워서 철암단풍어울마당이라는 축제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철암천 건너서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대한석탄공사(http://www.kocoal.or.kr )의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太白 鐵岩驛頭 選炭施設)을 조망할 수 있다. 1935년 일제 강점기에 시작된 대한민국 최대의 선탄 시설로 근처의 광산에서 채굴된 원탄을 선별하여 가공한 다음에 철암역에서 화차에 싣어서 전국으로 보낸다. 석탄이 거의 산의 중턱 이상까지 쌓여 있는 모습은 철암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라 하겠다. 물론 산에는 터널이 뚫려 있어서 장성에서 캐낸 원탄도 이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2002년에는 등록문화재 제21호로 지정되었다. 현재도 장성광업소에서 석탄을 캐고 있으므로 평일에는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석탄이 있는 검은 산을 배경으로 하여 4층 건물인 커다란 철암역 건물이 있다. 전국으로 향하는 석탄이 출발하는 석탄의 서울역이어서 강원도에 있는 역 중에서 가장 큰 건물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일까 건물 모양을 보면 크기는 작지만 서울역 옆에 있는 코레일 서울본부가 있는 철도빌딩과 비슷하다.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은 철암역 화물 출입구에서도 보인다. 과거에는 철암천에 건물이 많아서 여기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건물에 가려서 보이지 않을뿐 실제 규모는 훨씬 크다. 아쉬운 점은 이곳은 단체로 대한석탄공사의 허가를 받아야만 들어가서 볼 수 있어서 답사가 매우 어렵다.

 


   철암역 부근의 건물 벽 뿐만 아니라 철암역의 벽 그리고 건물 입구에도 다양한 예술 작품이 그려져 있다. 2001년부터 몇몇 작가들이 '폐광촌 예술꽃 피우기'라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철암역을 비롯하여 주변에 예술작품을 그리고 현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술교육을 하고 있다.

 


   철암역 대합실은 화려한 돌로 만든 벽과 기둥 그리고 미끈한 바닥으로 되어 있어서 철암이 과거에는 여객이 많았고 부유한 승객이 오가던 역이라는 느낌이 난다. 하지만 현재는 매표소는 문을 굳게 닫았다. 승차권은 팔지 않고 차내에서 구입해야 한다. 과거의 영화와 현재의 여객 감소가 공존하고 있다.

 


   철암역은 대합실도 따로 갖추고 있다. 철암의 인구 감소로 대합실도 한산하다. 그래도 기본적인 건 잘 갖추고 있다.

 


   철암역의 시각표도 줄어든 승객만큼 열차도 줄어들었다. 과거에는 태백선 열차의 시종착역으로서 청량리역으로 가는 열차가 출발하였지만 지금은 모두 철암역은 거치지 않고 통리역을 거쳐서 강릉까지 운행하고 있다. 영동선 열차는 모두 정차하였지만 이제는 주말에 임시로 운행하는 부산~강릉 간 무궁화호는 통과한다.

 


   승강장으로 가는 통로에는 태백을 대표하는 태백산 주목과 석탄 원석이 있다. 승객이 적으니 벽에 붙은 스티커로 열차가 도착하는 승강장을 안내하고 있다.

 


   철암역의 승강장이 대합실보다 높아서 통로는 지하도처럼 되어 있다. 철암역의 승강장은 2면 3선이지만 정차하는 열차 대부분이 1번 승강장을 이용한다. 철암역 건물 바로 앞에 있는 1번 승강장에만 지붕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철암역 이정표에는 동점역과 백산역이 표시되어 있다. 동점역은 현재 여객열차가 정차하지 않지만 백산역은 하루에 2회 무궁화호가 정차하고 있다.

 


   석탄의 서울역인 철암역이니 당연 관련되는 광산에서 운영하던 차량이 전시되어 있다. 도계역에 전시된 차량과 비슷하게 생겼다.

 


   철암역의 승강장은 2면 3선이지만 건물 바로 앞의 1번 승강장은 블록을 새로 깔고 지붕까지 있는 반면에 2, 3번 승강장은 오래된 블록에 지붕이 없다. 석탄 화물 수송이 중요한만큼 화차가 대기하고 있는 선로가 많다. 하지만 방문한 날은 일요일이어서 화차들이 모두 멈추어 있고 철암역은 조용하였다. 과거에는 철암역에서 시종착하는 열차가 있어서 객차도 볼 수 있었다.

 


   승강장 중앙에 있는 철암 연못에서 물레방아 소리가 철암역에서 고요함을 깨고 있었다. 보는 사람이 없어도 물을 계속 흐르고 있었고 물레방아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여기에 역무실이 있어서 기념 스탬프를 받을 수 있었다. 보통 기념 스탬프는 매표소에서 찍지만 철암역은 매표소가 문을 닫았으니.

 


   근처의 건널목으로 가서 철암역의 선로를 살펴보았다. 분기되어서 많아지는 선로 한쪽에는 입환에 사용되는 디젤기관차가 멈춰 있다. 일요일이니 디젤기관차도 쉬고 있는 셈이었다. 반대쪽으로 동점역 방면으로는 바로 내리막 철길이 이어졌다. 오른쪽의 수평을 유지하고 있는 선로와는 차이가 느껴진다.

 


   일제 강점기에 광산이 개발되면서 산업화 시기에는 인구가 2만명을 넘었고 '개도 1만원권 지폐를 물고 다닌다'라고 하던 부유했던 철암은 석탄 사업이 사양화되면서 지금은 인구가 겨우 3천명을 넘는 수준이다. 암울라고 어둡다는 느낌을 주는 철암이지만 대한민국의 산업화의 역군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였기에 앞으로 이 지역과 철암역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더욱 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 방문일 : 2011년 6월 5일

  작성일 : 2012년 1월 8일


* 이 글은 코레일 명예기자단 3기의 포스팅으로도 소개되었습니다(포스팅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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