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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리역에서 나와서 국도 제38호선으로 걸어갔다. 국도는 급격하게 내려가고 절벽 아래로 철길이 보인다. 저 아래에 주변으로는 산이 있는 골짜기 사이에 심포리역(深浦里驛)이 있다. 보기만 해도 높이 차이가 엄청나다는 게 느껴지는데 250m 정도 차이가 난다.

 

 

   이러한 높이 차이는 철길은 물론 도로조차도 산을 따라서 돌아서 내려가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쉽게 내려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다. 아무 표시도 없는 심포남길이다(경로 보기). 자동차 1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길이지만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다. 물론 경사가 매우 급하여 걸어가기도 벅차다. 눈이 많이 오는 겨울에는 아이젠 같은 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이 길을 이용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까마득하게 보였던 아래의 철길은 가까워지고 심포리 마을에 도착하였다. 심포리 마을에는 무슨 용도인지 알 수 없는 커다란 주차장이 있다. 심포리 마을에는 유명한 관광지가 있지도 않다. 얼핏 지도를 보니 주차장에서부터 통리까지는 나무의 키가 작다. 아마도 넓은 주차장은 과거 인클라인철도가 시작되었던 장소로 추정된다. 선로가 분기되고 화차를 하나씩 분리하려면 공간이 필요하였을테니.

 

 

   골짜기에 있는 심포리는 주변이 산이라서 해가 이제야 뜨고 있다. 산 아래의 철길은 계속하여 급경사를 내려간다.

 

 

   급경사에서 열차 교행을 위하여 있는 심포리역에는 제동이 고장난 열차의 역 진입을 막기 위한 피난선이 설치되어 있다. 제동이 고장나는 경우에는 역으로 들어가지 않고 급경사의 오르막인 피난선에 들어가서 열차는 자연스럽게 멈추게 되어서 역에서 대기하고 있는 열차와의 충돌을 막을 수 있다. 산악철도인 영동선에서는 흔하고 현재는 철거되었지만 경전선 횡천역에서도 볼 수 있었다. 피난선에는 전차선이 설치되어 있지만 철길은 낡았다. 다행히도 이 피난선을 사용한 적은 아직까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피난선이 아닌 철길은 분기된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서 분기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선로전환기히팅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일본 혼슈[本州] 북부나 홋카이도[北海道]에서 겨울에 눈이 끼여서 분기기가 작동되지 않는 걸 막기 위하여 물을 계속하여 뿌려서 눈을 씻어내리게 만든다(관련 글 보기)던지 가열하여서 눈이 녹도록 만들던지(관련 글 보기) 아예 눈이 쌓일 수 없도록 터널 속이나 지붕을 설치하여 그 안에 분기기가 있는 걸 본 적이 있다.

 

 

   심포리역은 차량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 분기기가 있는 곳에서 철길 옆의 좁은 길을 따라서 걸어가야 한다. 걸어가다 보면 두 가닥인 철길 앞에 있는 단층인 심포리역 건물이 나온다. 처음부터 열차 교행을 위하여 만들어진 신호장이어서 승강장은 없지만 한때 여객열차가 정차하기도 하였고 직원들의 출퇴근을 위하여 열차가 잠시 정차하기도 했다.

 

 

 

   심포리역은 이전에는 직원이 근무하였지만 현재는 무인역이어서 아무도 없다. 접근하기 어려운 산 속이라서 그런지 철길 쪽으로 역명판 하나만 달랑 있고 이정표는 아예 없다. 철길 반대쪽으로 가 보니 직원들이 산 속의 답답함을 달랬을 듯한 좁은 운동장이 있다. 다른 역 같으면 광장에 멋진 역명판이라도 있겠지만 이곳은 그런 걸 바랄 수 없는 장소였다. 운동장 앞으로는 낭떠러지에 끝없이 산이 이어진다. 적군이 아니라 기차가 무사히 지나갈 수 있게 바라보아야 하는 GOP와 같은 느낌이 아닐까?

 

 

   심포리역에서 나누어진 철길은 다시 만나서 다시 내려간다. 분기기를 지나면 영동선에서 흔한 '제동주의'라는 경고판이 있다. 자동차에게는 별로 급하지 않지만 철도에서는 엄청난 급경사인 30‰(1km를 갈 때에 30m 올라가거나 내려감)이 계속하여 이어진다.

 

 

   철길 옆으로도 좁은 길이 있어서 걸어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심포리역에서는 심포리 마을로 가는 길도 있지만 이렇게 내려가는 길도 있다. 가다 보면 도로가 나와서 철길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되어 있고 이곳에 선로 유지에 사용되는 코레일 트럭이 주차하고 있었다.

 

 

   2012년 6월 27일에 솔안터널 개통에 따라서 이곳의 철길은 없어진다. 하이원추추파크(https://www.choochoopark.com )에서 이런 오지를 어떻게 관광지로 변모시킬 수 있을지 기대된다.

 

* 작성일 : 2011년 11월 14일

  방문일 : 2011년 6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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