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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충일 연휴를 맞이하여 강원도로 답사를 떠났다. 부산에서 강원도까지는 거리가 멀어서 아침 일찍 출발해도 점심이 넘어야 도착하게 된다. 그럴 경우 아까운 낮 시간을 버리게 되므로 야간열차를 이용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행하는 야간열차 중에서 유일하게 수도권을 거치지 않는 부산발 강릉행 무궁화호 1692열차를 탔다. 매일 운행되지는 않고 부산역 출발 기준으로 금요일과 토요일에만 운행하고 있다.

 


   나의 목적지는 태백시에 있는 통리역(桶里驛)이었다. 동해나 강릉으로 간다면 부산동부시외버스터미널(http://www.dbterminal.co.kr )에서 심야버스를 타는 게 가격은 조금 더 비싸지만 편안하다. 하지만 부산에서 태백까지의 야간 이동은 오로지 이 열차밖에 없다.

 


   주말이라서 차내는 승객들이 많고 영주까지는 역마다 내리고 타는 승객들이 있어서 잠을 이루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다음 날 움직이기 위해서는 어떻든 잠을 자야 한다.


   어느덧 날이 조금씩 밝아오고 열차는 통리역에 도착하였다. 태백시를 지나가는 영동선에는 통리역 이외에도 철암역이 있지만 이 야간열차는 철암역은 정차하지 않는다.

 

 

   해발 720m에 있는 통리역은 공기부터 달라서 부산에 비해서는 차가웠다. 주변이 산이고 그 사이의 좁은 공간에 있는 통리역이다. 게다가 통리역 이후로는 급경사와 급곡선이 이어지고 스위치백으로 내려가야 한다. 과거에는 무거운 화물열차가 오르내리는 걸 돕기 위한 보조기관차가 통리역에서 대기하였기 때문에 대기선이 더 필요하여서 승강장은 어쩔 수 없이 좁게 만들 수 밖에 없었다. 해외에는 이렇게 좁은 승강장을 갖춘 역들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곳 통리역이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해외의 경우에도 이렇게 승강장이 좁으면 승객들이 안전을 위하여 열차가 정차하면 승강장으로 나가서 내리고 타는 경우가 많다. 좁은 승강장에 서 있는 것도 열차가 지나갈 때에는 위험하기 때문이다.

 

 

   통리역의 건물을 철암 방면으로 있다. 현재 정기열차는 객차 4~6량으로 열차가 운행하지만 임시열차는 10량 이상으로 연결하는 경우가 있어서 승강장이 길다. 철암 방면으로의 철길은 내리막이어서 산악 철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관통 확인'과 '제동 주의'라는 경고판이 있다.

 

 

   좁은 승강장 때문에 이정표는 승강장이 아니라 건물 앞에서 찍어야 한다. 강릉 방면으로는 스위치백을 지나서 나오는 도계역이라고 나온다. 중간에 심포리역, 흥전역, 나한정역이 있지만 모두 현재는 여객열차가 정차하고 있지 않기에 생략되었다. 철암 방면으로는 동백산역에서 태백선이 분기되어서 문곡역으로 가고 영동선은 백산역이다.

 

 

 

   승강장이 좁아서 들어가는 입구에는 중앙에서 기다리라는 안내판이 있고 다른 역과는 달리 열차가 없는 시간대에는 들어갈 수 없게 막아놓는다. 승강장이 좁지 않지만 통과하는 열차가 많은 경부선 역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미 대합실은 내린 승객들이 빠져나가서 한산하였다. 대합실에는 의자가 놓여 있고 매표소 창구는 하나만 있다. 창구에서는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과거에는 보조기관차가 대기하고 화물열차가 많이 오가서 분주한 역이었지만 방문하였을 때에는 직원 1명만이 근무하고 있어서 한산하였다.

 

 

   통리역은 과거에는 무궁화호 모든 열차가 정차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태백선을 거쳐서 운행하는 청량리~강릉 간의 무궁화호는 절반 정도만 정차하고 있다. 그런 관계로 통리역을 통과하는 열차의 경우에는 태백역에 가서 타야 한다.

 


   열차 운행의 중요성에 비하여 통리역의 건물은 작다. 건물 바로 옆에는 버스정류장이 있다. 건물만 작은게 아니라 앞의 도로도 좁아서 시내버스는 한 바퀴 돌아서 빠져나가게 된다. 시내버스를 타려면 행선지를 확인해야 한다.

 

 


   근처의 건널목으로 가서 철길을 건너니 아직 합쳐지지 않아서 복선처럼 보이지만 긴 화물열차의 교행 때문에 선로가 길게 놓였을 뿐이다. 왼쪽으로는 커다란 경동저탄장이 있다. 인근에 있는 경동탄광 상덕광업소에서 캐낸 석탄을 이곳에 쌓아놓고 화차로 운반하게 된다.

 

 

   통리역 구내보다 훨씬 넓은 공간에 별도의 화차가 대기할 수 있는 철길이 있다. 이곳의 분기기는 모두 수동이고 선로는 나중에 합쳐져서 숲 속으로 들어가서 끝이 난다. 지금은 화차의 대기 공간이지만 과거에는 인클라인철도가 시작되는 장소였다. 인클라인철도는 차량에 밧줄을 달아서 급경사의 철길을 오르내리는 방식이다. 일본 코야산[高野山]의 케이블카와 동일한 방식이었다(관련 글 보기). 밧줄이 견딜 수 있는 힘의 한계 때문에 화차 1량씩 분리하여 운행하여서 수송 장애가 심하였고 승객들은 통리역이나 심포리역에서 내려서 계단을 걸어서 이동하였다. 이에 따라서 1963년 5월 10일에 우회하는 철길이 개통되어서 현재까지 열차가 달리고 있다.

 


   합쳐진 철길에서는 산 아래에 있는 심포리역이 보인다. 얼핏 보아도 엄청난 높이 차이가 있는데 과거에는 열차를 갈아타기 위하여 걸어서 이동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곳곳에 도로가 있고 자동차가 보급된 현재의 상황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물론 편하게 이동하려는 승객들을 위하여 짐을 들어다 주는 사람이나 가마도 있었다고 한다.

 


   인클라인철도가 시작된 이곳에는 사람들이 붐비었다고 한다. 그래서 철도관사마을이 있었으나 인클라인철도가 없어지고 화물 수송도 줄어들면서 현재는 집 몇 채만 남아있고 빈 공터가 되어 버렸다.

 


   근처에는 국도 제38호선이 있다. 통리재 정상 해발 720m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이곳이 정상이니 이제는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통리역에서 도계역까지는 급곡선과 급경사가 이어지고 스위치백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험한 철길이다. 일부는 현재 붕괴 위험이 있는 등 안전상의 문제가 있고 스위치백으로 열차 진행 방향이 바뀌어서 고속 운행에는 장애가 많아서 대체를 위한 루프식으로 된 솔안터널을 만들고 있다. 솔안터널은 2012년 6월 27일에 개통하게 된다. 솔안터널은 통리역이 아닌 동백산역에서 시작하므로 통리역은 더 이상 여객 열차가 다니지 않고 대신에 동백산역에 정차하게 된다. 게다가 경동저탄장도 이전된다고 하니 통리역은 없어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스위치백 구간을 보존하여 관광지로 개발하여 하이원스위치백리조트(http://www.high1sbr.com )를 만든다고 하니 기대하여 본다.

 

* 이 글은 코레일 명예기자단 3기의 포스팅으로도 소개되었습니다(포스팅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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