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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산역에서 백산역(栢山驛)까지의 거리는 겨우 1.3km이다.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이다. 동백산역에서 도로를 따라서 걸어가면 태백선이 오른쪽에서 내려온다. 과거에는 철암역 종착 열차가 있었고 한때 제천-철암-영주 간을 연결하는 열차가 운행하여서 이 철길로 운행하는 열차를 탈 수 있었으나 현재는 여객열차는 다니고 있지 않다. 태백선의 여객열차는 태백삼각선을 통하여 동백산역으로 운행하고 있다.

 


   도로를 따라서 조금 더 걸어가면 철길이 도로를 지나가서 분기되는 걸 볼 수 있다. 백산역의 전용선에 해당되는데 과거에는 이 선로의 끝에 공장이 있어서 화물 수송에 사용되었으나 공장이 문을 닫은 이후에는 솔안터널 공사에 필요한 자재 운반에 사용되었다. 이미 솔안터널은 관통되어서 시운전까지 하고 있던 상황이니 선로는 비어있고 화차는 볼 수 없었다.

 


   전용선은 합쳐져서 철암천을 건너서 백산역 구내로 들어간다. 백산역 구내 선로에는 선로 유지 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일요일 오후라서 그럴까? 백산역 앞의 도로에는 가끔씩 차량이 지나가고 넓은 인도에는 사람을 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하다. 과거 탄광이 전성 시절일 때에는 인구가 많았지만 현재는 '시(市)'라는 게 민망할 정도로 태백시의 인구는 줄어들었다. 그나마 관광지가 있는 태백역 주변 중심가는 사람들이 꽤 오가지만 나머지는 사람이 사는 곳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사람을 보기 어려워졌다.

 


   백산역 건물은 도로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기는 한데 그 앞에 다른 건물이 있어서 일부를 가리고 있다. 어떤 이유로 감히 역을 가리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모습이다. 도로에는 백산역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태백시내버스 1번이나 4번이 정차한다. 1번은 반시계방향으로 순환하고 4번은 시계방향으로 순환하는 노선으로 태백 시내나 통리에서 백산역으로 오려면 4번을 타면 된다.

 


   백산역 건물 바로 앞에 다른 건물이 있어서인지 도로에서 바로 들어갈 수 없고 다른 건물 옆을 따라서 들어가면 백산역 입구가 나온다. 들어가는 길도 특이하게 백산역 건물 옆이고 계단을 올라가게 되어 있다. 현재 백산역 건물은 1998년에 지어졌는데 벽돌로 만들어져서 깔끔하다.

 

 

   도로에서 보았을 때에는 백산역 건물이 2층이었지만 철길이 주변보다 높아서 철길에서 보았을 때에는 단층으로 보인다. 1998년에 지어질 당시에 백산역을 이용하는 여객 수요가 이미 많이 줄어든 상황이어서 대합실은 건물 오른쪽 끝에 작게 만들었다. 지금은 1년에 타고 내리는 승객이 20명도 채 되지 않아서 평소에는 불을 꺼 놓는다. 정차하는 열차는 영주-동해 간을 운행하는 무궁화호 2회뿐이다.

 

 

   오후 7시가 되어가는 시간이라서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워낙 승객이 적은 역이라서 대합실에 들어가니 직원이 어떤 이유로 왔는지 물어본다. 백산역을 둘러보고 기차를 타려고 한다고 말하고 허가를 받고 승강장으로 향하였다. 백산역은 들어오는 입구도 특별하지만 승강장 역시 다른 역과는 다르다. 백산역의 승강장은 건물 바로 앞에 있는 게 아니라 북쪽으로 걸어가서 철길을 건너가야 하므로 200m 정도 떨어져 있다. 승객이 워낙 적으니 안내는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건물에서 나와서 북쪽으로 걸어가면 왼쪽으로 전용선이 분기되어서 나가고 건널목이 있다. 왼쪽에 있는 승강장이 태백선으로 가는 열차가 정차하고 선로 사이에 있는 승강장에는 영동선 열차가 정차한다. 영동선 열차가 정차하는 건널목은 폭이 좁고 어떻게 들어갈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건널목도 없는데 철길을 무단 횡단을 하여야 하나? 태백선과 영동선 승강장 모두 이런 장소에서 과연 기차를 기다릴 수 있을지 의문스럽게 승강장 폭이 좁다.

 

 

   영동선 승강장으로 가려면 바닥을 나무로 만든 건널목을 통하여 3선의 철길을 건너고 나서 철길 사이의 빈 공간으로 걸어가면 된다. 철길 사이의 공간은 그냥 흙으로 되어 있기에 통로가 맞나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건널목을 생각하면 이 길 밖에 없다. 건널목과 승강장 사이가 60m 정도 떨어져 있으므로 처음 백산역에 내린 승객은 어떻게 나가야 할지 좀 난감할 듯 하다.

 

 

   백산역의 영동선 승강장은 인근의 통리역보다도 더 좁고 게다가 턱을 제외하고는 흙 그대로이다. 승강장 이후로는 선로가 곡선반경이 250m에 불과한 급곡선이라서 통과하는 열차라고 하더라도 속도를 줄여야 한다. 태백선으로 들어가는 왼쪽의 선로는 20km/h로 속도 제한이 걸려 있다.

 


   현재 백산역에서는 태백선으로 들어가는 여객열차는 없으므로 영동선 승강장에만 이정표가 하나 설치되어 있다. 인근에 동백산역이 있지만 신호장이라서 이정표에서는 빠져 있다. 2012년 6월 27일에 솔안터널 개통으로 통리역에 없어지고 동백산역이 여객 업무를 개시하면 동백산역으로 바뀔 것이다.

 

 

   백산역을 빠져나가는 철길은 앞에 있는 산을 피하여 급곡선으로 되어 있다. 레일에는 하루에 2회 있는 열차의 정차를 위하여 3이라는 위치 표시를 해 놓았다. 영주-동해 간 무궁화호는 전기기관차에 객차 2량이 연결되어서 운행하고 있다. 발전차가 연결되어 있지 않으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짧은 열차이다.

 

 

   이렇게 백산역의 철길 사이로 있는 통로를 보니 포르투갈(Portugal)을 여행할 때가 생각이 났다. 포르투갈은 유럽 대륙의 다른 나라처럼 개집표가 없기에 승강장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많이 있고 심지어 아래 사진처럼 철길 사이에 블럭을 놓아서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반대편에서 사람이 걸어오면 난감하므로 이런 통로는 시골이나 소도시의 역에서만 볼 수 있다. 사진은 칼다스다라이냐역(Estação de Caldas da Rainha, Caldas da Rainha Station)에 있는 통로이다. 이 통로의 길이는 200m 정도여서 백산역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백산역 사무실에서 잠시 쉬다가 열차가 들어올 시간이 되어서 직원의 안내를 받아서 승강장으로 향하였다. 백산역에서는 승차권을 판매하지 않으니 미리 구입하여서 승차하였다. 역시 타는 승객은 나 혼자뿐이었고 내리는 승객은 없었다. 백산역에서 1년에 타는 승객이 10명도 되지 않는데 나도 거기에 기여하게 되었다.

 

 

   백산역을 방문하게 된 이유는 솔안터널 개통으로 동백산역에 여객열차가 정차하게 되면 거리가 가깝고 워낙 승하차 실적이 떨어지니 여객열차가 통과하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백산역은 솔안터널 개통 이후에도 현재처럼 무궁화호가 하루에 2회 계속하여 정차하게 되어서 그대로 유지되다가 2012년 11월 1일부터 동해-영주 간 무궁화호가 폐지되면서 정차하는 여객열차가 없는 역으로 되어 버렸다.


* 방문일 : 2012년 5월 27일
  작성일 : 2012년 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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