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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점역에서 나와서 계속하여 걸었다. 산과 산 사이로 도로와 철길 그리고 황지천이 이어진다. 도로와 황지천은 산 때문에 구불구불하지만 철길은 그렇게 갈 수 없으니 곳곳에 터널을 지나간다. 30분을 걸어서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경계에 도착하였다. 강원도로 온 것을 환영한다는 다양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고 작은 휴게소가 있지만 경상북도 쪽에는 이정표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행정구역은 바뀌었지만 경치는 변함이 없다. 10분을 더 걸어가니 석포로 들어가는 길이 분기되는 육송정삼거리가 나왔다. 식당을 겸하는 매점이 하나 있지만 시외버스로 석포로 가는 경우에는 여기서 내리게 된다. 산 사이로 흐르는 넓어진 낙동강이 있어서 쉬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곳에는 태백과 영주나 봉화를 연결하는 시외버스가 정차한다. 그런데 과거에는 여기서 석포까지는 대중교통이 전혀 없어서 걸어가거나 지나가는 차에게 태워달라고 해야 했다. 최근에 석포로 가는 버스가 하루에 2왕복 운행하기는 하였지만 시간을 맞추기는 사실 쉽지 않다. 그런데 석포역(石浦驛)까지의 거리는 3.7km라서 걸어가기에는 조금 멀다.

 

 

   육송정삼거리에서 다리를 건너면 석포로 가는 길이다. 석포로 가는 관문이라서 다리에는 봉화군 깃발에 장승까지 만들어 놓았다. 행정구역이 바뀌었는데 경치는 다르다. 이제는 황지천은 넓은 하천이 되어서 낙동강이라고 부르고 산과 산 사이를 여유있게 흐른다. 그러다 보니 주말을 맞아서 강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간간히 있었다. 역시 이 길에도 차량 통행이 뜸하고 내리막이므로 부담 없이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나 여기가 경상북도가 아니랄까봐 지나가는 트럭이 멈추어 서더니 나에게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았다. 석포역에 간다고 하니 타라고 한다. 덕분에 예정보다 20분 빨리 석포역에 도착하였다.


   시간이 남아서 석포 마을을 둘러보았다. 마을의 길은 좁고 건물은 단층이 많아서 몇 십년 전으로 되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태백과 마찬가지로 광업이 쇠퇴하면서 인구가 줄어들었다. 그런 상황으로 석포에서는 고랭지 채소 생산을 늘리고 있다.

 

 

   석포역 앞에는 버스정류장이 있다. 춘양에서 육송정삼거리를 거쳐서 석포까지 들어오는 2왕복 버스 이외에도 석포와 승부를 연결하는 마을버스도 이곳에서 탈 수 있다고 하는데 현재 상황은 알 길이 없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2009년에는 춘양장날(4, 9일)에 맞추어서 다녔다는 김동환 님의 블로그 글이 있다(관련 글 보기). 도로가 잘 되어 있고 철도에 비해서는 버스나 자가용 이용이 편한 대한민국이라지만 석포는 버스보다는 기차로 가는게 훨씬 편하며 승부역은 기차가 아니면 가기가 어렵다. 물론 승부역보다 더 가기 힘든 양원역이라는 임시정류장도 있다. 양원역은 철도 이외에는 버스도 없고 도로로 가도 산을 넘어서 한참을 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산간오지는 강원도보다는 경상북도 북부에 더 많다.

 

 

   산 속의 작은 마을에 있는 역이라고 느껴질 석포역이지만 풍경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많은 선로에 컨테이너 화차가 줄지어져 있고 역 바로 옆에 있는 커다란 공장에서는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다.

 

 

 

 

   석포역 건물 뒤로도 무늬를 한 커다란 탱크가 3개 설치되어 있다. 석포역 옆의 승부역 가는길의 풍경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바로 석포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영풍(http://www.ypzinc.co.kr ) 석포제련소이다. 제련소(Refinery)는 광산에서 채취한 광물을 순수하게 만드는 공장을 말한다. 이곳 석포제련소에서는 아연(Zinc), 구리(Copper), 은(Silver), 인듐(Indium)을 비롯한 금속뿐만 아니라 황산(Sulfuric acid)을 생산하고 있다. 잘 알려진 영풍문고(http://www.ypbooks.co.kr )의 모회사이다. 이곳 제련소의 생산량은 보기보다 많아서 아연 생산량은 세계 3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석포의 교통이 불편하니 제련소의 재료는 물론 생산품도 대부분이 철도로 수송되고 있다. 황산 같은 경우 위험물이기 때문에 다른 교통 수단으로 수송하기는 어렵다. 제련소 덕분에 땅이 좁은 이곳 산 속의 오지에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게 되었지만 제련소에서 나오는 환경 오염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는 하다. 사실 환경 오염에 관해서는 나도 할 말은 없다. 연구를 하면서 유독한 물질들을 많이 다루고 있고 부득이하게 외부로 배출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자동차의 매연이 공해의 원인이라고 하지만 타지 않을 수는 없지 아니한가?

 

 

   석포역 건물은 단층 건물이지만 대합실은 조금 높게 만들어서 2층처럼 되어 있는 형태이다. 다른 영동선의 역과는 건물이 다른데 1996년에 새로 지었다고 한다. 영동선에서 건물을 새로 지을 정도면 그만큼 석포역의 중요성이 크다는 의미가 아닐까?

 

 

   정작 석포역 대합실은 위로 뚫린 형태가 아니라서 천장이 높지 않고 크기도 작다. 매표소는 창구 하나만 있고 위에 시각표가 붙어 있는데 영동선의 모든 여객 열차가 정차한다. 승강장으로 나가는 문 위에는 요즈음 역에서는 보기 힘든 치포치포 그림이 붙어 있다.

 

 

   석포역 승강장에서 보면 건물 뒤로는 마을이 있어서 평범한 역처럼 보이지만 반대쪽에는 제련소가 있고 영풍 소속의 입환 전용 디젤기관차가 대기하고 있다.

 

 

   석포역 승강장은 1면 2선이고 이정표에는 인접한 동점역과 승부역이 모두 표시되어 있다. 승강장 가운데에는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방문한 여름에는 시원하지만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리고 춥다.

 

 

   잠시 후 동대구역으로 가는 무궁화호가 들어왔다. 이 열차를 타면 동대구역에서 환승하여 오늘 내에 부산까지 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철금속의 공급을 맡는 제련소가 있기에 산간 오지인 이곳 석포에도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고 영동선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석포는 북극권이라서 열악한 환경이지만 철광석이 있기에 도시를 이루는 스웨덴의 키루나(Kiruna)(관련 글 보기)와 같은 지역이 아닐까?

 

* 방문일 : 2011년 6월 5일

  작성일 : 2012년 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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