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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암역에서 나와서 영동선 철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도로를 걸었다. 철길과 도로 모두 산 사이로 이어지는데 내리막이므로 다리에 큰 부담 없이 걸어갈 수 있다. 철길은 산을 끼고 있는데 겨울에는 눈사태로 철길이 두절될 수 있어서 곳곳에 시멘트로 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도로에 철길까지 있기는 하지만 철길은 지나가는 열차가 드물고 도로 역시 가끔씩 차량이 지나간다. 게다가 인도까지 깔끔하게 만들었으니 정말 상쾌한 산책로이다. 6월 중순이었지만 태백은 고원에 있어서 덥지 않다.

 


   40분을 걸어서 구문소(求門沼)에 도착하였다. 황지연못에서 흘러나온 물이 큰 산을 뚫고 지나가면서 만든 석문과 깊은 연못을 구문소라고 부른다. 주위가 모두 석회암반으로 되어서 높이 20~30m, 너비가 30m로 환선굴 입구보다도 큰데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강이 산을 넘기 위하여 뚫린 지형이다. 재미있는 건 이런 바위 사이에 굴이 있어서 도로와 인도가 지나가고 있다. 1937년에 일제가 장성에서 탄광을 개발하면서 뚫었다고 한다. 근처에는 전국 유일의 고생대를 주제로 한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http://www.paleozoic.go.kr )이 있다. 태백시내버스로 동점역(銅店驛)에 가려면 이곳 구문소 버스정류소에서 내려야 한다. 철암에서 간다면 동점초교나 동점APT라는 정류장이 있지만 동점역과는 한참 떨어진 장소이다. 동점역 자체가 접근이 쉽지 않은 위치에 만들어졌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는 사시랭이마을 버스정류장이 동점역에서 약간 더 가깝다. 그런데 이 버스정류장에는 하루에 2회만 시내버스가 정차하고 있어서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대신에 맞은 편에 구문소 시외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태백에서 봉화, 영주, 안동 방면으로 가는 시외버스가 정차한다. 사시랭이마을 버스정류장과 구문소 버스정류장과의 거리는 겨우 400m에 불과하니 큰 부담이 없다. 아무래도 마을에 사시는 어르신들이 조금이라도 편리하도록 따로 정류장을 만든 듯 하다.

 


   마을에서 벗어나면 산 사이로 영동선 철길과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 그리고 낙동강의 지류인 철암천이 나란히 이어진다. 인구 밀도가 높은 대한민국은 어디든지 사람이 사는 마을이 있는데 여기는 마을이 없는 땅이 계속 이어진다. 철길 옆의 신호기에 무인역이라는 표시가 있고 동점역이 보인다.

 


   답사를 위하여 사전에 여러 가지로 준비를 하였지만 동점역에서는 가장 중요한 피난선을 보지 못하였다. 피난선은 경사가 급한 구간에서 감속 장치가 고장난 차량이 역에 진입하는 걸 방지하기 위하여 역 직전에 분기되어서 급경사를 올라가서 멈추게 하는 선로를 말한다. 본 블로그에서는 영동선 심포리역과 경전선 횡천역에 있는 피난선을 소개한 적이 있다. 피난선은 6년 뒤에 V-train으로 이 역을 통과하면서 확인하였다.

 


   마을은 없고 산 사이로 하천과 도로, 그리고 철길이 이어지는 장소에 동점역이 있다. 이런 장소이니 승객들의 접근이 불편하여 여객 열차의 정차가 폐지될 수 밖에 없다. 과거에는 도로 교통이 불편하여 걸어서 역까지 갔겠지만 요즈음은 도로가 잘 되어 있고 시골에도 자가용이 필수품 수준으로 보급되어 있다.

 


   동점역 건물은 아담한 삼각 기둥이어서 주변의 높은 산들과 비교하면 소박하다는 느낌이 든다. 인적이 드문 지역이어서 그런지 무인역이 되었지만 쇠창살만 설치되었을뿐 판자로 막지는 않아서 창문으로 열차 정차가 통과로 바뀌었다는 안내와 대합실 내부를 볼 수 있다.

 


   승강장에서 동점역 건물을 보면 주변의 높은 산과는 달리 단층으로 되어 있지만 대신에 옆으로 넓게 만들어졌다. 아무도 없는 무인역의 건물이지만 깨끗하게 페인트칠까지 해 놓아서 직원이 바로 나올 것 같다.

 


   승강장 쪽으로 보면 뒤쪽으로 돌로 만든 담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 담 위에는 전차선까지 있는데 이게 바로 피난선이다. 열차가 멈추게 하기 위하여 급경사로 올라가므로 승강장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 올라가 있는 피난선은 마을과 역을 구분하는 벽이기도 하다.

 


   동점역의 승강장은 1면 2선이고 포장이 되지 않고 흙으로 되어 있다. 깔끔한 동점역 건물과는 달리 이정표는 이전 양식으로 되어 있고 글자가 떨어져 나가서 상태가 좋지 않다. 열차가 정차하지 않으니 관리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 이정표에서 알 수 있듯이 동점이 운동 경기에서 점수가 같다는 뜻이 아니라 구리가 있는 장소라는 뜻이다.

 


   이정표 옆에는 나무로 만든 의자가 있어서 간이역의 정취가 느껴진다. 이제는 정차하는 열차가 없으니 저 의자에 사람이 앉을 기회는 거의 없어서 역시 방치되어 있다.

 


   사실 동점역은 여객 수송보다는 열차 교행이 더 중요하다. 현재도 열차 교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영동선의 긴 화물 열차까지 고려하여 선로는 꽤 길게 이어진다. 게다가 석포역 방면으로는 역시 계속 내리막이 이어진다.

 


   피난선 아래에는 작은 통로가 있다. 경고판이 있기는 하지만 동점역 주변의 마을 주민들에게는 지름길인지라 막지를 않았다. 작은 마을인지라 철길을 가로지르는 다리나 터널을 만들기에는 돈이 많이 들고 그렇다고 철길을 건너지 않기 위하여 겨우 50m 거리를 1.6km나 돌아서 가라고 할 수 없다. 물론 철길을 지나갈 때에는 지적확인을 하여 지나가는 열차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조용한 동점역 승강장에서 쉬고 있는데 기적 소리가 들렸다. 강릉에서 부산으로 가는 주말임시열차인 무궁화호 1691열차가 들어왔다. 정차하지는 않지만 천천히 동점역을 통과하여 멀어졌다.

 


   산 사이에 있는 영동선 동점역은 과거에는 승객이 타고 내렸지만 이제는 열차 교행을 위한 신호장으로서 역할만을 하고 있다.

 

* 방문일 : 2011년 6월 5일

  작성일 : 2012년 1월 17일

  수정일 : 2018년 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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