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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휴가 있으면 기차를 타고 멀리 떠나는데 수도권과 관련이 없는 유일한 야간열차인 무궁화호 1692호 열차를 타고 강원도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2011년 광복절 연휴에도 이렇게 출발하였는데 정작 승차권을 늦게 구입하는 바람에 출입문에 가까운 좌석으로 배정되었다. 오전 3시가 넘어서 도착하는 영주까지 타는 승객이 있어서 사실 고난의 열차이지만 의외로 영주에서 옆 자리가 비어서 편하게 망상역(望祥驛)까지 왔다.

 


   수도권에서 출발하는 열차와는 달리 남부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6호차가 가장 뒤에 연결되어 있다. 디젤기관차가 있는 가장 앞까지 이동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다.

 


   뒤를 보니 동해 방면으로 향하는 열차를 위한 정차 표시와 철길 위로 건물이 하나 있다. 이곳은 한국철도시설공단(KR, http://www.kr.or.kr )의 망상수련원이다. 원래는 코레일 소속이었으나 2009년에 상호협의가 되어서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넘어갔다. 지나가는 열차의 소음에도 불구하고 철길 위로 건물을 지은게 특이한데 건설비를 줄이면서 바다로 향하는 통로를 만들기 위함이 아닐까 여겨진다. 망상역과는 달리 망상수련원에는 근처 노봉해수욕장으로 가는 오솔길이 있다.

 


   망상역의 이정표에는 인접역인 옥계역과 묵호역이 표시되어 있다. 망상역과 옥계역 사이에는 현재는 열차가 정차하지는 않지만 망상해수욕장에서 훨씬 가까운 망상해수욕장역이라는 임시승강장이 있다. 이정표 뒤의 철조망에는 일부가 뚫려있는데 망상역과 바다 사이의 송림 속에 있는 마을로 가는 길이다. 망상수련원은 철길을 건너서 바로 노봉해수욕장으로 가는 통로가 있는데 망상역도 아예 여기도 정식 출구로 하여서 노봉해수욕장으로 가는 길로 활용하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km 넘게 걸어가야 하는 망상해수욕장과는 달리 이렇게 노봉해수욕장으로 가면 300m도 채 되지 않는다. 철길을 건너는 부담이 있다면 망상수련원처럼 망상역 건물을 철길 위에 만들어서 동쪽으로 출구를 만들고 일출을 볼 수 있는 전망대를 만드는 것도 괜찮았을 걸로 생각된다.

 


   망상역은 단선 승강장이라서 어느 방향 열차를 타든 선로 하나로만 들어온다. 그러다 보니 타는 곳 안내에는 진행 방향을 표시하여 놓았다. 철도에 관하여 잘 모르는 승객이라면 화살표 방향으로 가서 기차를 기다릴 수도 있겠다.

 


   단선이 망상역 승강장이지만 객차가 많이 연결된 열차의 정차를 감안하여 승강장이 길다. 하지만 건물 앞에만 블럭으로 포장이 되어 있고 나머지는 흙으로 되어 있다. 여름 휴가철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임시역이니 사실 비용 측면에서 보면 적절한 타협이다.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서는 코레일 사장이 바뀌면서 명예역장 제도가 없어졌지만 방문할 당시에만 해도 전국의 주요 간이역에는 명예역장을 선발하여서 관리를 하였다. 우리나라의 많은 지역에서 철도가 없어지면 아쉬워하면서 정작 현재 기차가 작은 역에 정차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어서인지 현지 지역 주민보다는 해당 역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철도팬이 명예역장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망상역도 예외가 아니어서 망상과는 전혀 연고가 없는 박준규 씨(http://www.traintrip.kr )가 명예역장을 맡았다. 대한민국 유일의 전업 여행작가로 최근에는 '대한민국 기차여행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공동집필하였다. 지금 이 시간에도 대한민국 전국을 버스와 기차를 타고 누비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관광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그는 2010년에 명예역장으로 임명되어서 망상역과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임기가 만료되었던 얼마 전인 2012년 5월말까지 활동하였다. 2010년과 2011년 하계수송기간에는 아예 망상역에 머물면서 업무를 도왔다. 사실 이름만 명예역장이지 기간 근무 직원이 더 맞는 듯 하고 대단하다는 말 이외에는 나오지 않는다. 망상역 매표소에는 그가 승객들과 찍은 사진들이 유리에 붙어 있으며 그것도 부족하여 얼굴 사진이 나오는 광고까지 있다.

 

 

   대합실 한쪽에는 그가 찍은 철도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망상역 대합실은 그의 사진 작품 전시관이 되어 버린 셈이다. 물론 이걸로 끝이 아니고 직접 제작한 스탬프에 전용 용지까지 비치하여 놓았다.

 

 

   아쉬운 점은 명예역장 박준규 씨를 직접 볼 수 없었다. 인터넷 상으로는 근무일이라고 하는데 내가 너무 일찍 방문한 듯 하다. 오전 8시부터 근무를 하는데 나는 아침 6시 20분에 도착하여 7시 31분에 망상을 떠났다. 그렇다고 남들이 쉬는 휴가철에 열정만으로 일하는 사람을 깨워서 만나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여겨졌다. 동호인들이야 어떻게든 만날 길이 있으니. 물론 이건 이 날 여행에서 이후에 실제 일어났다.


   근처에 수련원이 있어서 그런지 망상역 건물 앞에는 소나무가 심어져 있고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출퇴근 같은 통근이 아니라 휴양을 위하여 방문하는 곳이라는 느낌을 준다.

 


   망상역 건물은 단층으로 되어 있는데 가운데에는 개찰구가 있어서 뻥 뚫려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2004년에 현재 건물이 신축되었지만 승객들이 타고 내리기가 쉽게 잘 만들었다.

 


   망상역 앞으로는 왕복 2차선의 국도 7호선이 지나고 있다. 그렇지만 주변과의 교통은 매우 불편하다. 망상역 앞에는 버스정류장이 없어서 망상수련원까지 200m 가량 걸어가야 하고 망상해수욕장으로는 1km 가까이 걸어가야 한다.

 


   불편한 위치 때문에 승객이 없어서인지 망상역은 2011년 10월에 정기 여객열차는 정차하지 않게 바뀌었고 2012년 여름에도 변함없이 일부 무궁화호 열차가 정차하게 되었다. 명예역장이 역의 활성화를 위하여 여름 내내 고생을 하였지만 여름에만 열차가 정차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망상역의 근본적인 한계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지 않았나 생각된다. 다행인 점은 박준규 씨의 철도 사진 작품은 인근 묵호역에서 전시를 하고 있어서 계속 감상할 수 있으며 망상역은 간이역 위탁운영 국민제안공모에 당선된 곳에서 운영을 맡게 된다. 망상역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지? 대한민국 유일의 전업 철도 전문 여행작가인 박준규 씨의 또 다른 활동도 기대하여 본다.


* 방문일 : 2011년 8월 14일
  작성일 : 2012년 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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