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별어곡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자미원역(紫味院驛)으로 향하였다. 민둥산역 글에서 소개하였지만 별어곡역에서 자미원역으로 가려면 200m 가까이 올라가야 하므로 도로로 가면 4.9km에 불과하지만 철도로 가면 민둥산역 근처에서 U자형으로 한 바퀴 돌아서 가므로 13.1km를 가며 17분이 걸린다. 사실 자미원역을 가는데에는 시간이 중요하지 않다. 자미원역으로 가는 정선농어촌버스는 아침에 1왕복만 있고 여행 당시에는 3회 정차하는 무궁화호 열차가 전부였다. 2012년 6월 4일부터는 더 이상 여객열차가 정차하지 않기에 아침 일찍 정선농어촌버스를 타던지 걸어서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자가용이나 택시를 탄다면 그런 제약이 없다.


   국도제38호선을 따라서 정선선을 달리던 열차는 지장천을 건너서 민둥산역에서 태백선과 합류하였다. 급경사의 태백선은 객차를 달랑 2량을 연결한 디젤기관차도 힘겨운지 천천히 올라갔다. 올라갈수록 산 사이에 있는 정선의 산골이 멀리까지 보였다.

 


   무궁화호 열차는 자미원역에 도착하였다. 예상은 하였지만 내리는 승객은 나 혼자뿐이었고 타는 승객은 없었다. 자미원역은 물론 주변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적막하리라고 생각했다.

 


   무궁화호 열차는 제천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그런데 앞쪽으로 보니 몇몇 사람들이 포복을 하고 있었는데 총이 아니라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가끔씩 볼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게 무슨 일인지? 그것도 접근하기가 어려운 자미원역에서. 누군지 모르겠지만 손을 흔들었다.


   자미원역 승강장은 2면 3선으로 되어 있다. 승강장은 흙으로 되어 있고 턱은 깨지고 엉망인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이정표에는 화살표로 진행 방향을 표시하여 놓았지만 내가 내린 승강장에는 민둥산역 방향으로 화살표가 있어서 맞지 않았다. 승강장이 2개가 있지만 아무런 안내가 없으니 열차가 들어오는 걸 보고 맞는 승강장으로 이동해야 할 듯 하다. 물론 현재는 정차하는 열차가 없으니 의미가 없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자미원역의 이정표는 별어곡역의 그것과 같은 양식으로 되어 있다. 제천 방면으로는 조동역이라고 되어 있으나 승강장이 없는 신호장이어서 여객열차가 정차한 적이 없다. 인근 민둥산역의 이정표에는 자미원역이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자미원역은 언젠가는 여객열차가 정차하지 않으니 미리 표시하지 않은 느낌이 든다.

 

 

   자미원역은 2009년 7월 10일 직원이 철수하고 무인역이 되었다. 그래도 2002년에 건물을 재단장하여 깨끗하다. 방문하였을 당시에는 정차하는 열차가 있음에도 녹색 철조망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데 이전에도 여러 번 여객열차가 모두 통과하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다. 아침에만 1왕복 정선농어촌버스가 운행되어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번번히 취소되기는 하였으나 2012년 6월에 결국 정말 정차하지 않게 되었지만.

 

 

   건물은 깔끔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역명판의 상태는 좋지 못하고 직원이 근무하지 않으니 대합실은 소파와 나무로 된 긴 의자만 있을뿐 텅 비어 있다. 벽에는 시각표와 명예역장 사진이 붙어 있다. 당시에는 하루에 3회 열차가 정차하였는데 모두 제천-아우라지를 연결하는 무궁화호이다. 다만 1644열차는 정선5일장이 열리는 끝자리가 2, 7일에는 청량리까지 연장 운행한다.

 

 

   자미원역은 같은 태백선에 있는 추전역 다음으로 높은 해발 688m에 있다. 과거에는 있었다고 하는데 방문하였을 때에는 자미원역에서는 전혀 그런 안내를 볼 수 없었고 2번째라서 그런지 추전역과는 달리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추전역과는 달리 주변에 마을이 있지만 대중교통으로 오기도 어렵다.

 


   자미원역 건물 앞의 공간은 넓지 않다. 기차를 향하여 카메라를 들고 포복을 하고 있던 일행들의 차량이 있었는데 철도동호회(http://cafe.daum.net/kicha )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주말을 맞아서 자가용을 이용하여 기차를 찍기 위하여 강원도에 왔다. 자미원역에서 내가 내리는 걸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였다고 하였다. 원래 나의 계획은 두위봉을 넘어서 조동역으로 가려고 하였으나 이들이 말렸다. 지도를 보면 2009년에 포장이 된 두위봉을 넘는 구불구불한 도로인데 해발 980m까지 올라간 후 계속하여 내려가며 조동역까지의 거리는 9.1km 정도이다. 이들은 자가용으로 이 길을 힘들게 넘어서 자미원역까지 왔는데 걸어가는 건 무리이니 자신들의 차를 타고 가자고 하였다. 일정은 바뀌었으나 덕분에 편안히 이동하고 맛있는 점심까지 먹을 수 있었다. 이들의 여행기에도 나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승강장이 좁아서인지 내가 손을 흔드는 건 나오지 않았다(관련 글 보기). 다시 한 번 자미원역에서 만났던 철도동호회 회원들에게 감사드린다.


* 방문일 : 2011년 8월 14일
  작성일 : 2012년 6월 26일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