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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둥산역을 둘러보다 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타려고 한 정선농어촌버스는 이미 떠나버렸다. 1시간 뒤에 버스가 있으니 기다리는 것보다는 걸어가는 게 조금 더 빠르다. 거리가 6.2km이기는 하지만 내리막이 이어지고 길이 단순하므로 큰 부담이 없다. 국도 제38호선는 지장천과 정선선 철길 사이로 나란히 이어진다. 왼쪽에 있는 산의 중턱에는 태백선 철길이 있어서 가끔씩 기차가 지나가는 걸 볼 수 있다. 국도제38호선은 지나가는 차량은 많지 않으나 왕복 4차선으로 확장이 되어 있어서 차량이 빠르게 달릴 수 있다.

 

 


   남면교차로에서 도로가 분기되는데 남면으로 가려면 국도 제38호선에서 나와서 지장천을 따라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일방통행인 도로로 빠지면 된다. 철길과는 멀어져서 잘못 들어온 줄 알았다.

 

 


   도로는 정선군 남면 사무소가 있는 문곡리로 이어진다. 남면에서 가장 큰 민둥산역이 있는 무릉리가 아니라 현재 정차하는 열차가 없는 별어곡역(別於谷驛)이 있는 문곡리에 면사무소가 있다. 현재 위치에 면사무소가 설치된 게 1936년이므로 과거에는 문곡리의 규모가 무릉리보다 컸다. 별어곡(鱉魚谷)은 조선 중엽부터 부르던 이 지역의 이름으로 역 이름도 이에 맞추어서 지어졌지만 한자가 바뀌어서 '자라 물고기의 골짜기'에서 '이별의 골짜기'가 되어버렸다.

 

 


   남면 사무소 맞은 편에 별어곡역이 있다. 억새 이야기라는 조형물을 설치하여 놓고 건물은 재단장하였으며 앞에는 노란색으로 칠해 놓았다. 이전 별어곡역 건물 모양을 유지하면서 나무와 벽돌을 사용하여서 산뜻한 느낌이 든다. 별어곡역은 원래 1966년에 만들어진 건물이 있었으나 2009년에 재단장을 하였다. 그렇다고 별어곡역이 문화재로 지정된 건 아니고 정선선을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하는 정선군의 노력이다.

 

 


   별어곡역을 재단장하면서 억새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억새박물관은 억새전시관과 향토사료전시관이 있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동절기 오후 5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고 정선군청 홈페이지(관련 내용 보기)에 나와 있으나 문은 굳게 닫혀 있어서 유리문을 통하여 내부를 간단히 볼 수 밖에 없었다. 유리문으로 보이는 곳은 여객대합실로 정선선 기차를 기다라는 승객들이 기다리는 장소와 전시관의 휴식 공간을 겸하고 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시각표가 벽에 걸려 있는데 아예 들어갈 수 없으니 시각표를 볼 수 없었다. 억새박물관을 매일 개방하는 게 아니라면 문을 닫은 경우를 감안하여 시각표는 건물 밖에 따로 붙어놓아야 하지 않을까? 코레일에 민원을 넣으려고 하였지만 2011년 10월 5일에 모든 열차가 통과하게 되면서 그럴 필요성이 없어졌다.

 

 


   별어곡역 역시 스탬프가 있다. 하지만 무인역인 관계로 인근 민둥산역에서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그러나 상태가 좋지 못하여서 스탬프를 찍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2011년 가을에 이 스탬프를 없어지고 새로운 스탬프로 대체되었다. 새로운 스탬프는 오두막 같은 건물 하나에 나무가 자라고 있는 디자인을 하고 있다. 별어곡역의 상징성을 볼 때에는 없어진 스탬프가 더 낫다.

 

 


   별어곡역 건물은 재단장하고 승강장으로 통하는 통로까지 블럭으로 깔아놓았지만 여기까지이다. 선로는 자주 사용하지 않아서 녹이 슬었고 건널 수 있도록 깔아놓은 나무의 상태도 좋지 않다.

 

 


   별어곡역의 승강장은 1면 2선으로 되어 있어서 열차 교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분기기는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 요즈음은 분기기는 사무실에서 조작하거나 무인역의 경우에는 인근 역에서 조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분기기를 이렇게 수동으로 두었다는 건 그만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별어곡역의 승강장은 좁을 뿐 아니라 상태가 매우 좋지 못하다. 승강장은 포장이 되어 있지 않은 흙으로 덮여 있는데 풀이 자라고 있고 턱은 깨지고 무너져서 제대로 모양을 갖추고 있지 않다. 과거에는 선로가 더 있어서 2면 3선 구조였는데 선로가 철거되면서 사용하지 않는 승강장은 나무가 자라고 풀이 무성하다. 열차가 정차하는 역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승강장에서 유일하게 온전한 것은 이정표였다. 별어곡역을 재단장하면서 설치한 걸로 보이는데 자미원역의 이정표와 같은 양식으로 되어 있다. 글을 작성하는 현 시점에서는 인근 선평역도 별어곡역과 마찬가지로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

 

 


   이렇게 상태가 좋지 않은 승강장이지만 길이는 제법 길다. 지금은 정차하지 않지만 이전에는 정선5일장이 열리는 끝자리가 2, 7일인 날에는 청량리역을 오가는 무궁화호가 정차하였기 때문이다. 제천역을 오가는 무궁화호 열차는 객차가 달량 2량만 연결되지만 청량리역을 오가는 무궁화호는 객차 6량이 연결된다.

 

 


   원래 계획은 별어곡역까지는 버스를 타고 와서 여기서 자미원역까지 걸어가기로 하였지만 걸어서 여기까지 와서 예정보다 시간이 늦어졌다. 다행히 별어곡역에 정차하는 열차 시각과 맞아서 자미원역까지는 무궁화호를 타고 가기로 하였다. 폐역 수준의 승강장이고 철길 사정도 좋지 않아서 정말 기차가 다니는지 의심스러웠지만 7분 지연되어서 7500호대 디젤기관차가 객차 2량을 견인하는 무궁화호 1652열차가 들어왔다. 7550호대 디젤기관차는 산악 구간에서 화물열차 견인을 위하여 도입되었고 최고속도는 110km/h이나 여객열차 견인에도 많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성능이 좋은 8200호대 전기기관차가 보급되고 선로가 개량되면서 110km/h가 최고속도라는 한계 때문에 여객열차를 견인하는 건 보기 드물다.

 

 


   예상은 하였지만 승객은 몇 명 되지 않아서 객실은 텅텅 비어있다. 미리 예매를 하지 않았기에 승무원으로부터 승차권을 구입하였다. 비록 차내에서 발급받은 대용승차권이기는 하지만 별어곡역은 물론 자미원역도 이제 더 이상 열차가 정차할 수 없게 되면서 이제는 볼 수 없는 귀중한 승차권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별어곡역은 열차가 더 이상 정차하지 않기에 억새박물관만이 남았다. 이제는 남은 억새박물관을 활성화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 방문일 : 2011년 8월 14일
  작성일 : 2012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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