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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선 입석리역(立石里驛) 방문은 원래 계획에 없었으나 2012년 6월 27일에 솔안터널 개통에 따른 시각표 변경에서 무궁화호 1640열차가 정차하면서 추가되었다. 입석리역은 2008년 1월 1일부터 정기 여객열차가 정차하지 않았기에 어떻게 되어서 정차역으로 바뀌었는지 궁금하였다. 새로 철길이 정비되어서 통과역에서 정차역으로 되는 건 수도권전철 개통되는 경우에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이미 중단되었는데 다시 정차역이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입석리역은 태백선에 있지만 행정구역 상으로는 충청북도 제천시에 속한다. 그런 관계로 제천 시내에서 가기는 쉽지만 인접한 쌍룡역에서는 가끔씩 운행하는 제천시내버스를 타고 넘어와야 한다. 쌍룡역에서 오는 제천시내버스는 입석리역 앞까지 가지 않으므로 입석리역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시곡삼거리에서 내려야 한다. 10분 정도 탔지만 쌍룡역은 강원도 영월군에 있으므로 시외추가요금이 붙어서 1,2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바로 입석리역으로 갈 수 있지만 시간 여유가 있으므로 구내를 둘러보기 위하여 건물 반대편으로 걸었다. 단선으로 입석리역으로 들어온 선로는 분기되어서 점점 많아지지만 승강장은 건물 반대편의 1면 2선이 전부이다. 나머지 선로에는 화차가 머물고 있으며 이 화차를 견인하기 위하여 철도공사의 기관차와 시멘트회사의 기관차가 바쁘게 오가고 있다. 여객 승강장 옆의 공간에는 주민들의 텃밭과 집이 있어서 농사를 짓고 있어서 입석리역 안의 분위기와는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텃밭 뒤로는 언덕이 있는데 올라가면 입석리역의 철길을 조망할 수 있다. 입석리역은 16선의 선로가 있으며 태백선 본선에 해당되는 언덕에서 가장 가까운 2선을 제외하고는 화차가 유치되어 있고 기관차가 끌고 들어오고 나가고 있어서 상황은 계속 바뀌고 있었다.

 

 

   입석리역 건물은 벽돌로 된 2층 건물로 넓은 구내에 비하면 작아 보인다. 입석리역 뒤에 병풍처럼 있는 송학산 사이에는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북쪽으로는 아세아시멘트(http://www.asiacement.co.kr ) 공장이 철길로 연결되어 있다. 오른쪽으로는 현대시멘트(http://www.hdcement.co.kr ) 영월공장으로 가는 선로와 태백선이 보인다. 현대시멘트 영월공장까지는 8km의 단선 비전철화인 전용선으로 연결된다. 영월공장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에 있다. 아세아시멘트는 입석리역과 가깝게 있기에 전용선이 0.6km로 짧다.

 

 

   입석리역 북쪽에는 이들 선로를 볼 수 있는데 태백선과 현대시멘트 전용선은 도로 위로 지나가는 반면에 아세아시멘트 전용선은 건널목으로 되어 있다. 마침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화물열차가 지나가는데 화차가 30량이나 되고 속도가 느려서 한참을 지나가지 못하고 기다려야 했다. 전용선에서는 철도공사가 아닌 시멘트회사 소속의 디젤기관차로 견인을 하는데 속도보다는 견인력을 높인 디젤기관차여서 천천히 움직인다. 비어있는 화차는 30량까지 꽉 채운 화차는 20량까지 견인할 수 있다고 한다.

 

 

   한참을 기다려서 기차가 모두 지나가서 건널목을 지나갈 수 있었다. 철길은 무도천을 지나서 입석리역 구내로 들어간다. 무도천 철교에는 오래되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간첩을 신고하면 100만원 상금탄다'라고 적혀 있다. 아세아시멘트 전용선은 입석리역이 생긴 1965년에 만들어졌으니 그 당시의 상황을 알려주는 듯 하다.

 

 

   입석리역은 무도천으로 마을과 분리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입석리역 건물 앞에는 광장 같은 넓은 공간은 있지 않다. 현재 입석리역 건물은 1991년에 지어졌는데 가운데 대합실 공간이 약간 높게 만들어졌다.

 

 

   2012년 6월 27일부터 여객열차가 다시 정차하기 시작하였으니 대합실에는 무언가 변화가 있을 걸로 기대하였다. 하지만 대합실에는 먼지가 쌓인 운동 기구가 놓여 있고 매표소 창구는 여전히 막혀 있었고 여객열차가 정차하는 역에서 기본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표와 운임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이 어떤 일로 왔냐고 물어보기에 기차를 타러 왔다고 하니 놀랬다. 승차권을 보여주니 입석리역은 여객영업을 재개한 건 아니지만 승차할 수 있다고 한다. 기차가 도착하기까지는 1시간 정도 남았기에 역장으로부터 입석리역에 관한 설명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입석리역은 1956년에 영업을 시작하였으나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건 1965년에 아세아시멘트 전용선이 생기면서부터이다. 1992년에는 현대시멘트 전용선이 추가되면서 화물열차가 더 늘어나게 되었다. 현재는 2개의 시멘트회사를 오가는 화물열차 발송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즉 시멘트공장에서 나오는 화물은 시멘트공장 소유의 디젤기관차가 입석리역까지 견인하여 오고 행선지 별로 화차를 새로 조성하여서 목적지로 출발하게 된다. 반대로 시멘트공장에서 필요한 자재나 재료 등도 화차로 입석리역에 도착하게 되고 역시 조성을 하여서 시멘트공장 소유 디젤기관차가 견인하여 들어가게 된다. 국경을 넘는 국제열차가 국경역에서 기관차를 교체하여 운행하듯이 입석리역에서는 시멘트공장과 일반철도를 오가는 화차가 기관차를 바꾸는 경계역인 셈이다. 덕분에 여객열차는 전혀 정차하지 않지만 화물 수입이 1년에 3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중앙선 도담역 다음으로 화물 수입이 많다. 여객영업으로 이 정도 수입이면 경부고속철도 천안아산역과 비슷한 금액으로 웬만한 역들은 이만큼의 수입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객열차가 없는데 직원이 28명이나 배치되어 있다고 하는 황당한 신문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관련 기사 보기). 입석리역을 잘 모르는 철도팬들도 많지만 기자라면 좀 확인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이전과는 달리 여유 인원이 없어서 쉬거나 다른 활동을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고 한다.

 

 

   건설 현장은 춥고 낮이 짧은 겨울에는 공사가 느리게 진행되거나 멈추는 반면 낮이 긴 여름에는 공사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관계로 시멘트 수송은 봄에서부터 가을까지가 성수기라고 하였다. 인근 주민들의 항의 때문에 심야에만 잠시 입환 작업을 쉬고 있으며 나머지 시간에는 쉴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역장과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선로에는 계속하여 기관차와 화차가 끊임없이 오가고 있었다. 덕분에 태백선 제천역에서 입석리역까지는 수많은 화물열차가 운행하고 있어서 선로 용량에 한계가 와서 현재 복선전철화 공사를 하고 있으며 2013년에 완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원래는 쌍룡역까지 계획되었지만 입석리역에 비하면 쌍룡역의 화물 수요가 훨씬 적어서 입석리역까지만 일단 공사를 하고 있다.


   나에게는 2년 전에 동해남부선 나원역에서 전산 오류에 의하여 하차를 할 수 있었던 경험이 있다(관련 글 보기). 한 번 그런 사고가 있었으니 이번에는 전산 오류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실수는 한 번으로 충분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장은 입석리역은 여객영업을 재개할 이유가 없다고 하였다. 과거에는 입석리역 앞에 시멘트공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사원아파트가 있어서 하루에 500명 가까이 이용하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시멘트공장 직원들이 대부분 제천 시내에서 살고 있으며 자가용과 통근버스로 오가고 있으며 평균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제천시내버스를 타면 시내 중심가로 연결되어서 훨씬 편리하다고 한다. 제천역은 시내 중심가에서 벗어난 남쪽에 치우쳐 있다. 현재 사용하지 않은 여객 승강장은 복선전철화가 되면 선로로 바뀔 예정이어서 여객열차가 정차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내가 입석리역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열차에 탄 승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야기하는 동안 내가 탈 기차가 들어올 시간이 되었다. 역장과 작별인사를 하고 직원의 안내를 받아서 승강장으로 향하였다. 태백선의 다른 역들은 건널목으로 승강장과 연결되지만 입석리역은 유일하게 지하도를 통하여 승강장이 연결되어 있다. 건널목이 있으면 승객들이 이동할 때에 화차를 분리하여 건널목을 막지 않아야 하므로 입환이나 조성 작업에 장애가 된다. 그러니 1965년이라는 지하도가 드물었던 시기에 지하도를 설치하였다.

 

 

   지하도는 음침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폭이 좁고 화려하지 않고 단순할 뿐이었다. 지하도를 지나면 입석리역 건물에서 가장 멀리 있는 승강장으로 갈 수 있다.

 

 

   입석리역 승강장은 여객열차가 정차하지 않으면서 관리가 되지 않아서 풀이 자라고 있었고 턱의 표면이 벗겨지기는 하였지만 기차를 타고 내리는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승강장에는 2가지 형식의 이전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다. 승강장이 없어지면 이정표는 어떻게 될까? 입석리역과 제천역 사이에 있는 장락역과 송학역은 폐지되므로 이정표는 적어도 수정되어야 한다.

 

 

   무궁화호 1640열차가 정차하는 걸로 나온 이유는 입석리역에서 무궁화호 1639열차와 교행하는데 실수로 여객 취급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여객 취급이 아니라면 1639열차가 먼저 도착하는 경우 빠르게 통과하게 된다. 내가 입석리역에서 타는 승차권을 구입한 관계로 이 날은 교행과 관계없이 1640열차는 무조건 정차할 수 밖에 없다. 1639열차가 먼저 입석리역에 들어와서 대기를 하고 조금 후에 1640열차가 들어왔지만 입석리역에 정차하여서 출입문을 열었다. 내가 타고 나서 열차는 바로 출발하였다.

 

 

   2012년 6월 29일에 오류가 수정되었지만 나는 그 이전에 승차권을 구입하여 놓았기에 정차하게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여객열차가 정차하지 않기에 정말 특별한 경험이 된 셈이다. 하지만 스위치백이 없어지기 직전에 나한정역에 여객열차가 임시 정차하면서 실제 수요와 관계없이 수천장이 넘는 승차권을 기념으로 사 갔다고 하는데 현재 여객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역들도 특별한 행사를 해서 임시로 정차하는 것도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수입 증대를 위해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내가 구입한 승차권도 귀한 자료가 되어 버렸다.

 

 

* 방문일 : 2012년 7월 1일
  작성일 : 2012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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