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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동호회(http://cafe.daum.net/kicha ) 회원들의 자가용을 타고 정선읍으로 가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나의 다음 목적지로 갈 수 있도록 정선여객터미널까지 태워주었다. 이곳에서 다음 목적지인 함백으로 가는 정선농어촌버스를 탔다. 정선농어촌버스는 거리에 비례하여 요금이 올라가는데 함백까지는 4,540원이었다. 대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비싼 버스 요금이지만 함백으로 가는 농어촌버스는 하루에 3회만 있고 기차는 정차하지 않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당시에는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없었으나 2011년 11월부터 정선농어촌버스에서도 교통카드 사용을 시작하면서 따로 잔돈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졌다.

 

 


   정선읍에서 함백까지 빠르게 갈려면 자미원을 거쳐서 두위봉을 넘어야 하지만 이쪽 길은 인구가 매우 적기에 38번 국도를 따라서 마차령을 넘어서 예미를 거쳐서 함백까지 간다. 그렇지만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회송 목적이라서 그런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전구간을 탄 승객은 나 혼자 뿐이었다. 정선에서 할머니 한 분이 타시기는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내리셨다. 정선읍에서 함백까지는 40km가 넘는 거리인데 66분이 소요되었다. 구불구불한 태백선이나 정선선 철길과는 달리 도로는 잘 되어 있지만 정선농어촌버스는 속도를 많이 내지 않았다.


   함백은 행정구역 상으로는 정선군에 속하지만 이웃한 영월과 같은 생활권이어서 실제로는 영월농어촌버스가 더 많이 운행하고 있다. 정선읍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3회에 불과하지만 영월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12회나 운행하고 있다. 같은 군이라도 높은 산으로 이동이 어려운 관계로 이런 상황이 발생하였다.

 

 


   버스정류장 부근에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촬영하였던 엽기소나무를 찾아가는 길이 있다. 길 이름도 엽기소나무길로 지어졌다. 거리가 5km나 되고 대중교통이 없는 지역이라서 자가용이 없으면 방문하기 어려운 장소이기는 하다.

 

 

 

   함백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함백역(咸白驛)이 있는게 아니고 도로를 따라서 300m 정도 걸어가야 한다. 오른쪽으로 함백선 철길이 있고 안경다리라고 하는 짧은 철교가 있어서 함백역은 찾기가 매우 쉽다.

 

 


   이전에 태백선 기차를 탔을 때에 함백역에 정차한 적도 있고 함백선을 경유하여 운행하기도 해서 사실 함백역이 낯설지는 않지만 석탄 산업이 쇠퇴해지고 간이역은 정차보다는 통과를 하면서 폐쇄되면서 상황은 변하였다. 함백역도 이러한 상황에서 비켜갈 수 없었다.

 


   함백역의 주차장은 새로 정비를 해 놓았지만 주차되어 있는 차량은 없었다. 함백역 건물은 이전 모양과 비슷하지만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반짝반짝 새 건물이다. 2008년 11월 25일 행정안전부(http://www.mopas.go.kr ) 기록사랑마을로 지정되면서 복원되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함백역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관람을 원하면 미리 조동8리 이장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데 신동읍사무소(http://si.jeongseon.go.kr )에 전화를 해서 도움을 받는게 좋겠다. 다행히도 함백역 건물의 창문은 깨끗하고 막아놓지 않아서 창문을 통하여 안을 볼 수 있었다. 기록사랑마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전에 함백광업소가 있었을 당시의 함백의 사진과 당시에 사용하던 물건들을 전시하여 놓았다. 예전의 함백역 건물은 모양만 남아있고 문이나 창문은 없는 거의 폐가 수준이어서 충격적이었다. 함백역은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게 아니고 1957년에 완공되었는데 이렇게 빠르게 상태가 나빠졌을까? 물론 역이라는 게 직원이 근무하느냐의 유무에 따라서 차이가 심하다. 함백역은 1993년에 함백광업소가 문을 닫으면서 화물이 줄어들어서 1998년에 화물 취급이 중지되면서 일부 여객열차가 정차하는 무인역이 되었다. 무인역이 되면서 건물 상태가 좋지 못하였기에 2006년 10월 31일에 조용히 철거하였으나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야기하였다. 주민들은 함백역운영위원회(http://cafe.daum.net/hambaek-station )를 결성하여 성금을 모으고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서 함백역 건물을 복원하게 되었고 2008년에 기록사랑마을로 지정되면서 복원이 완료되었다. 그 사이에 2008년 1월 1일부터는 남은 1개 여객열차도 정차하지 않으면서 여객 취급이 중지되었고 방문하였을 당시에는 함백1터널의 보수공사 관계로 함백선의 열차 운행이 중지된 상태였다. 얼마 전 태백선을 지나갔을 때에도 아직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서 당분간은 함백선을 지나가는 열차를 볼 수 없다.

 

 


   함백선은 예미역조동역을 연결하고 있는 태백선과는 별도로 있는 철길이다. 실제로는 태백선보다 먼저 만들어졌고 태백선이 완공되고 나서는 단선인 태백선과 마치 복선처럼 운영되고 있다. 함백선 쪽이 태백선에 비하여 거리는 더 멀지만 경사가 완만하다. 해외에서도 이런 철길을 경험한 적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곳이 유일하다. 그런 관계로 함백역 건물 뒤에 있는 산 중턱에는 태백선 철길이 있다.

 

 


   함백역은 과거에는 석탄을 싣은 화물열차로 분주하였지만 현재는 선로가 철거되어서 열차 교행이 불가능한 1면 1선의 단선역이 되어 버렸다. 선로가 있던 장소에는 자갈이 그대로 남아 있고 승강장은 풀밭이 되었다. 승강장에는 이정표도 남아있지 않고 가로등도 모두 철거되어서 건물 쪽에 하나만 있는 등이 이곳이 함백역임을 알려주고 있다.

 

 


   함백역에서 조동 방면의 철길은 터널로 들어간다. 단순한 터널 같지만 솔안터널처럼 루프식으로 되어 있어서 산을 한 바퀴 돌면서 올라간다. 경사를 완만하게 하면서 한참 높이 있는 태백선 철길과 높이를 맞추려면 이렇게 올라가는 수 밖에 없다.

 

 


   함백선은 보수공사가 끝나면 다시 열차가 운행하게 되겠지만 함백역에 열차가 다시 정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주민들의 애환이 담긴 함백역 건물을 성금을 모아서 다시 짓고 마을의 기록 현장으로 남겼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이왕이면 이장에게 연락해야 들어갈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활용하여서 방문객들이 온다면 대접은 물론 설명까지 들을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하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전에 함백역도 이렇게 지역 주민들이 만나던 장소가 아니었을까?


* 답사일 : 2011년 8월 14일
  작성일 : 2012년 7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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