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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수역에서 나와서 승문역(繩文驛)으로 향하였다. 중앙선 철길 아래로 나란히 있는 도로를 걸어가면 된다. 국도도 지방도도 아닌 일반도로인데 차량이 뜸하게 오가서 여유있게 걸어갈 수 있다. 게다가 옆에는 서천이 유유히 흘러가서 좋은 산책길이다. 우리나라의 간이역들을 방문하면서 이렇게 철길과 가까이 있으면서 경치가 좋은 길들이 많은데 잘 알려지지 않은게 조금 안타깝다.

 

   얼마가지 않아서 지역 주민이 오토바이를 멈추고 태워주었다. 그런데 승문역이 어디인줄 모른다고 하셨다. 승문역을 지나서 내려달라고 했으나 오토바이의 소음 때문에 듣지 못하였고 결국 서천과 내성천이 합쳐지는 무섬교 부근에 내렸다. 다시 되돌아와야 했으나 예정보다 시간은 절약되었다.


   승문역은 임시승강장으로 1980년대에 여객영업이 중단되어서 안내판이 없고 철길이 분기되는 것도 아니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도로보다 위에 있는 철길을 따라 걸어가면 중앙선 열차가 자주 다니기에 위험하다. 다행히도 승문역 부근에는 서천을 건너서 마을을 연결하는 승평교가 있다. 이 다리는 노트리교라고도 하며 버스정류장 이름은 노트리교라고 해 놓았다. 과거에 승문역에 열차가 정차하였을 때에는 다리를 건너서 기차를 타러 왔다. 노트리교 버스정류장에는 영주시내버스 20번이 정차하는데 문수역을 지나가는 와현 20번이 아니라 용혈 20번이 정차하며 하루에 3왕복 운행하고 있다(시각표 보기).

 

 

 

   노트리교 버스정류장에서 조금 문수역 방향으로 가면 나무로 문을 만든 시설물이 보이고 바닥이 흙으로 된 철길로 올라가는 좁은 길이 있는데 이게 바로 승문역 승강장과 연결된다. 주민들의 요구로 설치된 역이고 이런 통로도 모두 주민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경전선 원북역과 같은 경우이다.

 

 

 

   이미 열차가 정차한지 30년이 넘어가니 승강장이라고 해서 거창하지 않고 침목으로 철길과 구분하여 놓은 게 전부이다. 좁은 승강장은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아서 지금은 잔디밭이 되어 버렸다.

 

 

 

 

   승문역의 좁은 잔디승강장은 작은 집의 앞마당과 연결되어 있다. 다른 분들이들의 답사기를 보면 집의 대문에는 '철도별장'이라고 적힌 간판이 있었다고 나오는데 내가 갔을 때에는 볼 수 없었다. 마당에 있는 '기차놀이터'라는 표시는 그대로 있었다. 저 집에 할아버지가 사신다고 하는데 현재는 살고 있지 않고 가끔씩 누군가 들리는 듯 하다. 주변의 밭은 농사를 짓고 있었다. 아치를 만들어 놓고 철길 앞에는 평상이 있어서 쉬어갈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이었다. 최고의 '기차놀이터'였다.

 

 

 

   밭에는 노란색을 한 작은 건물이 있는데 승문역 건물이다. 현재는 장작을 보관하는 장소이지만 과거에는 매표소가 있어서 승차권을 판매하였다고 한다. 하루에 300명 가까운 승객들이 승문역에서 타고 내렸다고 한다.

 

 

 

   침목으로 승강장을 만들었고 지금은 풀과 나무가 자라지만 승강장이라는 게 쉽게 구별이 된다. 저렇게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많은 승객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기차를 타고 내렸는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기적 소리가 들리더니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무궁화호 열차가 통과하였다. 문수역에서 여기까지는 선로가 직선에 가까워서 속도를 좀 내면서 달렸다.

 

 

   도로보다 높은 승문역에서는 서천은 물론 건너서 있는 마을까지 잘 보인다. 물론 기차를 타고 가면서도 이런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승문역을 지나서 평은역 방면으로는 곡선이 있어서 기차는 속도를 조금 줄여야 하지만 현재 영주댐 건설에 따른 선로를 이설할 예정으로 있어서 앞으로는 속도를 높이게 될 것이다. 이설되는 구간은 중앙선 개량에 맞추어서 250km/h로 달릴 수 있게 만든다고 한다.

 

   승문역은 임시승강장으로 1980년대에 여객영업이 중단되었지만 아직도 철도물류정보(http://logis.korail.go.kr )에도 남아있다. 다른 노선의 간이역들은 여객열차가 멈추지 않게 되면서 완전히 폐역이 되어서 철도영업거리표에서 완전히 없어졌다. 영주댐 건설에 따른 선로 이설은 실질적으로 승문역에서 시작되기에 이설된 이후에 승문역은 어떻게 될지 추이가 궁금해진다. 경전선 평화역처럼 이설 구간은 복선으로 선로가 깔리면서 존재감이 없다가 신호장으로 격상(?)될 수도 있다.

 

   2013년에 중앙선은 이설되었지만 승문역 앞의 철길은 조금만 이동하였다. 이후에 전철화와 복선화 공사가 진행되었고 2020년 12월 17일에 전철화가 되었다. 2021년에는 승문역은 어떻게 되었는지 다시 답사를 가 보게 되었다(관련 글 보기).


* 방문일 : 2012년 5월 28일
  작성일 : 2012년 7월 29일

  수정: 2021년 3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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