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로 만든 대기 장소가 있는 곡선 승강장을 갖춘 앵남역(鸚南驛)

   화순역 앞에서 무사히 화순농어촌버스 200번을 타고 앵남역(鸚南驛)으로 향하였다. 화순역에서 앵남역까지의 거리는 5.5km이지만 언덕을 하나 넘어야하기에 걸어가기는 좀 애매한 거리였다. 물론 버스를 타니 겨우 8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앵남역은 현재 정차하는 열차가 없고 철도영업거리 표에서도 없어진 폐역이지만 버스정류장 이름으로는 그대로 남아있다. 화순농어촌버스 200번 이외에도 화순농어촌버스 318번도 정차한다. 화순농어촌버스 318번은 칠구재터널을 지나서 광주 시내와 바로 연결된다. 화순농어촌버스 318번의 운행 시각표는 화순군청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시각표 보기). 이외에도 광주시내버스 진월177번이 200m 근처인 전남학숙 버스정류장까지 운행하고 있다. 광주시내버스 진월177번은 45분 간격으로 다니고 있으며 화순농어촌버스 318번처럼 칠구재터널을 통과하여 광주 시내를 연결하고 있다. 1999년에 개통된 칠구재터널은 앵남에서 광주 시내와의 왕래를 편리하게 하여서 결국 앵남역의 폐지를 가속화한 건 아니고 칠구재터널이 개통되기 직전에 앵남역을 이용하는 승객은 하루에 2명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이미 줄어들어 있었다. 정작 칠구재터널이 개통되기 전에 문을 연 도립전남학숙(http://www.cnhs.or.kr )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폐역이 되기 전까지 앵남역을 이용하였다. 도립전남학숙은 전라남도 다른 지역 출신 학생들이 머무는 기숙사인데 고향을 오가기 위해서는 광주로 가기보다는 앵남역에서 기차를 타는 게 편리하였기 때문이었다. 시골의 간이역임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이 젊은 특이한 역이었던 셈이다. 경전선 전라남도 구간의 경우에는 도시가 적고 시골 지역을 지나는 관계로 어르신 승객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앵남역의 사정은 그와는 달랐다. 물론 요즈음에는 방학 중에는 내일로로 경전선을 이용하는 젊은이들이 많기는 하다.

 

   앵남역은 철도건널목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좁은 지방도이기는 하지만 지나가는 차량은 꽤 많은 편이다. 과거에 앵남역에 기차가 정차하였을 때에는 차단기가 계속 내려가 있어서 차량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고 한다.

 

   앵남역의 승강장은 단선이고 선로는 곡선으로 되어 있다. 승강장에는 비나 눈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벽돌로 만들어놓았다. 과거에는 여기에 시각표가 붙어있고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정차하는 열차가 없다보니 먼지가 많고 버린 가구들이 방치되어 있었다.

 

   그래도 앵남역은 이정표는 그대로 있었다. 다른 블로그나 카페에서 본 이정표와는 약간 글꼴이 바뀐 것으로 보아서 누군가 주기적으로 관리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앵남역의 승강장을 곡선으로 되어 있고 주변에는 산이 있다. 화순역에서 효천역까지의 경전선 철길은 산 사이의 좁은 분지를 따라서 이어지고 터널을 지나기도 한다. 광주 시내에서는 가깝지만 많은 산 때문에 교통은 의외로 불편하다.

 

   앵남역에서 화순 방면의 철길은 크게 곡선을 그리고 있다. 도로는 확장을 하는 공사를 하고 있는데 철도는 아직 개량 계획이 없다. 열차가 올 시간이 아닌데 차단기가 내려갔다. 주변이 산이라서 시야를 가려서 어느 방향에서 열차가 오는지 알 수 없었다. 화순 방향에서 기적이 울리고 화물열차가 지나갔다.

 

   승강장 끝에는 마을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앵남리 마을 주민들은 여기로 앵남역에 들어갔었다. 정자가 하나 있어서 앵남리 주민들은 저기서 기차를 기다리지 않았을까? 차단기 소리가 나면 나와서 승강장으로 올라가면 되었다.

 

   현재는 앵남역에 열차가 정차하지 않아서 찾아오는 사람이 드물지만 근처에는 음식점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식사를 하고 있다. 길을 건너서는 화순 광산이씨 승지공비(和順光山李氏承旨公碑)가 있으며 오래된 집이 복원되어 있다.

 

* 방문일 : 2012년 7월 30일
  작성일 : 2012년 8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