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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연결하는 경전선은 급경사와 급곡선이 많아서 기차가 빠르게 달릴 수 없는 노선이었다. 그러나 경전선도 개량을 시작하면서 이제는 일부는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복선전철로 재탄생하고 있다. 2010년 12월 15일에 마산역까지 복선전철화가 되면서 KTX가 운행하기 시작(관련 글 보기)하였으며 2011년 5월 25일에는 전라선과 연결되는 순천역에서 광양역까지의 구간이 복선전철화가 되었다. 이제는 마산역에서 진주역까지가 2012년 10월 23일에 복선으로 일단 개통될 예정으로 있다. 이전에 이설된 구간과는 달리 중리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른 장소로 이전하며 중간에 있던 간이역은 사라지게 된다는 특징이 있다.


   새로운 진주역(晉州驛)이 문을 열기 전에 어떻게 되어 있는지 보러 가기로 하였다. 부산에 살 때에는 명절이 되어서 승객이 조금 많을 뿐이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모여있는 수도권은 사정이 다르다. 다행히도 설날 연휴가 시작되는 9월 29일에 출발하는 심야우등버스의 승차권을 예매할 수 있었다.


   자정이 되어서 도착한 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http://www.exterminal.co.kr )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명절에는 고속버스 회사의 버스로는 부족하기에 여행사의 버스들도 고속버스로 운행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평소보다 버스가 많아서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의 주차장은 혼잡하였다. 게다가 고속도로 혼잡 때문에 일부 버스는 늦게 도착하기도 하였다. 다행히도 내가 탈 진주로 가는 고속버스는 제 시간에 들어와서 빈 자리 없이 승객을 태우고 정시에 출발하였다.

 


   경부고속도로에는 버스 전용 차선이 있기에 정체가 되지 않을 걸로 예상하였으나 그렇지 않았다. 경부고속도로 구간에서 정체가 되어서 개양오거리까지는 5시간이 걸려서 평소보다는 1시간 이상 더 소요되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고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개양역으로 향하였다. 무인역이고 경전선 이설에 의해서 없어지는 개양역에서는 이전할 진주역이 보인다. 지금은 공사 중이라서 건널목이지만 경전선이 이설되면 진주역으로 들어갈 도로로 바뀌게 될 예정이다. 경전선이 이설되는 개양역이 없어지니 철도 건널목의 역할도 사라지게 된다. 그래도 이곳에 과거에 개양역이 있었다는 의미로 신호기라도 보존하여 놓고 안내판이라도 하나 설치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설될 진주역으로 가는 도로는 아직 만들고 있다. 도로 양쪽으로는 주택가가 있는데 과거에는 개양역 역세권이었지만 경전선 이설에 따라서 진주역 역세권으로 바뀌게 된다.

 


   이설될 진주역은 주변에 산이 있는 외진 지역이라서 들어온 차량은 한 바퀴 돌아서 빠져나가게 설계되고 있다. 진주역 건물 앞에는 차량을 타고 내릴 승강장을 만들고 있는데 역시나 광장을 만들어서 내려서 걸어가야 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왜 기차만은 타기 위하서는 귀찮게 광장을 지나가야 할까? 공항처럼 대합실 바로 앞에서 내리게 설계하면 안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현재의 진주역이 단층 건물에 입구에 삼각 지붕이 있는 단순한 형태이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진주역은 진주객사의 모양을 갖추고 있고 커다란 건물이다. 승객이 적은 경전선의 역들의 규모가 작다는 걸 감안하면 경전선에서도 가장 큰 규모이다. 창원중앙역이 작아서 혼잡하다는 것 때문에 진주역은 아예 처음부터 크게 지었을까? 그러나 창원중앙역과는 달리 진주역은 김천~진주 간의 철도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철도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진주역의 지붕은 나무로 되어 있다. 건물 안은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어떻게 대합실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태였다. 다만 우리나라의 다른 역들과 마찬가지로 대합실의 천장은 높아서 지붕을 나무로 짜 맞추었다는 게 드러난다.

 


   현재의 진주역은 건널목을 건너서 승강장으로 연결되지만 이설될 진주역은 지하도를 통하여 승강장과 연결된다. 지하도 입구에는 따로 지붕을 만들어 놓았다. 진주역은 여객 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는데 건물 앞에 승강장을 잘 활용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떻든 규모는 크게 만들고 있다.

 


   진주역의 승강장은 2면 4선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건물로도 부족하였는지 승강장 지붕까지도 한옥 양식의 지붕으로 덮어 놓았다. 건물과 승강장 사이에는 선로가 4선이나 있으며 승강장을 기준으로 건물 반대편에도 선로가 7선 이상 있다. 차량기지는 없고 선로는 많은 건 화물 영업을 염두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물론 장기적으로 김천~진주 간 철도가 개통되면 종착역으로 차량 유치까지 감안할 가능성도 있다. 진영역에서는 승강장의 길이를 짧게 만들었다가 KTX-1이 운행하게 되면서 나무로 임시 승강장을 만든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진주역은 처음부터 승강장을 길게 만들어서 KTX-1 정차에는 아무 문게가 없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대전-진주는 철도를 이용하면 우회를 하게 되어서 버스와 소요시간이 비슷하면서 운임이 3배 가량 비싸서 수요가 어느 정도 있을지가 의문일 뿐이다.

 


   진주역의 2면 4선 승강장은 일반열차와 KTX를 탈 수 있도록 저상홈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건물에서 마산 방면으로 조금 가면 고상홈 정도의 높이를 갖춘 승강장이 있다. 여기에는 지붕을 아직 만들지 않았으며 안쪽으로도 승강장이 만들어지고 있으나 아직 철길은 놓지 않았다. 화물을 싣기 위하여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길이가 꽤 길고 진주까지는 광역전철이 운행할 계획은 없으므로 아마도 ITX-청춘 같은 고속열차를 운행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가 생각된다. (순천-)진주-창원-부산-울산-경주-포항은 동남권을 이루고 있는 주요 도시로서 장기적으로는 이들 도시간을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는 열차가 운행할 필요성이 있다.

 


   일제 시대인 1925년에 문을 연 진주역은 광복 뒤에 지어진 건물을 제외하고는 일본의 역이라는 느낌이 무척 강하지만 이설되면서 지어지는 진주역은 객사 모양을 모방하여 우리나라 방식으로 바뀌었다.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느린 경전선은 경쟁력을 상실하여 진주역의 차량정비고는 폐쇄되고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경전선도 이제 직선으로 뻗게 바뀌었고 KTX도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과거 진주역의 영화를 다시 재현할 수 있을까? 이제는 공사는 거의 끝나가고 있으니 운영을 하는 코레일과 진주 시내에서 진주역까지의 교통을 책임질 진주시(http://www.jinju.go.kr )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 방문일 : 2012년 9월 29일
  작성일 : 2012년 10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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