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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교역에서 보성농어촌버스를 타고 득량역(得粮驛)으로 향하였다. 득량은 국도 2호선과 약간 떨어져 있어서 벌교에서는 하루에 6회만 보성농어촌버스가 운행하고 있다(시각표 보기). 그렇지만 보성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자주 운행하고 있다.


   득량 마을 안까지 들어가는 보성농어촌버스도 있으나 율포로 가는 버스는 마을 입구에 해당하는 오봉6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야 한다. 버스운전사는 여기서 득량역까지는 걸어서 5분이라고 하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버스정류장 앞에는 철도건널목이 있고 선로가 분기하는 득량역 구내가 보이므로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다.

 


   득량면 마을 중심가를 연결하는 좁은 길을 걸어가면 득량면사무소가 있다. 비록 국도에서는 조금 떨어졌지만 면사무소 소재지이다.

 


   좁은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득량역이 나온다. 득량역은 2층으로 된 산뜻하게 지어진 건물이다. 건물 앞에는 빈 공간이 있지만 넓지 않아서 주차장이나 택시가 대기하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광장으로 만들어놓은 보성역이나 벌교역과는 좀 차이가 있다. 같은 득량면에 속하는 예당역과는 달리 건물을 유리궁전으로 짓지도 않았고 필요한만큼 맞게 만들었다. 전 철도청장 고향의 옆동네라서 혜택을 받지 못하였다.

 


   득량역 대합실은 천장이 높지 않고 넓지는 않지만 기다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에어컨이 없어서 선풍기 바람과 정수기의 시원한 물에 의지해야 하지만 시골의 작은 역에서는 이것도 나쁘지 않다. 잠시 쉬어가는 나보다 여기서 외롭게 근무해야 하는 직원들이 더 힘들지 않을까? 대합실에는 텔레비전이 있고 매표소 앞에는 화분이 늘어서 있다. 커다란 유리에는 과거와 현재의 득량역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천장이 높고 커다란 대합실로 위압감이 느껴지는 예당역에 비하면 아기자기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마을 느낌도 국도 바로 옆에 있는 도로가 제법 넓은 예당과 국도에서 벗어나서 좁은 도로의 득량으로 비슷하다. 매표소에서는 기념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교통이 조금 불편하지만 스탬프 때문에 이 역을 방문하는 경우도 꽤 있는 듯 하다.

 


   득량역은 승강장 뒤 남쪽으로 오봉산이 보여서 소원을 비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역에서 이렇게 소원을 비는 장소가 있는 건 처음 본 듯 하다. 역에 이야기거리를 만들자는 측면에서 설치되었는데 코레일 사장이 바뀐 현 상황에서는 유지될지 모르겠다. 대도시에 있는 역도 아니고 철거 비용이 부담스러우니 그대로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열차가 도착할 시각이 되어가서 득량역 승강장으로 나갔다. 득량역의 승강장은 1면 2선으로 열차 교행이 가능하다. 승강장 중앙에는 지붕이 설치되어 있어서 기둥식으로 된 이정표에 매달려 있는 이정표가 있다. 보성역부터 벌교역까지는 모든 역에 모든 열차가 정차하고 무인역이 없다.

 


   득량역에는 좁은 화물승강장이 있기는 하나 현재는 공식적으로는 화물 취급이 중지된 상태이다.

 


   득량역에서는 경전선 전구간을 달리는 무궁화호인 1951열차와 1954열차의 교행이 이루어진다. 부전과 목포 사이의 417.1km를 7시간 32분(1951열차) 또는 7시간 58분(1954열차)을 달리게 된다. 거리로 보면 경부선 전구간(441.7km)에 비해서는 짧으므로 속도가 느린 열차라고 하겠다. 물론 운행하는 전구간이 그런 건 아니고 경부선, 경전선 삼랑진~마산, 호남선 구간에서는 빠르게 달린다. 2012년 말에는 경전선 마산~진주 구간이 복선전철화가 되면 1시간 가까이 소요시간이 감소하게 될 예정이기에 느린 열차라는 이름은 더 이상 맞지 않을 듯 하다. 경전선 철도는 경상남도 구간부터 복선전철화로 개량되고 있지만 도로는 2012년 4월에 남해고속도로 연장인 영암~순천 구간이 개통되면서 이제는 시외버스를 타면 4시간만에 연결되고 있다. 1951열차와 1954열차는 디젤기관차가 객차 3량을 견인하는 편성으로 카페카는 없어서 승객들의 불만이 많다. 방학 기간에는 영남과 호남을 연결하는 얼마되지 않는 열차이기에 내일로를 사용하는 젊은이들로 붐비지만 다른 때에는 한산한 편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겠다.

 


   순천 방면으로 가는 1954열차는 타는 승객이 몇 명 있었으나 1951열차는 나 혼자 승차하였다. 그래도 1951열차에서 내리는 승객들이 몇 명 있었다. 시외버스가 들어오지 않는 득량에서는 철도가 순천이나 광주를 연결하는 유일한 대중교통이다.


* 방문일 : 2012년 7월 30일
  작성일 : 2012년 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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