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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두천역을 출발하여 54분을 달려서 통근 열차는 종착역인 백마고지역에 도착하였다. 백마고지역은 단선 승강장으로 되어 있어서 들어온 열차는 바로 되돌아가게 되어 있어서 열차는 천천히 진입하였다. 대한민국에서 기차가 다니는 최북단에 있는 역이지만 간이역이고 직원은 상주하지 않는다. '기차가 다니는'이라는 수식어를 넣은 이유는 실제 대한민국의 최북단역은 동해북부선의 제진역이기 때문이다. 제진역은 북한으로만 철길이 있어서 현재는 방치되어 있다. 백마고지역 단선 승강장에는 지붕이 없으며 철조망에는 한반도기가 걸려 있어서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현재 경원선 통근 열차는 차량이 줄어들어서 3량 편성으로 운행하고 있으나 승강장은 이보다 더 길어서 6량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길이이다. 다만 단선이므로 동차가 아니면 되돌아가기가 어렵다. 민간인 통제 구역 직전에 있는 경의선 임진강역과는 다른 점인데 임진강역은 승강장은 1면 1선이지만 기관차를 떼서 반대 방향에 붙일 수 있도록 선로가 하나 더 있다. 아마도 더 북쪽에 철원역이 복원되면 열차 회차 등을 위한 시설을 갖출려고 계획한 모양이다.

 

 

   백마고지역의 선로는 승강장을 지나면 얼마가지 않아서 끝이 난다. 신탄리역을 대신할 최북단의 역인데 무언가 좀 허망하기는 하다.

 

 

   승강장에 있는 동안 들어온 기차는 되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다시 신탄리역으로 빠져나갔다. 백마고지역에서 머무는 시간은 시각표 상으로는 8분이다. 오랜 기간 신탄리역이 종착역이어서 차내 청소는 신탄리역을 출발할 때에 시작하고 신탄리역에 되돌아가면 청소를 한 직원들이 내리게 되어 있다. 무인역이기는 하지만 신탄리역에서 상황을 볼 수 있도록 CCTV가 설치되어 있으며 열차가 진입하거나 출발할 때에는 자동 안내 방송을 하고 있다.

 


   간이역에 맞게 백마고지역 건물은 작게 지어졌다. 승강장 쪽에서는 전면 유리로 되어 있어서 내부가 환하게 보인다.

 


   들어가면 백마고지역에서 환승이 되는 농어촌버스의 시각표가 붙어 있고 안보관광버스 운행에 관한 안내가 되어 있다. 백마고지역 개통 이전에는 철원군의 제일운수와 연천군의 연천교통 두 회사가 운행하는 관계로 일부 시간대에는 2대의 버스가 동시에 동송을 출발하기도 하고 버스가 없는 시간대도 있는 문제가 있었으나 경원선이 백마고지역까지 연장되면서 일부 제일운수 버스는 신탄리역까지 가지 않고 백마고지역까지만 운행하게 되면서 이런 문제가 해소되었다. 동송이나 신탄리에서의 출발 시각은 철원군청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시각표 보기). 물론 동송에서 바로 의정부나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배차간격과 소요시간이 조금 짧은데 요금은 2배 이상 비싸고 주말이면 정체가 심하다. 안보관광은 휴전선 인근 지자체의 주요 관광 상품인데 사실 이전에는 자가용으로 오지 않으면 이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백마고지역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런 연계 관광이 편리해져야 한다. 걸어서 조금만 가면 임진강과 함께 평화랜드(http://dongmapark.co.kr )가 있는 임진강역과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인역이므로 백마고지역의 대합실은 작다. 그렇지만 난방이 되고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으며 현지 주민이 중심이 된 자원봉사자들이 승객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무인역에서는 이런 경우가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인역이 되면 건물은 개방되더라도 냉난방은 생각할 수 없고 화장실은 폐쇄되고 창문은 나무판으로 모두 막아버린다. 무인역 관리를 하는 명예역장조차도 역에서는 여름에는 더위와 겨울에는 추위와 싸워야 한다. 백마고지역에서 열차는 운행하는 코레일에서는 승객이 적으니 무인역으로 하였지만 철원군에서는 소중한 역이기에 그나마 이 정도 되는 셈이다. 나중에 승객이 적어서 자원봉사자도 철수하더라도 철원은 겨울에 영하 25도 이하로 내려가는 등 매우 춥기에 어느 정도 난방은 해야 하고 건물을 폐쇄해서는 안된다.

 


   경원선 통근 열차는 17왕복이 운행하고 있지만 현재는 9왕복만 백마고지역까지 운행하고 있다. 철원군민들의 나들이나 철원으로 오는 관광객들이 편리하도록 아침과 저녁에는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고 나머지 시간대에는 2~3시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다. 사실 신탄리역까지 오는 열차를 탄다고 해도 신탄리역에서 농어촌버스를 타면 쉽게 철원으로 넘어올 수 있다.

 


   백마고지역 건물 자체는 크지 않기에 철원군에서는 농축산물 홍보판매장을 옆에 만들기 시작하였다. 백마고지역 개통 첫날에는 통근 열차가 만원으로 도착하였고 방문한 날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탔는데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여 본다.

 

 

   유래없는 21세기에 만들어진 간이역인 백마고지역에는 건물과는 달리 매우 넓은 주차장을 갖추고 있다. 지방이나 시골에서는 자가용 이용이 많은데 어떻게 보면 철원군민들을 철도로 끌어들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주차장 한쪽에는 천막이 설치되어서 철원군의 농축산물을 홍보하고 판매하고 있다.

 


   주차장은 백마고지역 건물 북쪽뿐만 아니라 남쪽에도 조성하고 있었다. 관광객을 연계 수송할 수 있는 버스 전용 주차장과 농어촌버스로 환승할 수 있는 버스정류장이 추가로 필요하다. 농어촌버스 시각표는 있지만 정작 정류장 표시는 없어서 도로변에서 타라고 되어 있으니.

 


   백마고지역에서 나와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백마고지역의 선로는 단선으로 끝이 막혀 있는데 노반 역시 끝이 나고 연장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나무까지 깔끔하게 심어놓았다. 더 이상의 경원선 연장은 아직 고려하지 않은 듯 하다.

 


   백마고지역은 3번 국도 바로 옆에 있고 주변은 논과 밭으로 조금 떨어진 장소에 마을이 있다. 멀리 산이 있고 평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추운 겨울이라서 논에 있는 물은 얼었지만 무엇을 찾아다니는지 새들이 무리를 이루어서 날아다닌다. 여기가 전쟁을 멈춘 선이라는 휴전선 인근 지역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평화롭다. 아쉬운 점은 마을로 바로 연결되는 길이 없어서 돌아서 가야 한다. 가장 가까운 대마리의 경우 마을까지 걸어서 5분이 넘게 걸리는데 가로등이 드문 이 지역에서는 밤에 오가기는 무리일 듯 하다.

 

 

   도로에는 백마고지역 개통을 기념하는 현수막이 있다. 60년만에 철원군에 다시 들어온 철도는 이제 분기역이 아닌 종착역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직원은 없는 무인역으로 최근에 지어진 역이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작은 규모로 만들었다. 그래도 철원군에서는 농축산물 홍보판매장을 만들고 자원봉사자를 배치하고 안보관광버스를 운행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요즈음에는 새로운 역이 생긴다고 해서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도 아니다. 경전선 진례역처럼 영업을 시작할 때부터 사람은 보기 힘든 경우도 꽤 있다. 백마고지역이 잘되어서 시설공단에서 간이역으로 만든 걸 후회하고 시설 확장을 하는 상황이 되기를 기대하여 본다.

 

* 방문일 : 2012년 10월 24일

  작성일 : 2012년 10월 26일


* 이 글은 방문일인 2012년 10월 24일 기준으로 이후에 백마고지역에는 농축산물 홍보판매장이 완성되었으며 시각표 변경이 되어서 열차 회수가 더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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