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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원선 일부 구간이 복원되면서 문을 연 백마고지역은 예상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백마고지역이 개통되면서 철원군에서는 농축산물 홍보판매장을 만들고 관광지를 연결하는 평화누리길을 새단장하고 많은 승객에 맞추어서 통근열차 증편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요즈음은 한파 때문인지 방문이 좀 줄어든 듯 하다. 철원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추운 곳 중 하나이기에.


   백마고지역은 논 사이에 있어서 관광지를 가려면 이동을 해야 한다. 열차 시각에 맞추어서 운행하는 농어촌버스를 타야 갈 수 있는 장소가 많다. 그나마 가까운 곳은 백마고지 전적지와 대마리 마을 정도이다. 이 두 장소는 적당한 대중교통이 없어서 걸어서 가는 게 가장 좋다. 물론 요즈음 같은 한겨울에는 찬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기 때문에 방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백마고지 전적지를 찾아가는 길은 매우 간단하다. 백마고지역에서 나와서 북쪽으로 가면 대마사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좌회전을 하면 된다.

 


   좌회전을 하면 대마리백마고지라고 적어놓은 커다란 바위가 있다. 조금 더 걸어가면 백마고지 전적지로 가는 길이 나누어진다. 길에는 인도가 따로 없지만 차량 통행이 적어서 철원평야와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면서 걸어가기에 좋다.

 


   백마고지 전적지 직전에는 하천을 건너가는 다리가 있다. 다리에는 하얀 말의 조각이 있어서 백마(白馬)를 뜻하고 있다. 휴전선에서 가까운 지역이라서 군인을 태운 차량이나 탱크 등의 군사 목적의 차량이 많이 다니는지라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탱크 무게에 따른 제한 표시가 있다.

 


   다리를 건너가면 언덕 위에 있는 백마고지 전적지의 넓은 주차장이 있다. 아직 아침 이른 시간이라서 주차한 차량은 없이 텅 비어 있고 하늘에는 새들이 대열을 맞추어서 날아가고 있었다. 주차장 옆에는 화장실과 백마고지휴게소가 있다. 이곳 화장실은 다른 지역에 있는 공중화장실과는 다른 점이 있는데 겨울에는 난방이 가동된다. 겨울에 워낙 추운 철원이므로 화장실의 물이 얼어버리면 곤란하기에 난방이 가동되어서 물이 얼지 않게 유지하고 미지근한 물도 나온다. 10년 전에 일본 최북단인 소야미사키[宗谷岬]에 갔을 때에 버스를 기다리기 위하여 몇 시간을 머물러야 했는데 추위를 피할 장소가 없어서 화장실에 들어갔던 생각이 났다.

 

 

   백마고지 전적지는 열쇠부대라고 알려진 제5보병사단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 백마고지 전적지에는 이곳에 관한 설명이 있는 간단한 팸플릿이 비치되어 있다.

 


   전적지 앞에는 M113A1 장갑차가 보존되어 있다. 크지는 않지만 13명이나 타고 갈 수 있는데 최고 64km/h까지 낼 수 있다고 하니 승차감은 그다지 좋지 못할 듯 하다.

 


   경사로를 따라서 올라가게 되어 있고 길 양쪽으로는 나무를 잘 정돈하여 놓았다. 이 경사로를 따라서 차량이 오르내리는 경우도 있다. 올라가면서 철원평야에 있는 논과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뒤에 있는 탑에 비하면 작고 초라하여 보이는 백마고지 위령비가 있다. 바위 아래의 비석에는 백마고지 전투에서 희생된 군인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백마고지 전투는 1952년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불과 열흘 동안 진행되었으나 중국군은 1만명 정도의 전사자와 포로가 발생하였으며 국군 역시 3,400여명의 사상자악 발생한 세계 전사상 유례가 없이 치열한 전투였다. 그러다 보니 전사자들의 이름이 비석 앞뒤로 빽빽하게 적혀 있다.

 


   비석을 지나가면 작은 기념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백마고지 전투에 관한 설명과 관련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10일 사이에 12번의 전투가 있었는데 이 정도면 적군과의 전투가 잠시 소강 상태가 없이 거의 계속하여 전투가 있었다고 보는 게 맞을 듯 하다. 기념관에는 각각의 전투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사용되었던 무기가 전시되어 있다.

 


   이러한 엄청난 전투 덕분에 이름없는 야산은 백마고지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백마고지라는 이름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격전을 치루고 나서 야산의 모양이 백마가 누워있는 모습과 비슷하여서 이름이 지어졌다는 게 가장 유력하다. 정작 한자가 동일한 일산에 있는 백마는 흰 말과는 전혀 관계없이 백마역이 설치되었을 때에 인근의 백석과 마두에서 하나의 글자씩 가져와서 만들어진 지명이다.

 


   기념관을 지나면 커다란 위령탑이 있다. 위령탑은 사람이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이걸로 백마고지 전적지가 끝나는 게 아니다. 바닥이 돌로 된 나무 사이로 있는 길이 이어지고 끝에는 자유의 종이 있는 상승각이 있다. 늦가을이고 철원의 추운 날씨 때문에 나무는 가지만 남았지만 봄에서 초가을까지는 잎이 무성하여 터널처럼 되어 있다고 한다.

 

 

   상승각에서는 비무장지대에 있는 진짜 백마고지가 보인다. 아무리 전투가 치열했다고 하여도 해발 395m의 산이 거의 낮은 언덕으로 낮아질 수는 없다. 그렇지만 백마고지는 비무장지대 안이라서 출입이 제한되므로 민간인통제구역에서 바로 앞의 언덕에 백마고지 전적비를 만든 셈이다. 상승각 앞으로는 내리막 길인데 여기서부터는 민간인통제구역이므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문이 있다.


   넓은 철원평야와 새들이 날아다니는 평화롭고 자연이 아름답지만 군인이 타고 있는 차량이 지나가고 곳곳에 있는 경고문과 철조망이 이곳은 전쟁을 잠시 쉬고 있다는 휴전선에서 가까운 지역이라는 걸 실감나게 한다. 유럽처럼 자유롭게 국경을 오가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언제 통일이 되고 육로로 해외를 갈 수 있는 날이 올까?

 

* 방문일 : 2012년 11월 24일
  작성일 : 2013년 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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