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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여수엑스포, Expo 2012 Yeosu Korea, http://www.expo2012.or.kr )이 개막한지 벌써 2달이 넘었고 이제는 폐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에 가려다가 폭우가 내려서 가지 못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꼭 한 번 가보려고 하였지만 33,000원이라는 비싼 입장료는 부담스러웠다. 물론 그만큼의 볼거리가 있기는 하겠지만 줄을 한참 서야 들어갈 수 있는 전시관이 많으니 기다리다가 시간을 다 보낼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이라면 왕복 KTX 할인을 받으면 그래도 입장료의 가치를 한다고 하지만 부산에서는 기차로 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할인되는 금액도 크지 않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여수세계박람회에서 '지자체 방문의 날'을 설정하여서 입장료를 파격적으로 낮춘 3,000원에 판매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3,000원이면 거의 공짜로 들어가는 셈이다. 동사무소에 가서 구입하였는데 신분증 확인도 하지 않았다. 현재 살지 않아도 해당 동사무소에 가면 아무나 원하는만큼 구입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입장을 할 때에도 신분증 확인은 없었다. 원칙적으로는 해당 지자체 주민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어야 하지만 한 명이라도 더 입장시켜서 관람인원을 늘려야 하는게 주최측의 생각이니깐.

 


   수도권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누리로이지만 동남권에서는 아직 운행하고 있지 않아서 한번도 타 보지 못하였기에 이 기회에 한번 타기 위하여 순천역으로 향하였다. 물론 누리로는 무료로 운행하고 있으며 부산에서 여수로 가는 고속버스는 우등 차량 위주로 운행하기에 비슷한 거리의 순천에 비하여 버스 요금이 훨씬 비싸다는 점도 반영이 되었다.


   순천종합버스터미널(http://www.usquare.co.kr/Local/suncheon.asp )에서 뛰어서 순천역에 와서 셔틀열차가 출발하는 경전선 승강장으로 갔으나 정원을 채운 열차는 출입문을 열어주지도 않고 대기만 하다가 출발하였다. 보통 승강장으로 사람들이 뛰어오면 기다려주는 게 기차인데 이렇게 야박하게 가는 건 이상한 경험이었다. 셔틀열차는 정원이 423명으로 선착순으로 탈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셔틀열차의 중간 정차역으로 율촌역이 있었으나 율촌역을 통과로 바뀐 이유이기도 하다. 순천역에서 정원을 채웠는데 정차를 해 보았자 태울 수가 없으니 오히려 문제가 된다.

 

 


   아쉽게 누리로를 탈 수 없었던 사람들은 바람이 부는 승강장 의자에 앉아서 쉬었다. 반면 여수엑스포 방면 승강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료는 아니지만 여수세계박람회를 가려면 기차보다 더 좋은 교통수단은 없다. 보통 여수엑스포 방면 승강장은 내리는 승객이 많고 타는 승객은 적은 편인데 여수세계박람회가 반대로 바꾸어 버렸다.

 


   다음 셔틀열차까지는 2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러기는 싫어서 순천시내버스를 타고 율촌으로 향하였다. 옛 율촌역에서 소개하였듯이 율촌은 순천과 여수의 경계여서 두 도시의 시내버스를 모두 탈 수 있다. 여수시내버스는 여수세계박람회 기간에는 무료이니 순천시내버스 요금만 내면 된다. 율촌까지는 잘 갔지만 정작 여수시내버스는 오지 않는다. 가게 유리에는 여수세계박람회 기간의 여수시내버스 시각표가 붙어있다. 이대로 운행한다면 1시간에 3대 정도가 있는데 55분을 기다려서야 시내버스가 들어왔다. 그 사이에 버스정류장은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는데 여수세계박람회에 가려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수시민들은 무료 입장이란다. 오늘 관람이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 바로 들었다.

 


   여수시내버스 32번(노선도 및 시각표 보기)를 타고 내린 곳은 여수종합터미널(http://www.usquare.co.kr/Local/yeosu.asp )이었다. 자동발매기에서 예약한 고속버스 승차권을 발권받고 근처에 있는 이마트(http://store.emart.com ) 여수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여수세계박람회장 안은 물가가 비싸니.

 


   시외버스터미널 버스정류장에는 자원봉사자들이 텐트까지 준비하여서 여수세계박람회에 가려는 관광객들을 위하여 안내와 함께 버스 승하차를 돕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자원봉사자들이 없다고 해도 버스정류장에 박람회장으로 가는 버스 노선을 크게 적어놓으면 그만이다. 가장 먼저 온 여수시내버스 84번(노선도 및 시각표 보기)를 탔는데 노선안내도는 하차하는 문 위의 손잡이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잘 보이지도 않는 장소에 노선도를 왜 붙여놓았는지? 정작 박람회장에서 가까운 정류장에서는 안내방송 소리가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고 승객들이 맞냐고 운전사에게 물어보았지만 운전사는 벙어리인지 아무런 응답이 없고 한 승객이 맞다고 하니 모두 내렸다. 몇몇 승객들은 이렇게 더운데 괜히 먼 여수까지 왔다는 말을 뱉었다. 하루에 10만명 이상이 계속 방문하고 있는 여수세계박람회가 2달 이상 계속되고 있어서 피로감이 몰려오나?

 


   여수시내버스 84번은 박람회장 바로 앞까지는 가지 않으므로 여수중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어디에 박람회장이 있는지 안내는 없었으나 여기 내리면 목적지는 박람회장이므로 사람들을 따라서 가기만 하면 되었다.


   여수세계박람회장 정문이 있는 교차로에는 시외버스 임시 정류장이 있다. 실제로는 시외버스뿐만 아니라 고속버스도 일부 출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을 경유하려면 교통 체증이 심해서 소요 시간이 많이 길어지기에 일부 노선의 일부 편에 한해서만 경유를 하고 있었다. 다만 광주나 서울처럼 여수에서 편수가 많은 노선의 경우에는 여수종합터미널에서 출발하지 않고 이곳에서 출발하는 편도 있다. 요금은 여수종합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경우와 동일하다.

 


   입구 옆에는 매표소가 있고 지자체 방문의 날 창구도 하나 있었다. 특별할인권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어서 문의를 하니 바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간단한 보안검색을 거쳐서 들어갔다.

 


   짧지만 5시간 30분 동안 바쁘게 국제관 일부만 둘러보고 오후 9시가 넘어서 나왔다. 여수종합터미널로 가야 귀가하는 고속버스를 탈 수 있는데 이미 도로는 교통체증으로 차량은 조금씩 겨우 움직이고 있고 가끔씩 오는 시내버스는 만원으로 탈 수도 없었다.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면서 점원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이런 상황이 매일 자정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박람회장 정문에서 여수종합터미널까지의 거리는 3.1km이고 언덕을 하나 넘어야 하므로 도보로는 40분 가까이 소요되므로 그렇게 되면 예매한 고속버스를 탈 수 없다.


   다행히도 박람회장 들어가기 전에 시각표를 확인하여 보니 22:10에 부산사상으로 가는 고속버스가 있어서 이곳을 경유하여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럴 경우 비어있는 자리라도 채우지 않고 출발하므로 여기서 타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확인을 위하여 매표소에 문의하니 별도로 버스가 있고 이걸로는 여기서 탈 수 없으니 여수종합터미널에 가서 환불을 받으라고 한다. 고속버스 승차권은 철도의 그것과는 달리 출발하는 터미널에서만 발권과 환불이 가능하다.


   이미 오후 10시가 넘어서 출발시각이 지났다. 여수종합터미널에서 환불받는 경우에는 수수료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돌려받는데 기차와는 달리 출발시각 이후부터 이틀까지는 동일한 수수료를 공제하기 때문에 서두를 이유가 없었고 여수종합터미널까지의 이동도 아직은 어려웠다. 22:10에 출발한다는 버스에 비어있는 자리가 있으면 승차를 노려보고 만일 없으면 고속버스 승차권을 환불받은 후에 순천까지 시외버스로 이동한 후에 순천역에서 머물다가 무궁화호 1944열차를 타고 귀가하려고 했다. 순천에서 부산까지는 시외버스와 고속버스가 있지만 첫차가 오전 7시 이후에 있어서 기차보다 늦게 있다. 부산 도착은 비슷하겠지만 그래도 빨리 타고 쉬는게 낫다.


   평소 같으면 여수종합터미널에서 박람회장 정문까지는 차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엄청난 교통체증으로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는 지연되어서 도착하였다. 무조건 타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기에 버스가 도착하면 직원이 승차권을 확인한 후에 승차를 시켰다. 버스는 20분 정도 지연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의자 하나 없는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려야 했다. 박람회장 정문 부근에는 의자가 있기는 하지만 거기서 기다렸다가는 버스가 지나가서 놓칠 수 있기에 그럴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이상한 점은 매표소에 붙어있는 시각표는 22:10이라고 나와 있는데 기다리는 승객들의 승차권에는 22:20이라고 되어 있고 22:10 출발 버스의 승차권을 가진 사람은 볼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여수는 이런 큰 행사를 하기에는 부족한게 많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예정보다 30분이 늦어서 부산사상으로 가는 고속버스가 들어왔다. 이정표에는 '여수엑스포'가 아니라 '여수'라고 적혀 있었고 승객들이 몇 명 타고 있었기에 여수종합터미널에서 출발한 차량이었다. 그러나 출발시각이 다른 차량일 수 있으므로 다른 승객들이 모두 탈 때까지 기다렸다가 직원에게 승차권을 보여주고 탈 수 있는지 문의하였다. 직원은 '여수 승객이 여기서 타시네'하시면서 승차하여 빈 자리에 앉으라고 하였다.

 


   승강장에는 나와 비슷한 상황인 할머니가 한 분 계셨다. 나와 다른 점은 인터넷으로 예매만 하고 승차권을 발권받지 않았다. 여수 출발이어서 여기서 발권을 받을 수 없었는데 문제는 출발 시각이 지나면서 자동으로 취소되고 말았다. 결국 그 분은 버스를 탈 수 없었다. 나는 미리 여수종합터미널에서 미리 발권을 해 놓았기에 이런 문제가 없었다.


   여수엑스포역까지는 교통 체증이 심했지만 마래터널을 지나면서부터는 소통이 원활하였고 이순신대교로 빠지는 둔덕IC부터는 차량이 적었다. 그렇지만 운전자들이 하루 종일 박람회를 다닌 피로 때문인지 곡예 운전을 하는 자가용이 많았다. 이순신대교를 거쳐서 옥곡IC에서 남해고속도로에 진입하여서 여수엑스포 버스정류장을 출발한지 2시간 24분만에 부산서부버스터미널(http://www.busantr.com )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여수세계박람회 기간에만 여수-부산사상 간의 심야고속이 운행하고 있다. 박람회 폐장에 맞추어서 출발하기에 심야고속은 여수 출발만 있고 부산사상 출발은 설정되어 있지 않다. 주간에 운행하는 버스가 모두 우등고속임을 감안하면 특별한 차량인 셈이다.


   여수세계박람회를 짧은 시간 동안에 둘러보기는 하였지만 오가는 교통편은 고통편 수준이었다. 박람회장 안에서도 기다리는 시간이 있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아직 보지 못한 게 더 많아서인지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고 싶다. 여수시민들 중에는 무료입장 기간에 매일 간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이제는 이해가 된다.


   나중에 돌아와서 확인을 하니 내가 방문한 날의 입장객은 27만명이나 되고 그 중에서 절반 가까이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여수시민들이라고 하였다(관련 기사 보기). 무료입장권은 1인당 2매씩 나누어주어서 실제로는 타지에 있는 친척들과 같이 들어온 경우도 많았다. 무료 입장 3일째임에도 불구하고 행사가 폐장한 후의 상황을 개선시키지 못한 건 무엇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멋모르고 예매를 하지 않고 찾아온 타지역 사람들 중에는 여수엑스포역에서 노숙을 한 경우도 꽤 있었을 듯 하다. 나는 간단히 보려고 가서 아쉬움이 없지만 여수세계박람회를 보기 위하여 많은 기대를 가지고 비싼 입장권을 구입하고 멀리서 온 사람들에게는 뭐라고 해야할까?


* 방문일 : 2012년 7월 31일
  작성일 : 2012년 8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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