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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이전에는 비행기는 정말 부유하지 않으면 감히 탈 수 없는 엄청난 고급 교통 수단이었다. 국내선도 당연 그랬고 해외 여행은 자유화가 되지 않았던 시절이어서 해외에 갔다왔다는 건 가문의 영광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해외 여행을 자유롭게 떠날 수 있고 항공편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서 항공권 가격도 점점 떨어지고 있어서 부담이 훨씬 줄어들었다.


   이웃 일본을 연결하는 항공편은 우리나라 저가항공이 먼저 취항하기 시작하였지만 2012년에는 오사카[大阪]을 기반으로 한 피치항공(Peach Aviation, http://www.flypeach.com )과 도쿄[東京]를 기반으로 하는 에어아시아(Air Asia, http://www.airasia.com )가 취항하였다. 에어아시아는 나고야[名古屋]와 서울을 연결하는 항공편을 추가로 운행하였지만 승객이 적어서 결국은 2013년 가을에 운행을 중단하였다. 이에 따라서 에어아시아 일본에 투자한 전일본공수(ANA, http://www.ana.co.jp )에서는 대체를 위한 항공사인 바닐라에어(Vanilla Air, http://www.vanilla-air.com )를 설립하여서 2013년 12월에 운행을 시작하였다. 바닐라에어에서는 수요가 많은 인천-나리타 간의 국제선을 운행하려고 하였으나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에어아시아의 연장 선상인지 아니면 신규 항공사인지에 대한 검토 등으로 우리나라 정부의 승인이 늦어져서 2014년 2월 말부터 우리나라 출발 항공권에 대한 예매가 시작되었고 2014년 3월 1일부터 인천-나리타 노선에 취항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원래 예정은 하루에 4왕복을 운행하려고 계획하였으나 3월 말을 제외하고는 2왕복으로 축소되었다.


   일본쪽 항공사이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덕분에 5월 연휴 항공권을 제법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2월 말에 예약을 시작하였을 당시에는 다른 항공사는 좋은 날짜와 시간대는 이미 만석이었고 남은 좌석도 평소보다 비싸지만 바닐라에어는 저렴하였다. 하긴 3월에는 남은 좌석 판매를 위하여 세금을 포함하여 왕복 10만원도 되지 않는 가격에 판매하기도 하였다. 서울-도쿄 간에는 항공편이 하루에 30왕복이 넘게 운행하고 있고 이중에는 대형항공기로 운행하기도 해서 좌석 공급이 많지만 가격은 저렴하지는 않다.


   예매는 2월 말에 하였고 두 달이 지나서 드디어 5월이 되었다. 이름으로만 듣고 인터넷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의 탑승기를 들어본 바닐라에어를 타기 위하여 인천국제공항(http://www.airport.kr )으로 향하였다. 3층에 있는 출국장에 내리니 바닐라에어의 마크가 있다. 아이러니한 건 결별한 에어아시아가 바로 옆에 있다. 에어아시아는 일본을 중심으로 한 운행을 중단하였을 뿐 동남아를 연결하는 노선은 그대로 운행하고 있다.

 


   대합실로 들어가서 바닐라에어 체크인카운터를 찾았다. 바닐라에어는 하루에 2회 출발하므로 카운터를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편명에 따라서는 체크인카운터 위치가 바뀌는 메뚜기 신세이기에 전광판을 보고 확인해야 한다. 내가 탄 편은 H구역에서 체크인을 받고 있었다. 인터넷 예매를 기반으로 하는 저가항공사여서 젊은 승객들이 많다.

 


   체크인카운터 근처의 의자에서 사온 김밥을 먹으면서 잠시 쉬다가 체크인을 하였다. 미리 인쇄를 한 여정표와 함께 여권을 제시하고 수하물을 보냈다. 여정표는 한글로 표시가 되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출발 예약이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에 예매를 해서 표현이 좀 어설프다. 받은 보딩패스에는 항공사 이름은 적혀 있지 않은 마분지에 인쇄를 하였다. 그래도 잘라서 가져가는 부분에는 2차원 바코드가 있다.

 


   아직 출발까지는 1시간 넘게 남았다. 밖에서 할 건 다 했으니 보안검사에 들어갔다. 나는 보통 출발 1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는데 이번에는 너무 일찍 도착하였다.

 


   13분만에 보안 검사와 출국 심사를 마치고 면세 구역에 도착하였다. 바닐라에어는 외국 항공사이므로 셔틀트레인을 타고 탑승동으로 가야 한다. 지하로 가는 셔틀트레인이어서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지 않지만 창문으로 보면 꽤 멀고 지도에서 거리를 재어보면 900m 정도 된다.

 


   탑승동에 오면 승객이 적어서 조금 한산하고 새로 지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다행히 바닐라에어 비행기를 타는 곳은 셔틀트레인 내리는 곳에서 가깝다.

 


   이미 바닐라에어 비행기가 117번 게이트에 도착하여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닐라에어도 피치항공과 마찬가지로 에어버스 A320기종을 사용하고 좌석 간격을 최대한 좁게 하여서 180명이 탈 수 있다. 탑승구에는 승객들이 줄을 서서 비행기에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빠른 탑승을 위해서 뒤쪽 좌석을 지정받은 승객들에게 먼저 줄을 서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나는 앞쪽 좌석을 예매할 때에 선택하였기에 줄이 없어진 후에 비행기에 탔다.

 


   흐린 날씨여서 우리나라에서는 땅이 보이지 않았지만 일본은 맑아서 땅을 볼 수 있었다. 해발 2,000m가 넘는 산들이 많은 일본은 5월이 되었지만 눈을 볼 수 있었다. 육지가 끝나고 태평양이 보이면 나리타국제공항[成田国際空港, http://www.narita-airport.jp ]에 거의 다 왔다.

 


   나리타국제공항에 무사히 착륙하였지만 바닐라에어 비행기는 게이트로 가는 게 아니라 계류장에 멈추었다. 계류장에는 승객들을 터미널로 수송하기 위한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닐라에어는 하나의 비행기가 국제선과 국내선을 모두 운행하기도 하고 공항 사용료를 줄이기 위해서 계류장에서 타고 내린다.

 


   버스를 타고 나리타국제공항 내를 달렸다. 나리타국제공항 제2터미널은 일본항공이 가장 많이 사용할 수 있어서 일본항공 항공기들을 볼 수 있다. 3분을 달려서 여객터미널에 도착하였다.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입국 심사장이 나온다. 게이트에 연결되어서 나와서 한참을 걷고 모노레일이나 셔틀트레인을 타고 한참을 가는 것보다 이렇게 버스로 바로 심사장까지 오는 게 더 빠르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고 편했다.

 


   입국 심사는 금방 끝났지만 10분 정도 수하물이 나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비행기에서 내려서부터 수하물을 찾고 세관 수속을 끝내는데 30분도 걸리지 않아서 나올 수 있었다. 서풍이 강하게 불었는데 예정보다 16분 빨리 나리타국제공항에 도착하여서 시간이 남게 되었다. 처음 탄 바닐라에어는 여러 가지로 만족스러웠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서 도쿄를 저렴하게 오갈 수 있으니 당분간은 일본은 계속 도쿄를 오갈 것 같다.

 


* 아쉽게도 바닐라에어는 인천-나리타 구간의 승객이 많지 않아서 2015년 3월까지만 운행하고 더 이상 우리나라로 오지 않습니다.


* 승선일 : 2014년 5월 2일
  작성일 : 2014년 6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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