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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선 죽령역(竹嶺驛)은 열차 운행이 끝난 후 10일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직접 방문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아직 자가용이 나오기 전이기도 하여서 대중교통으로 갔다. 죽령으로 가는 단양농어촌버스를 타고 용부원4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대강면사무소가 있는 장림리부터는 죽령을 넘어가기 위하여 급오르막이 이어지고 용부원4리 버스정류장도 그 중간에 있다. 산 아래에 있는 용부원1리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이곳으로 오는 단양농어촌버스는 하루에 5왕복 운행한다. 중간에 단양역을 거치므로 사실 오기가 어려운 건 아니다. 다만 소백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는 죽령까지만 가기 때문에 희방사역 같은 영주 지역과 연계를 하려면 오래 기다리던지 등산로로 내려가야 한다.

 


   버스정류장에서 400m 가량 걸어서 올라가면 죽령역이 있다. 역 앞은 포장이 되어 있지 않고 자갈만 깔려 있다. 건물은 크지는 않으나 주기적으로 도색을 하였는지 깔끔하다. 다른 역과는 달리 건물 옆으로 승강장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개방되어 있고 대합실은 들어갈 수 없다.

 


   사람들이 가끔씩 오가는지 승강장으로 가는 길에는 발자국이 남아있다. 그렇지만 승객이 타고 내릴 수 있는 열차가 없으므로 열차가 통과하는 선로에는 그대로 나무판이 깔려있지 않아서 그대로 선로를 건너가야 한다.

 

   승강장으로 가는 길도 관리가 되지 않았고 눈이 녹은 물이 고여 있다. 열차 운행이 중단된지 겨우 10일이 지나서 아직 전차선을 그대로 남아있다.

 

   계속해서 자갈을 보충하여 주면서 관리가 되었던 선로와는 달리 승강장은 방치가 되어서 누군가 앉아서 열차를 기다렸을 의자가 남아 있고 가을까지 자랐던 풀이 자갈 위에서 죽은 상태로 있다.

 

   그래도 이정표는 당당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이곳이 죽령역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이정표 양면의 화살표 방향이 다른 걸로 보아서 좌측통행으로 열차가 통과하였음을 예상할 수 있다.

 

   단성 방면으로는 루프식 터널이 있다. 철길이 도로보다 훨씬 빠르게 고도를 높일 수 있었던 건 루프식터널을 통해서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려갈 때에는 조심해야 하기에 제동경고 경고판이 붙어있다.

 

   2001년에 여객 영업을 중지하였지만 승강장에 들어갈 수 있게 되어있는 이유는 죽령역 반대편에 있는 마을 때문이다. 이들 마을은 죽령역을 거치지 않으면 산길로 한참을 돌아서 가야 한다. 관광객들을 위해서가 결코 아니다.

 

   희방사 방면으로는 도로가 위로 지나가서 죽령역 구내 철길과 죽령터널로 향하는 철길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중앙고속도로에도 죽령터널이 있고 새로운 선로로 죽령터널도 옮겨졌지만 이전에는 가장 편하게 죽령을 넘을 수 있는 길이었다.

 

   1년 6개월이 지난 후 사정이 있어서 소백산 등산을 일찍 끝내고 죽령역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여서 다시 찾았다. 나무에 잎이 무성하여 졌을뿐 건물은 그대로 있다.

 

   승강장에 들어가보니 전차선은 모두 철거되었지만 선로는 그대도 있고 선로와 승강장 모두 노란꽃으로 가득하다. 다른 곳에는 꽃이 없기에 누군가 일부로 씨를 뿌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승강장 입구에는 무언가 공사를 하고 있는데 주말이라서 멈춘 상태이다. 이정표와 의자 역시 아직 건재하다.

 

   죽령역에서 큰 변화는 선로가 위로 흙을 덮어서 건너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되었다. 이전에는 사람만 승강장을 통과하여서 지나갔지만 이제는 차량으로도 역을 건너갈 수 있게 되었다. 이들 주민들에게는 탈 수 없는 기차만 통과하고 이동에 장애가 되는 중앙선이 빨리 이설되기는 바라지 않았을까 예상하여 본다.

 

* 방문일: 2020년 12월 24일, 2022년 6월 4일
  작성일: 2022년 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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