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번 인도네시아 여행에서는 2023년 10월 2일에 개통한 고속철도를 승차하였다. 우리나라가 2004년에 처음으로 개통되었을 때에는 최고속도 300km/h 이상을 내는 고속철도로는 7번째였다. 현재는 15개국에서 300km/h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철도를 보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늦게 개통하였지만 중국의 기술을 받아들여서 세계에서 2번째로 빠른 350km/h로 달리는 고속철도여서 다른 철도 선진국들의 최고속도를 뛰어넘어 버렸다. 남반구에서 최초이고 동남아시아에서도 최초의 고속철도가 되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철도는 차량을 포함한 여러 기술력이 떨어지는 상황이어서 자체적으로 할 수 없고 다른 철도 선진국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나라가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사업에 진출하고자 경쟁을 펼쳤으나 중국이 선정되어서 공사부터 차량 제작 및 운행까지 관여하고 있다. 고속철도 운영사가 인도네시아 중국 고속철도주식회사(KCIC, PT Kereta Cepat Indonesia China, Indonesia China High-Speed Railways. Ltd, https://kcic.co.id )여서 대놓고 중국이 들어가 있을 정도이다. 고속철도 관련 안내에도 인도네시아어와 영어에 중국어가 추가되어 있다. 인도네시아 고속철도는 후시(Whoosh)라는 애칭이 있다. 인도네시아어로 시간 절약(Waktu Hemat), 최적 운영(Operasi Optimal), 탁월한 시스템(Sistem Hebat)의 약자라고 한다.
여러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현재 수도이자 가장 인구가 많은 자카르타(Jakarta)와 3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권인 반둥(Bandung)을 빠르게 연결하고 있어서 승객이 많다. 개통 초기에는 하루에 7왕복으로 운행하였으나 만석이 자주 되면서 점차 운행 회수가 늘어나서 개통 1년이 넘은 현재 시점에서는 하루에 최대 31왕복까지 운행하고 있어서 자카르타와 반둥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대중교통이 되었다. 개통 11개월인 2024년 9월에 누적 승객수가 500만명을 넘어섰다. 두 도시 간의 거리는 서울-대전보다 약간 더 멀지만 도로는 교통체증이 심하고 기존선 철도는 전철화가 되지 않은 단선 구간이 있으며 선형이 좋지 않아서 3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입국한 첫날에 고속철도를 타고 반둥으로 가기로 계획하였다.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Bandar Udara Internasional Soekarno–Hatta, Soekarno–Hatta International Airport, https://soekarnohatta-airport.co.id )에서는 담리(DAMRI, https://damri.co.id )라고 하는 시외버스를 타면 자카르타 반둥 고속철도(Kereta Cepat Jakarta Bandung, Jakarta-Bandung High Speed Railway)를 탈 수 있는 할림역(Stasiun Halim)까지 바로 갈 수 있다. 나는 자카르타의 다양한 철도를 체험하여 보기 위해서 수카르노하타공항 스카이트레인(Kalayang Bandara Soekarno-Hatta, Soekarno–Hatta Airport Skytrain), 수카르노하타 공항철도(Commuter Line Bandara Soekarno-Hatta (Basoetta), Soekarno–Hatta Airport Rail Link), 그리고 LRT 자보데벡(LRT Jabodebek, https://lrtjabodebek.kai.id ) 브카시선(Bekasi Line)을 타고 할림역에 도착하였다.
LRT 자보데벡은 고가로 달리는 경전철이다. 고속철도 개통 1달 정도 이전인 2023년 8월 28일에 운행을 시작하였다. 인도네시아 최초의 무인 운전 노선이다. 승강장에는 안전문이 설치되어 있고 우리나라 경전철과 시설에서는 차이가 없다. 이름이 비슷한 LRT 자카르타(Jakarta LRT, https://lrtjakarta.co.id )는 이와 전혀 다른 별개의 경전철로 우리나라 현대로템(https://www.hyundai-rotem.co.kr )에서 제작한 차량이 운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김포골드라인(https://gimpogoldline.com )의 차량과 비슷하긴 하다.
연결 통로로 고속철도 할림역으로 이동하였다. 입구에는 인도네시아철도 역사를 소개하여 놓았다. 인도네시아철도 사정은 우리나라 그것의 과거와 비슷하다. 주요 간선은 전철화가 되어 있지 않고 도시철도에서만 전동차가 운행하고 있다. 고속철도가 개통 이전에는 가장 빠른 열차 운행 속도가 120km/h이었는데 350km/h로 3배 가까이 빨라졌다. 다만 인도네시아 국토는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인구가 많으나 대부분의 철도망은 자바(Java)에만 있고 일부가 수마트라(Sumatra)와 술라웨시(Sulawesi)에 있다. 술라웨시의 철도는 작년에 처음 일부 구간이 개통되었다.
이동하면서 창문 밖을 보니 할림역이 있다. 자카르타에서 고속철도 출발역으로 앞으로 노선 연장으로 열차가 늘어나는 걸 감안하여서 고가에 승강장을 많이 만들고 건물도 크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1년 내내 더운 날씨인 지역이어서 승강장은 밖에 개방형으로 되어 있다.
고속철도 할림역에 들어가면 자동발매기가 있다. 기본 인도네시아어에 영어와 중국어가 지원된다. 영어로 바꾸고 승차권 구입을 위해 조작하였으나 승차권 결제는 인도네시아 소재 은행 현금카드나 간편결제서비스만 가능하여서 포기하였다. 1층으로 내려가니 매표소가 있어서 15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린 후에 구입하였다. 승차권을 구입할 때에는 여권을 제시해야 하며 현금뿐만 아니라 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다. 나는 신한SOL트래블체크카드로 결제하였다. 컨택리스 방식 결제를 지원하는 단말기도 있으니 먼저 시도하여 보는 걸 추천한다.
승차권은 우리나라의 자동발매기에서 나오는 승차권과 같은 양식이다. 승차권에는 승객의 이름과 여권번호 일부가 기재된다. 인도네시아 고속철도에는 좌석 등급이 3개가 있다. 이코노미 프리미엄(Ekonomi Premium)이 가장 저렴하며 다음으로는 비즈니스(Bisnis)이며 1등석(First Class)이 가장 비싸다. 출발 2주 전부터 예매가 가능하며 저렴한 운임부터 판매하여서 잔여석에 따라서 운임이 올라가게 된다. 이코노미 프리미엄의 경우 최저 가격 Rp.200,000 (약 17,800원)부터 올라간다.
고속열차를 타는 과정은 중국이나 스페인과 동일하다. 먼저 엑스레이(X-ray)로 짐 검사를 받고 맞이방으로 들어간 후에 열차 출발 시각에 맞추어서 자동개찰기를 통과해서 승강장으로 이동하면 된다. 아직 출발 시각까지는 시간이 남아서 맞이방에서 기다렸다. 맞이방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출발 시각이 10분 전부터 개찰구를 통과하여서 승강장으로 올라갈 수 있다. 자동개찰기도 중화권에서 사용하던 것과 동일하다. 승차권을 넣고 나와서 뽑으면 통과할 수 있다. 계단을 올라가면 3면 6선의 할림역 승강장이 있다. 지붕이 높고 화려하다. 대기하고 있는 열차에는 출입문마다 직원이 대기하고 있어서 승차권을 확인하여서 흡사 러시아 열차 같다. 나는 열차의 가장 앞의 8호차로 좌석을 지정하였다. 8호차에는 운전실이 있는 쪽에는 비즈니스 클래스가 있고 뒤쪽으로는 이코노미 프리미엄 클래스가 있다. 중국에서는 원본인 CR400AF 전동차가 8, 12, 16, 17량 편성으로 다양하게 운행하고 있으나 인도네시아에 수출된 KCIC400AF 전동차는 8량 편성으로 4M4T이다. 중국이 고속철도 초기에 일본, 스웨덴, 독일, 프랑스에서 기술을 도입하였기에 전동차에는 각각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열차는 정시에 할림역을 출발하였다. 밤이 되어서 밖으로 볼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고속도로를 따라서 달리면서 속도를 조금씩 높였다. 고속도로와 멀어지면서 현재 공사 중인 카라왕역(Stasiun Karawang)을 통과하였다. 여기서부터는 멀리 불빛만 보이고 터널을 통과하기도 한다. 열차는 더욱 속도를 높여서 달렸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서 점차 속도를 줄여서 열차는 파달라랑역(Stasiun Padalarang)에 정차하였다. 이 역에서는 반둥(Bandung)으로 가는 셔틀 열차와 갈아탈 수 있어서 많은 승객이 하차하였다. 할림에서 파달라랑까지 97.2km는 30분이 소요되었다.
3분간 정차한 후에 다시 출발하였다. 도심에서 고속도로와 나란히 선로가 있어서 속도를 많이 내지는 못한다. 그래도 속도는 200km/h를 넘기므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보다는 훨씬 빠르다. 열차는 종착역인 테갈루아르 숨마레촌역(Stasiun Tegalluar Summarecon)에 정시보다 1분 빨리 도착하였다. 중간에 파달라랑역에서 3분간 정차한 걸 제외하면 142.8km를 43분만에 갔다. 테갈루아르 숨마레촌역의 승강장은 고가에 2면 4선으로 있다. 벌써 내리는 아쉬움을 두고 사진을 찍고 나왔다.
고속철도 선로는 더 가서 차량기지로 연결되어 있으나 여객열차는 운행하지 않는다. 저녁이 되어서 역 안은 사람이 적지만 밖에는 마중을 나온 사람들이 차량이 많이 오가고 있었다. 이 역에도 단기 체류로 방문한 외국인은 사용할 수 없는 자동발매기가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직원으로부터 승차권을 구매할 수 있는 창구는 1층에 있다.
원래 계획은 이 역에서 기존선을 탈 수 있는 치메카르역(Stasiun Cimekar)에 걸어간 후에 광역철도를 타고 반둥에 가려고 하였다. 그렇지만, 밤이 되어서 어둡고 인도네시아 유심이 작동하지 않아서 길을 찾을 자신이 없다. 다행히도 이 역에서 연계되는 교통편을 보니 반둥역(Stasiun Bandung)으로 가는 담리(DAMRI)라는 버스가 있다. 버스는 도착해서 시동을 끄고 쉬고 있었다. 안내소에 물어보니 19:40에 출발한다고 알려준다. 안내소 안쪽에 시각표를 붙여놓아서 이걸 보고 알려주는데 굳이 누구나 볼 수 있게 게시하지 않는지 알 수 없다.
의자에 앉아서 쉬다가 버스 출발 시각에 맞추어서 가니 버스는 시동을 걸고 승차할 수 있었다. 운전사가 승차권을 보여주어서 운임 Rp.15,000(약 1,320원)을 지불하였다. 승객은 4명뿐이었고 버스 내의 좌석은 마주보게 배열되어 있었다. 인도네시아 기준으로는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냉방이 되어서 시원하였다.
지도로 보면 반둥역까지는 가깝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20km 가까이 떨어져 있고 도로에는 오토바이와 차량이 많아서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중간에 타고 내리는 승객이 거의 없었지만 1시간이나 걸렸다. 고속철도를 타는 시간보다 연결 교통편을 타는 시간이 더 걸린 셈이다.
* 작성일: 2024년 11월 27일
방문일: 2024년 10월 10일
'철도 이야기 > 다른 나라의 철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반구에서 가장 빠른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후시(Whoosh) (3편) (0) | 2024.12.02 |
---|---|
남반구에서 가장 빠른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후시(Whoosh) (2편) (2) | 2024.11.30 |
자카르타 광역철도(KRL Jabodetabek)에서 운행하고 있는 일본의 중고 전동차들 (2) | 2024.10.20 |
신칸선[新幹線]까지 다양한 열차를 볼 수 있는 사코역[栄生駅] (0) | 2024.07.17 |
호쿠리쿠신칸선[北陸新幹線] 차량기지에 있는 철도박물관인 트레인파크하쿠산(トレインパーク白山) (1) | 2024.07.14 |
- Total
- Today
- Yesterday
- 한국철도
- 코레일
- 일본
- 폐역
- 철도
- 기차 여행
- 타이완
- 간이역
- 강원도
- 스웨덴
- 경상북도
- JR니시니혼
- 노르웨이
- 대만
- 북유럽
- 시외버스
- 부산
- 고속철도
- 경상남도
- 철도공사
- Sweden
- KTX
- 유럽
- 영국
- 무궁화호
- 전라남도
- 무인역
- 복선전철화
- 동해남부선
- 경전선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