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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산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와서 짜이역에 도착하였습니다. 다시 열차를 타고 지지선을 향하여 갑니다. 이번에는 타이완을 대표하는 기존선 열차인 E1000型 전후동력형 전동차가 나옵니다. 우리나라의 전후동력형 새마을호보다는 KTX가 더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22. 5월 25일 - 현대정공에서 객차를 제작한 E1000型 전후동력형 전동차

 

   버스에서 내리니 역시 찜통이었다. 오전 10시가 약간 넘었는데 기온은 30℃가 넘는 듯 하였다. 다행히도 오늘 일정에는 해발 700m에 있는 르웨탄[日月潭]이 있으므로 약간은 안심이 된다. 타이완이 봄에서 여름까지는 매우 덥고 습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상상을 초월한다. 뒤에 스탑오버(stopover)를 하면서 10월에 다시 타이완을 찾았을 때에는 낮에는 약간 덥지만 밤에는 시원하여 적당하였다. 어떻든 5~6월은 타이완을 여행하기에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 그러나 일단 나는 왔으니 더위를 참으면서 열심히 다닐 수 밖에 없다.

 

 

   타이완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역 앞에 버스터미널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곳 짜이도 역 바로 앞에 버스터미널이 있다. 터미널은 새로 만들어졌는데 아담하고 간결하다. 안에는 대합실이 있고 운행하는 버스의 시각표와 요금이 나와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하여 영어로도 같이 병기하여 놓았다. 내가 타고 온 버스에 비하여 작은 우리나라 마을버스에 해당되는 작은 버스도 많이 있었다. 모두 버스 외부에 짜이[嘉義]를 상징하는 그림을 그려 놓았다.


   다시 역으로 갔다. 대합실 안으로 들어가니 오늘도 여행사 직원들이 아리산[阿里山]으로 가는 승차권을 판매하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제 내가 숙박권과 승차권을 샀던 할머니도 보였다. 물론 창구에서는 오늘도 당일 승차권은 매진이었다.


   이번에는 열차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서 얼수이[二水]에서 로컬선인 지지선[集集線]을 탈 계획이었다. 그런데 버스가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여 시간이 남아서 쯔장하오[自强號]를 타고 중간에 도우류[斗六]에 가서 쥐광하오[莒光號]로 갈아타고 가기로 하였다. 얼수이역에는 일부 쯔장하오만 정차하여 바로 갈 수가 없었다.

 


   자동발매기에서 승차권을 사서 개표구를 지나서 승강장으로 나갔다. 북쪽인 타이페이 방면으로 가는 열차는 지하도를 건너서 2번 승강장에서 탄다. 잠시 후 쯔장하오 열차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전철화된 구간에서 대부분의 쯔장하오 열차로 운행하는 E1000型 전후동력형 전동차였다.

 

 

No. 10 철도편(타이완철도관리국) : 짜이[嘉義] 10:44→도우류[斗六] 11:06
열차번호 및 종별 : 1012 自强號, 거리 : 31.3km, 편성 : E1000型 16兩(8號車 PPH1312)

 

 

   이번에 타는 열차는 우리나라 현대정공에서 만들었다.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만든 열차를 타게 되었다. 고속철도 개통과 타로코호[太魯閣號]가 등장한 올해 이전까지는 타이완을 대표하던 차량인 E1000型 전후동력형 전동차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하기로 하자.


   타이완의 서부간선의 전철화가 완공됨에 따라서 쯔장하오로 운행할 새로운 열차에 대한 입찰을 받았다. 여러 안건 중에서 우리나라 현대정공을 중심으로 한 팀이 입찰한 E1000型 전후동력형 전동차[推拉式電車]가 채택되어서 타이완 사상 가장 많은 물량을 생산하게 되었다. 첫 차량은 1996년 4월 타이완에 들어왔으며 양끝에 기관차 1량씩, 그 사이에는 객차 12량을 연결하여 운행하였다. 우리나라의 전후동력형 새마을호처럼 유선형인 선두 부분의 디자인과 스테인레스 차체이고 당시 타이완에서는 가장 빠른 130km/h로 주행할 수 있었다. 1996~1997년 동안에 기관차 64량, 객차 336량이 도입되었다. 기관차가 양끝에 연결되므로 모두 32편성이 된다.


   기관차는 E1000型이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의 유니언캐리지왜곤사(Union Carriage & Wagon Co. Ltd,
http://www.ucw.co.za )에서 제조되었다. 제어장치는 VVVF(Variable Voltages & Variable Frequencies) 방식으로 알스톰(Alstom)에서 만들었고 대차는 Bo-Bo이다. 기관차 하나에 550kW의 모터가 4개가 달려있어서 한 편성의 출력은 4400kW가 나온다. 객차는 12~15량을 연결할 수 있으며 타이완에서 본 열차에서도 편성에 따라서 약간씩 차이가 있었다. 또한 TCMS라고 부르는 컴퓨터 시스템이 있어서 열차의 상태를 확인하고 유지 보수를 손쉽게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와는 달리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일단 전기기관차의 제조는 남아공에서 하였지만 부품은 유럽의 다양한 회사에서 수입하여 조립을 하였으므로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 파악이나 조달과 수리가 용이하지 않았고 일부 부품은 타이완의 전기(25kV, 60Hz 교류)에 맞지 않고 수준 미달이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전후동력형 새마을호 동차처럼 차량이 가벼운 편이라서 차량의 공전이 자주 발생하였다. 이런 여러 문제들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술진이 2003년까지 타이완에 있었지만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철수하였으며 그 이후에도 차량 유지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여서 결국 E1000型은 많은 타이완인들에게 불신감을 주었다. 타이완철도관리국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우리나라 현대정공의 후신인 현대로템(Rotem, http://www.rotem.co.kr )과 남아공의 유니언캐리지왜곤사는 차량 입찰에서 제외시켰다.

 


   전기기관차 사이에 들어가는 객차의 초기형 336량은 우리나라 현대정공에서 만들었다. 일반객차인 PPT1000型, 장애인석이 있는 PPH1300型, 그리고 차장실이 있는 PPC1400型으로 나누어진다. 출입문이나 이를 제어하는 장치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서 새마을호나 무궁화호와 거의 비슷하다. 내부 좌석은 장애인석이 있는 차량을 제외하고는 52석이어서 시트 피치가 꽤 넓고 의자도 뒤로 많이 넘어간다. 아쉬운 점은 좌석에 테이블이 없다. 도시락을 먹거나 메모를 할 때에는 좀 불편하다. 우리나라의 새마을호는 테이블이 있는데 이곳은 왜 빠졌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내부 시설도 우리의 새마을호와 비슷하여 호차 표시가 있고 LED 안내판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LCD 모니터를 달아놓은 열차도 많은데 아직 타이완에서는 보지 못하였다. 후기형 객차 45량은 2002년에 타이완탕엥중공업[臺灣唐榮重工]에서 만들었다. 일반객차인 PPT2000型과 스낵카가 같이 있는 객차인 PPD2500型이 있다. 객실에 간접조명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 이외에는 거의 초기형과 비슷하다.


   열차는 짜이역을 천천히 출발하였다. 가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속도를 내면 제법 빨리 달린다. 차내를 살펴보고 자리로 돌아오니 벌써 도우류[斗六]역 도착 안내 방송을 한다. 3개어로 나오지만 정작 나는 모두 알아들을 수 없다. 당시에는 영어 안내방송은 없었지만 2007년 10월에 타이완에 다시 방문하였을 때에는 전동차를 중심으로 영어도 추가되어서 방송하고 있었다.

 


   도우류역 승강장은 나무로 된 임시용이었다. 선로 위에도 무언가 만들고 있었는데 선상역사를 짓고 있었다. 요즈음에는 선로 양쪽 지역에서 접근이 용이한 선상역사가 대세이다. 역사를 지으면서 선로와 승강장도 정비하는데 원래 3면 5선인데 2면 4선으로 바꿀 계획이다.

 

 

   내려서 집표를 하고 나오니 원래 사용하던 역 건물은 없어지고 남은 건물 일부를 임시로 사용하고 있어서 매우 좁다. 게다가 역 건물 사이에 역을 가로지르는 지하도 입구가 있어서 광장도 좁아 보인다. 그렇지만 이곳도 역을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되어 있어서 오가는 사람들도 꽤 있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상표의 간판도 많이 있다.

 

 

 

 

 

   다음으로는 '타이완에서는 아직도 건재한 탕엥[唐榮] 객차'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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