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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5개월만에 다시 타이완 여행기를 계속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여행기를 적었던 감이 다 떨어져서 다시 시작하기가 무척 힘들군요. 그래도 끝을 내지 않으면 안하는니보다 못하니 끝까지 나가겠습니다.

 

 

 

 


35. 5월 26일 - 네덜란드인이 쌓은 빨간 벽의 중국식 누각 치칸로우[赤崁樓] (下)

 

   앞에 있는 누각인 하이셴먀오[海神廟]에 올라갔다. 입구도 주변보다 높아서 치칸로우 입장하는 장소가 한눈에 들어왔다. 날씨는 비록 덥지만 야자나무가 높이 솟아있고 잔디가 무척 짙은 푸른색이다. 잔디에 누우면 푹신푹신할 것 같다.

 

 

   하이셴마오 1층에는 정청공[鄭成功]의 초상화와 네덜란드인이 만들었던 치칸로우의 모습이 모형으로 보여준다. 정청공은 타이완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로 타이완어로는 코싱아(Koxinga)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명나라의 유신으로 군대를 이끌고 타이완으로 넘어와서 네덜란드인들을 몰아내고 타이난을 중심으로 타이완섬을 지배하였다. 뒤에 명나라가 청나라에 의하여 무너진 후에는 청에서 타이완을 지배하게 되면서 명나라 사람이었던 정청공은 청에서 적이 되므로 모실 수 없었다. 일제 시대가 지난 후에야 다시 정청공을 섬길 수 있게 되었다. 타이난에서 가장 나중에 구경을 하였지만 정청공을 모시는 사당인 옌핑쥔왕츠[延平郡王祠]를 보게 된다.

 

 

   하이셴먀오[海神廟]에서는 치칸로우 입구를 볼 수도 있지만 뒤쪽에 있는 원창가오[文昌閣]가 보인다. 물론 원창가오에 올라간 사람들을 서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두 건물이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한다.

 

 

   원창가오 역시 건물의 구조는 하이셴먀오와 동일하다. 내부에 있는 건 차이가 난다. 원창가오 1층으로 들어가면 짙은 향 냄새가 난다. 제단을 만들어놓았고 간단하게 과일이 놓여있다. 옆에는 소원을 적은 노란 종이를 매달아놓았고 신분증을 복사하여 놓기도 하였다. 주민등록증이라도 복사하여 가져올 걸 그랬나? 그래도 번호는 가리고 붙여놓아야 한다.

 

 

   중국의 다른 건물과 마찬가지고 지붕 가장 위에는 용과 구슬이 있다. 지붕은 낡은 게 확연히 드러나는데 용과 구슬은 그렇지 않은 걸 보아서 수시로 청소도 하고 도색도 하는 모양이다.

 

 

   하이셴먀오 뒤로는 초등학교가 자리잡고 있다. 건물로 보아서는 우리나라의 학교와는 별반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운동장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육상 경기장처럼 포장이 잘 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흙 위에서 달리기를 하고 축구도 하지만 타이완에서 본 학교는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모두 포장이 잘 되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필요한데 투자를 한다고 본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많이 따면 순간 우리나라가 무언가 세계에서 잘 나가는 나라같이 느낄 수 있겠지만 실제 국민들이 체력 증진을 위하여 운동할 공간이 적다는 건 너무 모순된다. 물론 우리나라도 점점 환경은 좋아지고 있으므로 언젠가는 학교 운동장도 선진국 부럽지 않은 시설로 되어있을 날이 올 걸로 기대한다.

 

 

   하이셴먀오 뒤에는 현재도 학생들이 있는 초등학교도 있지만 120년 전에 학생들을 가르친 학교의 흔적도 남아있다. 1888년에 만들어진 근대학교인 펑후슈위앤[蓬壺書院]이 남아있다. 현판과 건물 일부만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아무 것도 없다. 그냥 건물 안이고 조명도 없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펑후슈위앤는 치칸로우를 올려다 볼 수 있다.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막기 위한 축성이라고 하기에는 좀 낮고 초라하다는 느낌이 든다. 유럽에 부르크(Burg)가 붙은 도시에 가면 높고 웅장한 돌로 만든 성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곳 타이난에서는 돌이 부족하였는지 아니면 기술자를 파견하지 못하였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매우 작게 만들었다.

 

 

   하이셴먀오와 원창가오 주변에는 비석이 많이 있다. 일부는 세월의 흔적이 이야기하는지 적힌 글자가 다 닳아서 해독이 불가능하다. 뒤에 만들어진 특이한 문도 있다. 워낙 날씨가 더워서 이곳만 구경하는데에도 땀이 나고 지친다. 잠시 그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한 후에 사진을 찍고 나왔다. 이곳 사람들도 따가운 햇볕을 피하여 그늘에 많이 모여 있다.

 

 

   치칸로우[赤崁樓]에서 나와서 길을 건너면 빨간색의 스뎬우먀오[祀典武廟]가 있다. 아쉽게도 입구는 조금 더 들어가야 한다. 걸어가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무언가를 사기 위하여 기다리고 있다. 나오는 사람들의 손에는 음료수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컵이 있다. 동과차[東瓜茶]를 파는 가게이다. 동과는 호박과 비슷하게 생겼으며 우리말로는 ‘동아’라고 하기도 한다. 영어로는 ‘winter melon'이라고 부르지만 단맛은 없다. 더운 지역에서만 자라므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데 중국에서는 야채로 쓰인다. 여기처럼 설탕 시럽을 넣어서 음료수로 만들기도 한다.

 

 

   나도 줄을 서서 얼음이 들어간 차(Ice Tea)를 하나 구입하였다. 20元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음료가 새지 않도록 밀봉하여 빨대와 함께 작은 비닐봉지에 넣어준다. 비닐봉지는 팔에 걸거나 손으로 잡을 수 있고 크기도 작어서 음료수가 넘어지지 않는다. 현지인들도 이렇게 들고 다니면서 음료수를 조금씩 마신다. 얼음이 들어있기 때문에 다 녹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려서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덥고 습한 타이완의 여름에 딱 맞다.


   스뎬우먀오[祀典武廟]는 관우를 모시는 사당이다. 타이완 곳곳에 관우를 모시는 사당이 많이 있지만 가장 오래되었고 보존도 잘 되어 있다. 16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정확한 연도는 알려져 있지 않다.

 

 

   여기서는 제사를 올리고 소원을 빈다. 들어가면 관우를 모시고 있는 산다이팅[三代廳]이 있고 더 들어가면 복이 오기를 기원하면서 가족의 신상을 붙여놓은 판과 금박이 있다. 가장 안쪽에는 관음상이 있는 관인팅[觀音廳]이 있다. 기도를 하면서 소원을 비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곳은 마루가 없기 때문에 기도를 하기 좋도록 가죽 쿠션을 설치하여 놓았다. 신발을 신은 상태로 그대로 무릎을 꿇고 앉을 수 있다. 이곳도 제를 올리기 때문에 향을 피워놓았고 과일도 준비하여 놓았다. 역시 열대 지방이라서 과일도 열대 과일이다.

 

   이렇게 하여 스뎬우먀오[祀典武廟]를 보고 국가타이완문학관(國家台灣文學館)으로 향하였다. 스뎬우먀오에서 15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다음으로는 '역사가 짧은 타이완문학과 300년이 넘은 타이난쿵즈먀오[台灣孔子廟]'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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