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8. 러시아 - 이르쿠츠크에서 모스크바까지의 4박 5일 간의 시베리아 열차 승차 (上)

 

   역에 도착하였지만 내가 탈 열차는 지연되어서 더 기다려야 했다. 대합실에 들어가서 가방을 동행에게 맡기고 역을 둘러보았다.

 

[사진 152 : 이르쿠츠크역 건물, 근거리 열차 매표소 및 승강장으로 나가는 입구가 있는 건물.]

 

[사진 153 : 이르쿠츠크역은 건물이 여러 개가 연달아서 있어 규모가 크다.]

 

[사진 154 : 이르쿠츠크역 대합실. 전광판에서 출발하는 열차의 상황이 표시된다.]

 

[사진 155 : 역 건물 2층에는 작은 호텔이 있다.]

 

[사진 156 : 근거리 열차 매표소. 커다랗게 노선도와 운임을 표시하여 놓았다.]

 

[사진 157 : 근거리 열차 시각표. 운행 구간 뒤의 숫자는 운행하는 요일을 나타낸다.]

 

[사진 158 : 역에 있는 매점에서 파는 과자와 음료수. 우리나라 회사에서 만든 것도 있다.]

 

[사진 159 : 이르쿠츠크역 매표소.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역 건물은 여러 개 있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 역에는 매표소가 여러 곳 있었다. 어제 내가 승차권을 산 2층은 여전히 한산하였지만 다른 매표소를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래서일까 수수료가 110R로 제법 비쌌다. 매표소마다 수수료를 다르게 운영한다.

 

[사진 160 : 승강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입구 위의 표시판에서는 모든 열차가 나온다.]

 

   열차 출발 안내에 내가 탈 열차의 승강장이 표시되었다. 승강장으로 향하였다. 다른 역과는 다르게 이르쿠츠크역은 승강장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하나밖에 없다. 근교 열차를 타는 승객들도 이 통로로 이동하므로 매우 혼잡하였다.

 

[사진 161 : 승강장에서 본 역 건물.]

 

[사진 162 : 이르쿠츠크역 승강장. 많은 사람들이 열차를 기다린다.]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렸다. 승강장에는 열차를 타려는 승객들도 있지만 경찰도 있다. 경찰이 승강장에서 뭐하냐고? 내리는 승객 중에서 의심이 가는 사람들을 검문한다. 제복을 입지 않은 사복경찰이 있기도 하다. 어디나 그렇지만 경찰이 지목한 사람은 빠져나갈 수 없다.

 

   승차권을 꺼내서 보니 14호차이다. 앞에 탄 열차를 생각하니 앞쪽이었다. 차량이 많이 연결되어 있으므로 바로 탈 수 있도록 앞쪽으로 이동하였다. 잠시 후 전기기관차가 끄는 객차 18량의 열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전기기관차 뒤로는 1호차가 연결되어 있다. 승강장에 있는 승객들은 자신의 차량을 찾아서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14호차에 갔을 때에는 아직도 내리는 승객들이 있었다. 승무원에게 여권과 승차권을 보여준 후에 탔다.

 

[그림 163 : 이르쿠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이용한 3등 침대 승차권.]

 

[사진 164 : 블라고볘쳰스크(Благовещенск, Blagoveshchensk)와 모스크바 간을 운행하는 열차이다.]

 

   이번에도 3등 침대를 이용한다. 한 번 타 본적이 있으니 이번에는 조금 더 익숙할 걸로 여겨졌다. 열차번호는 더 크지만 의외로 저번보다는 새로운 차량이고 승무원이 수시로 청소를 해서 내부는 깨끗하였다. 아쉬운 점은 이번에도 2층이었다. 1층에 있으면 침대에 누울 때 올라갈 필요도 없고 짐도 침대 밑에 보관하므로 꺼내기도 쉽고 안전하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았으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1층에는 할아버지 두 분이 계셨다. 한 분은 집인 치타(Чита, Chita)에서 모스크바로 가시는 중이었고 다른 한 분은 집인 벨라루스(Belarus)로 가시는 길이었다. 두 분은 서로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친구처럼 차내에서 지냈다. 먼저 짐을 침대 위에 놓은 후에 인사를 하였다. 나의 동행은 이런 때 좋은 역할을 했는데 선물을 가져와서 이들에게 주었다. 백화점 명품관이 아니라 할인마트에서 구입한 물건이지만 러시아에서는 한국 상품이라면 인기가 좋다.

 

   선물을 받은 이분들은 감사의 표시인지 홍차를 시켰다. 식사는 식당차까지 가야 할 수 있어서 먹어보지 못하였지만 홍차는 객차에 있는 차장에게 주문을 하면 바로 마실 수 있다. 식당차는 열차 편성 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양끝에 있는 3등 침대 객차에서는 너무 멀다.

 

   나도 모스크바까지 가므로 4박 5일 동안 침대 하나를 두고 같이 지내야했다. 첫 날은 저녁을 먹고 바로 올라가서 잠이 들었다. 낮에는 1층에 내려와 앉아 있었지만 어르신들이 주무시고 싶어 하시면 눈치껏 2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첫 날이라서 잠이 잘 오지 않았지만 누워 있으니 잠이 들었다. 밤이 되면 차내 조명을 완전히 끄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6월초여서 오후 11시가 넘어야 밤이 된다. 일몰과 일출 사이에만 잠을 자기에는 밤이 너무 짧다.

 

   시간을 빨리 보내야 하므로 다음 날에는 늦게 일어났다. 그런데 그 사이에 바뀐 승무원이 경찰을 데리고 온다. 경찰은 우리에게 여권을 보여 달라고 한다. 여권도 부족한지 초청장까지 보여 달라고 한다. 러시아에서는 불심 검문이 자주 이루어진다. 외국인들의 이동을 통제하기 위함인데 새로운 지역으로 가면 여권 검사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여권이라고 궁금해서 보는 게 아니다. 여권에 있는 비자, 출입국카드, 초청장, 거주 등록(visa registration) 등을 확인한다. 그래도 의심스러우면 승차권까지 확인한다. 러시아는 외국인이 마음대로 다닐 수 없는 나라이다.

 

   날씨는 흐리고 열차는 숲 속을 달린다. 간간히 나무로 만든 집이 보인다. 평지보다는 언덕이 많고 흙이 검다. 시간대가 바뀌어서 시계를 조정하여 1시간을 늦춘다. 서머타임 때문에 중국의 표준시와 같아졌다. 아직 모스크바 시간과는 4시간 차이가 있다.

 

[사진 165 : 크라스노야르스크(Красноярск, Krasnoyarsk)역 건물.]

 

[사진 166 : 크라스노야르스크역도 건물이 많이 있고 고풍스럽게 지어놓았다.]

 

[사진 167 : 크라스노야르스크역 승강장.]

 

   오전에는 크라스노야르스크(Красноярск, Krasnoyarsk)에 정차한다. 예니세이강(Енисей Река, Yenisei River)을 끼고 있는 대도시이다. 차창으로 시가지가 보이고 나서도 20분이나 더 달린 후에 역에 정차한다. 예니세이강에는 대형 컨테이너선이 있어서 북극권으로 화물을 운반한다. 철도와 함께 강도 물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강은 겨울에는 얼어버리니 여름에만 활용할 수 있다.

 

[사진 168 : 풀밭과 숲 사이에 마을이 있다.]

 

   크라스노야르스크부터는 열차가 천천히 간다. 숲속을 가는데 곳곳에 마을이 있고 언덕이 많다. 선로 사정이 좋지 못한 모양이다. 날씨가 흐려서 차내가 어둡다. 2층이라서 밖도 잘 보이지 않아서 책을 보다가 낮잠을 잤다.

 

[사진 169 : 마리인스크(Мариинск, Mariinsk)역 건물.]

 

[사진 170 : 마리인스크역 승강장에는 매점이 있다.]

 

[사진 171 : 중련으로 된 기관차가 두 대나 연결되어 있다.]

 

   오후에는 마리인스크(Мариинск, Mariinsk)에 장시간 정차하였다. 오브강(Обь Река, Ob River)의 지류인 키야강(Кия Река, Kiya River)과 만나는 장소이다. 열차가 도착하기 전에 비가 내려서 승강장이 젖어있다. 역 한쪽으로는 중련으로 된 전기기관차도 부족한지 하나 더 연결하여 화물 객차를 운반하고 있다. 도대체 화물이 얼마나 많기에?

 

[사진 172 :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도시락 라면 돼지고기맛. 한글도 있다.]

 

   저녁에는 이르쿠츠크에서 구입한 도시락(Доширак, Doshirak) 라면을 먹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도시락 라면은 닭고기맛, 돼지고기맛, 쇠고기맛 등으로 나온다. 라면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포크(fork)가 들어있다. 차내에 뜨거운 물을 넣고 기다리면 된다. 오랜만에 먹는 도시락 컵라면이다. 약 20년 전에 우리나라 한국야쿠르트(http://www.yakult.co.kr )에서 시판하였을 때에는 국내 최초의 네모난 용기와 진한 맛으로 인기가 있었다. 어릴 때 간식으로 자주 먹었다. 특히 부산사직야구장에 갔을 때 출출하면 사 먹었던 기억이 난다. 러시아에서는 한국야쿠르트에서 현지 법인인 코야(Koya, http://doshirak.com )를 설립하여 러시아에서 라면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다. 물론 러시아뿐만 아니라 CIS(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국가에서도 인기가 높다.

 

   러시아인의 입맛은 우리나라와 다르므로 우리나라에서 먹은 도시락 라면의 맛과는 다르다. 라면은 맵지 않아서 오히려 나에게는 더 먹기가 좋았다. 현지인들처럼 빵과 소시지와 같이 라면을 먹었다. 따뜻한 국물을 마시니 속이 든든하고 좋다.

 

[사진 173 : 타이가(Тайга, Tayga)역 건물. 건물에 있는 시계는 모스크바 시간에 맞추어 놓았다.]

 

[사진 174 : 시원한 저녁을 즐기고 있는 승객들.]

 

   저녁에는 타이가(Тайга, Tayga)에 도착하였다. 톰스크(Томск, Tomsk)로 가는 지선이 분기된다. 기차 안은 낮의 열기가 남아있어서 조금 덥지만 밖에 나오니 시원하다. 현지 시간으로는 밤 9시이지만 아직도 햇빛이 비치고 있다. 이렇게 하여 하루가 지나갔다.


   자는 동안에 노보시비르스크(Новосибирск, Novosibirsk)를 지났다. 시간대가 바뀌어서 1시간 늦어졌다. 하루에 시간이 1~2시간씩 늦어져서 낮잠을 자면서 밤에 자는 시간을 조금씩 늦추면 시차 적응은 매우 쉽다. 일어나니 열차는 멈추어 있고 차내에는 한산하다. 옴스크(Омск, Omsk)에 정차 중이었다.

 

   열차가 출발하니 차내에 경찰이 나타나서 신분증 검사를 한다. 경찰 앞에는 승무원이 있다. 승무원이 새로 탄 승객을 알려준다. 나는 어제 하였으니 그냥 지나간다.

 

[사진 175 : 나�바예브스카야(Называевская, Nazyvayevskaya)역 건물.]

 

[사진 176 : 나�바예브스카야역 승강장.]

 

[사진 177 : 기둥에는 열차의 진행 방향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 178 : 정차 중인 4량 편성의 통근 전동차.]

 

   점심 때에는 나즤바예브스카야(Называевская, Nazyvayevskaya)에 정차하였다. 밖에 나가니 구름이 없어서 날씨가 정말 좋다. 옆의 선로에는 통근 전동차가 있는데 4량 편성이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본 전동차는 10량 편성이었는데 수요에 따라서 차량 수에서 차이가 있다. 차량은 무지 낡았고 내부는 지저분하다. 이동이 자유롭고 시각표만 확보할 수 있다면 통근 전동차만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것도 시도해볼만 하겠다. 물론 역마다 정차하고 심야에는 다니지 않으니 한 달 정도 걸리겠지만.

 

 

 

 

 

   다음으로는 '이르쿠츠크에서 모스크바까지의 4박 5일 간의 시베리아 열차 승차 (下)'가 계속됩니다.

   여행기 제목 목록 보기

 

free 
counters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