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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러시아 - 이르쿠츠크에서 모스크바까지의 4박 5일 간의 시베리아 열차 승차 (下)

 

   열차는 시베리아 서부를 지나고 있다. 풀밭이 계속되고 간간히 나무가 자란 숲이 있다.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 한여름처럼 덥기도 하지만 우박이 내릴 정도로 추운 경우도 있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일교차도 심하다. 낮에는 땀이 나도록 덥다가도 밤에는 춥다. 여행기를 쓰고 있는 10월말 현재의 우리나라 날씨와 비슷하다.

 

[사진 179 : 풀이 나 있는 습지가 이어진다.]

 

[사진 180 : 풀밭이 있지만 나무가 있는 숲도 있다.]

 

[사진 181 : 이심(Ишим, Ishim)역 건물.]

 

[사진 182 : 이심역 승강장.]

 

   계속 초원을 달리다가 이심(Ишим, Ishim)에 정차하였다. 다시 시간이 1시간 늦어졌다. 이심은 유럽 도로(European route) E22의 동쪽 종점이다. E22는 영국에서 시작하여 네덜란드, 독일, 스웨덴, 라트비아(Latvia)를 거쳐서 러시아까지 연결된다. 일부 구간은 바다를 통과하여야 하므로 페리를 이용해야 한다. 아시아에도 비슷한 아시아고속도로(Asian Highway)가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아시아하이웨이 AH1이라는 표지판을 볼 수 있고 중국과 인도를 거쳐서 터키(Turkey)까지 연결된다고 나와 있다.

 

   열차는 끝없는 평지를 계속하여 달린다. 비가 오기도 하고 햇빛이 비치기도 하는 등 변화가 심하지만 선로 사정이 좋아서 속도를 내면서 간다.

 

[사진 183 : 신호 대기로 잠시 정차한 노바야자임카(Новая Заимка, Novaya Zaimka)역 건물.]

 

[사진 184 : 끝이 보이지 않는 시베리아 평지를 달린다.]

 

[사진 185 : 튜멘(Тюмень, Tyumen)역 건물. 다른 역과는 달리 최근에 새로 지어져서 유리를 많이 사용하였다.]

 

[사진 186 : 튜멘역은 건물을 새로 최신식으로 짓고 있다.]

 

[사진 187 : 승강장에는 화장실이 있지만 유료이다.]

 

[사진 188 : 튜멘역 승강장. 승객들은 나와서 산책하고 있고 승무원은 서서 새로 타는 승객들을 확인한다.]

 

[사진 189 : 러시아에서는 보기 드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여객 열차.]

 

   오후 5시가 넘어서 시베리아 서부의 중심지인 튜멘(Тюмень, Tyumen)에 도착하였다. 튜멘은 인구가 50만명이 조금 넘는 작은 도시이지만 러시아 석유와 가스 산업의 중심이어서 러시아 내에서 모스크바 다음으로 생활수준이 높다. 그에 걸맞게 역 건물은 현대식으로 짓고 있다.

 

   저녁으로 도시락 라면을 먹었다. 이번에는 쇠고기맛을 먹었는데 포크가 들어있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가방에서 젓가락을 꺼내어서 라면을 먹었다. 라면은 젓가락이 제격이지만 젓가락을 본 적이 없는 차내 승객들에게는 신기함 그 자체였다. 막대 두 개로 어떻게 라면을 먹느냐는 눈빛으로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사진 190 : 스베르들롭스크(Свердловск, Sverdlovsk)역 건물.]

 

[사진 191 : 스베르들롭스크역 승강장.]

 

   밤에는 스베르들롭스크(Свердловск, Sverdlovsk)에 정차하였다. 지금은 지도 상에는 스베르들롭스크라는 도시는 없다. 도시 이름은 예카테린부르크(Екатеринбург, Yekaterinburg)이다. 소련 시절에 볼셰비키 혁명을 일으킨 야콥 스베르들로프(Яков Свердлов, Yakov Sverdlov)의 이름을 따서 도시 이름이 바뀌었다가 소련이 해체된 1991년에 원래 이름으로 되돌아왔다. 그렇지만 역명은 소련 시절 그대도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5번째로 큰 도시이고 우랄 산맥의 광산에서 나오는 자원을 기반으로 발전하였다.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아시아와 유럽 간의 경계선까지는 40km 정도로 아주 가깝다. 그렇지만 밤이라서 경계를 볼 수 없었고 자는 사이에 열차는 유럽으로 들어갔다. 개인적으로는 첫 유럽 방문이다. 첫 유럽 방문을 비행기가 아니라 기차를 타고 가는 사람은 드물 걸로 생각된다.

 

[사진 192 : 키로프(Киров, Kirov)역 건물.]

 

[사진 193 : 간단히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 있다. 바로 앞은 인형을 파는 노점상.]

 

[사진 194 : 역에는 건물이 여러 개 있고 카페도 있다.]

 

[사진 195 : 키로프역 승강장.] 

[사진 196 : 한쪽에 유치된 객차와 수하물 차량.]

 

   밤이 되니 춥다. 모포를 덮지 않고 자다가 몸살이 났다. 몸 상태가 좋지 못하여 계속 잠을 잤다. 점심시간이 되어서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키로프(Киров, Kirov)에 도착하였다. 이곳도 1934년 혁명가 세르게이 키로프(Sergey Kirov, Сергей Киров)의 이름을 따서 도시명이 바뀌었다. 지금은 원래 이름인 뱟카(Вятка, Vyatka)와 같이 쓰이고 있다. 키로프는 뱟카강과 시베리아횡단철도가 만나서 물류 거점이어서 역의 규모도 크다. 승강장으로 나가니 비가 그쳤고 햇빛이 비치고 있어서 기차 안보다는 따뜻하였다. 역에는 매점이 많이 있지만 가격은 비싸다. 그래도 먹을 게 떨어져서 역에서 빵과 소시지를 사와서 먹었다.

 

[사진 197 : 6월인데 눈이 내린다.]

 

   날씨는 흐리고 열차는 계속 서쪽으로 향한다. 구름이 많아서 어둡다. 오후 2시가 넘으니 눈이 내린다. 높은 산도 아니고 6월에 눈이 오는 건 처음 보았다.

 

[사진 198 : 포나지레보(Поназырево, Ponazyrebo)역 건물.]

 

[사진 199 : 우박이 떨어지고 있는데 우산도 없이 직원들이 오간다.]

 

   신호 정리 관계로 열차는 포나지레보(Поназырево, Ponazyrebo)에 정차하였다. 눈이 우박으로 바뀌어서 차량 천장을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선로 옆으로는 얼음 덩어리가 쌓이고 있는데 우산도 쓰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우박을 맞으면 아프지 않을까?

 

[사진 200 : 눈이나 우박이 언제 왔냐는 듯 다시 날씨가 맑다.]

 

[사진 201 : 탁자 위에 놓인 먹거리와 책자들.]

 

[사진 202 : 내가 탄 침대의 아래칸을 사용하셨던 할아버지. 이분들 덕분에 지겹지 않게 4박 5일간의 기차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이제 마지막 밤이 되었다. 중간에 이르쿠츠크에서 1박을 하였지만 1주일이 넘게 걸리는 시베리아횡단철도 승차도 끝이 보인다. 이번 열차에서는 아래 침대에 계신 할아버지 덕분에 재미있게 보냈다. 할아버지는 영어를 하시지 못하였지만 몸 동작으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러시아어로 같이 말을 하셔서 역시 강대국답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모두 알아들었던 단어가 하나 있었으니 그건 하라쇼(хорошо)였다. 러시아어로 ‘좋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면 라면이 좋다고 이야기하려면 라면을 손으로 가리키고 ‘하라쇼’라고 말하면 된다. ‘하라쇼’라는 단어를 너무 많이 써서 옆의 승객들도 같이 웃기도 하였고 할아버지는 걸어가면서도 ‘하라쇼’를 계속 반복하고 계셨다. 정작 기본적인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에 해당되는 러시아어 표현은 뒤에 배웠다.

 

   모스크바에는 새벽에 도착하므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도착 1시간 반부터 차내 조명이 켜지고 승객들은 짐을 정리하고 하차 준비를 시작한다. 짐 챙기는데 사실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눈을 잠시 붙이고 도착하기만을 기다린다.

 

 

 

 

 

   다음으로는 '러시아 - 러시아의 심장 모스크바의 붉은광장(Red Square)과 크레믈린 (Kremlin) (上)'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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