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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남부선에서 중요한 역 중의 하나가 경주역(慶州驛)이다. 실질적으로 중앙선이 분기되는 지점은 황성분기점이지만 이곳에는 내릴 수 없으니 경주역에서 갈아탈 수 있는 셈이다. 경주역은 신라의 천년고도 경주시(http://www.gyeongju.go.kr )의 중심역으로 1979년부터 새마을호가 운행되었다. 지금은 KTX라는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서 무궁화호 사이에 끼여 존립이 위태롭지만 30년 전에는 아무나 타기 힘든 최고급 열차였다. 1986년부터는 서울올림픽을 대비하여 도입된 7000호대 디젤기관차가 새마을호 객차를 끌고 경주역까지 운행하였고 이 기관차의 회송을 겸하여 비둘기호 객차를 끌고 부산진역으로 향하였다. 지금도 7000호대 기관차는 무궁화호 객차를 이끌고 동해남부선을 따라서 경주역을 오가고 있다. 새마을호가 들어온 초기에는 포항과 울산에서 새마을호와 환승하기 위한 비둘기호 열차가 운행하였으나 PP동차가 도입되면서 노선이 연장되어 지금도 새마을호가 정차하는 역이다.

 

 

   경주역은 한옥 모양으로 된 역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다른 역은 코레일 CI로 역명판이 바뀌었지만 경주역은 하얀 바탕의 독특한 역명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열차에서 내리면 대합실로 나오지만 과거에는 나가는 곳이 따로 있었다. 경주역 건물 남쪽에 있는데 현재는 막아 놓았다. 과거에는 개찰구와 집표구가 분리된 역이 많았지만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많은 역에서 개찰구와 집표구를 겸하고 있다.

 

 

   경주의 관문이므로 커다란 역 광장에는 관광안내소와 경주관광안내도가 있다. 또한 경주의 한우를 알리는 광고와 함께 경주시의 캐릭터인 관이와 금이가 있다. 관이와 금이는 신라시대의 역사적 의미와 문화적인 우수성을 대표하는 왕과 여왕을 소재로 만든 캐릭터이다.

 

 

   땅만 파면 문화재가 나온다는 경주는 역 광장에도 문화재가 있다. 경주 황오동 삼층석탑이 역 광장의 한쪽에 있다. 다른 시설 같으면 당장 없어졌겠지만 문화재이니 역 광장에서 주차장 옆에서 잘 버티고 있다. 참고로 이 석탑은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졌으며 1985년에 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소유자는 철도공사이다.

 

 

   경주역 대합실에는 매표소가 있고 안내소가 따로 있다. 안내소에는 기념 스탬프가 비치되어 있어서 자유롭게 찍을 수 있다. 경주역은 오래 전부터 승차권 자동발매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현재는 신용카드 전용 자동발매기만 4대가 설치되어 있다. 다른 역과 마찬가지로 개표와 집표가 생략되어 승차권을 가지고 있는 승객은 열차 시각에 맞추어서 알아서 승강장으로 이동하면 된다. 코레일에서는 승객들의 양심을 믿는다는데 너무 믿으면 발등이 찍힌다. 그러나 차내에서는 차장이 수시로 휴대용 PDA로 검표를 하고 있어서 무임승차는 불가능하다.

 

 

   대합실 한쪽에서는 토요일을 맞아서 지역 단체에서 음악회를 열고 있었다. 지루하게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하고 있었다.

 

 

   경주역에서는 승강장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지하도를 건너야 한다. 경주역의 승강장은 2면 4선인데 과거에는 중앙선을 경유하는 열차는 주로 1, 2번선을 포항을 오가는 열차는 3, 4번선을 주로 사용하였지만 대구~포항 간을 운행하는 열차가 경주역을 거치치 않는 금장삼각선을 통하여 모두 운행하면서 상행 열차는 3번선으로 하행 열차는 2번선으로 통일되었다.

 

 

   토요일 오후를 맞아서 승강장에는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이 매우 많다. 포항역에서 부전역까지 운행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하였는데 울산역을 지나서는 입석까지 나왔다. 이제 동해남부선은 새마을호를 제외하고는 서울과 직접 연결되지 않지만 열차가 자주 운행되는 구간이 되었다. 승강장에는 LED로 출발 열차를 안내하고 있으며 이정표에는 북쪽으로는 나원역서경주역이 같이 나온다. 2009년 1월 1일부터 금장역이 서경주역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새로 붙여 놓았다. 승강장에서 역 건물을 보면 경주역을 한자로만 적어 놓은 역명판이 보인다. 신라 천년고도인 경주의 중심역이다 보니 코레일의 CI 적용의 예외이다.

 

 

   고풍적인 경주역의 이미지와는 달리 역 구내에는 경주차량사업소와 경주기관차승무사무소(http://8058.org )가 있다. 그런 관계로 많은 열차가 이 역에서 기관사 교대가 이루어진다.

 

  

   아직 전철화가 되어 있지 않아서 근처 육교에 올라가면 경주역의 선로를 시원스럽게 볼 수 있다. 경주역은 2면 4선의 승강장 이외에도 화물을 싣는 작업장이 있다. 북쪽으로 보면 가장 왼쪽에 있는 철길이 과거 중앙선인데 경주 시내의 철길이 이설되어 2.5km 떨어져 있는 황성분기점에서 나누어지면서 선로는 막혀 있다.

 

 

   동쪽으로 더 가면 유치선이 있다. 객차나 화차가 유치되는 선로인데 경주역을 시종착하는 정기 열차가 없어서인지 구특전이라고 부르는 과거에 특실로 사용하였던 무궁화호 객차만 있다. 전차대와 함께 디젤기관차의 밥을 저장하여 놓은 저유소가 있다.

 

 

   경주역의 선로는 열차가 얼마 없어서 한산하다. 차고에는 쉬고 있거나 맛있게 기름을 먹고 배를 불리고 있는 디젤기관차가 있다. 곳곳에서 공사를 하고 있고 기관차가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수색과는 달리 여객 열차는 정차하기만 하여서인지 한가하게 보인다. 차고 옆에는 사무소 건물이 있고 급수탑이 있다.

 

 

   육교에서 역 건물 반대쪽으로 내려가서 보니 경주차량사업소와 경주기관차승무사무소 입구가 있고 들어가면 바로 앞에 급수탑이 있다. 경주기관차승무사무소는 1928년에 경주기관구(慶州機關區)로 문을 열었으니 급수탑도 80년이 넘었을 가능성이 높다. 철도가 개설되면서 문화재가 파괴되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 철도도 세월이 지나면서 문화재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다시 육교를 타고 반대쪽으로 가서 이전 중앙선의 흔적을 찾아 보았다. 지금은 지자체마다 폐선되는 부지를 활용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1992년에는 그런 개념이 없었는지 이전 중앙선 철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쓰레기가 널려 있고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철길이 지나가던 곳에는 철조망만 쳐서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나마 길을 건너서는 철길이 있었다는 흔적도 없고 새로 포장을 하여 골목길이 되었다. 그나마 거리 이름을 '구철도북길'이라고 하여서 과거에는 철길이 지나갔다는 걸 알 수 있다. 과거 중앙선 철교를 활용하여 도보와 자전거 전용 다리인 장군교로 사용하고 있는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이것도 2000년 이후에 만들어졌다.

 

 

   경주역에는 기차만 탈 수 있는게 아니다. 경주역에서 약간만 걸어가면 시외버스 정류장이 있다. 근처인 울산, 포항, 대구는 물론 경상북도와 경상남도 주요 도시로 운행하는 시외버스가 정차한다. 느리고 비싼 기차에 대항하여 빠르고 짧은 배차 간격과 역 앞에도 탈 수 있는 접근성까지 동원하여 승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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