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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하여 나라 동부를 걸어서 구경합니다.

 

 

 

 

 

13. 2월 6일 - 수많은 석등을 거쳐서 들어가는 카스가타이샤[春日大社]

 

   나라에서 머무는 시간은 3시간이 조금 넘는다. 계획을 짤 때에 나라국립박물관, 카스가타이샤, 토다이지[東大寺]를 볼려고 하였다. 나라국립박물관에서 조금 동쪽으로 걸어가면 토다이지로 가는 길과 카스가타이샤 가는 길로 나누어지는 데 무언가 분위기가 있는 카스가타이샤를 먼저 구경하고 토다이지를 보기로 하였다. 지도 상으로 보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돌게 된다. 나라의 동쪽을 볼 때 대부분이 이렇게 한다.

 

 

   카스가타이샤는 미카사야마[御蓋山] 기슭에 위치하고 있으며 710년 헤이죠코[平城京]의 안전을 위하여 만들어졌다. 그 당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던 후지와라[藤原] 가문과 연결된 왕실 전용 신사였고 이후에는 고후쿠지와 더불어 엄청난 세를 과시하였다. 현재도 신사 건축양식의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건물은 오래되지 못하였다. 신토 신앙의 교리에 따라서 구조물을 허물고 그대로 복원하기를 20년마다 반복하여 현재는 1863년에 지은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이 신사를 먼저 가는 건 신사 자체보다는 신사로 가는 길 때문이다. 신사 입구에는 카스가타이샤 참도(參道)라고 적혀있고 여기서부터는 양쪽으로 높은 나무가 있고 흙길이 시작된다. 길 양 옆으로는 몇 개인지도 셀 수 없는 수많은 등롱이 있다. 등롱이라는 건 안에 등이 들어가는 돌로 만든 조형물을 말한다. 등롱은 일정한 간격으로 있는 것도 어떤 규칙도 없이 있다. 등롱의 모양이나 크기도 각각 다르다. 평상시에는 이걸 켜 놓지 않지만 매년 두 번씩 만도로[万灯籠]라는 행사를 할 때에는 모두 불을 밝히고 신사 참배를 받는다고 한다. 낮에 불을 켜 보았자 별로 신통한 게 없으니 당연히 밤에 하는데 상상만 해 보아도 멋질 것 같다. 올해는 2월 3일과 8월 14~15일에 만도로를 한다고 하니 나라에 갈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길 바란다. 길에는 등롱도 있지만 물론 여기도 곳곳에 사슴이 있다. 길 밖의 숲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평온해 보인다. 그래도 가까이 접근하는 건 위험하다.

 

 

   오르막길이었지만 가방이 없으니 몸이 가볍다. 금방 입구인 토리이[鳥居]에 도달하였다. 토리이를 지나자 드디어 신사 건물이 있다. 신사 건물은 정말 눈에 확 띠는 온통 붉은 색에 가까운 주황색이다. 일본인들은 작고 아기자기 한 걸 좋아한다지만 신사와 절은 예외인 듯 하다. 역시 이 신사 규모도 크다. 안으로 들어가면 에마[絵馬]라고 부르는 소원을 적어서 붙이는 곳이 있다. 공짜는 아니고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500엔을 주고 종이를 산 후 여기에 적어서 붙이면 된다. 우리는 항상 신사에 가면 한글이 적힌 에마가 있는가 열심히 본다. 여기는 없었다. 가끔씩 한글로 적은 에마가 보이는데...... 물론 뒤에 가면 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이 신사는 연명장수의 신을 모시는 곳이어서 그에 관련되는 여러 행사가 있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연명장수를 기원하는 에마를 팔고 올해가 위험한 나이인 경우 액운을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신사 역시 세계문화유산에 속하고 많은 보물이 있다. 호모츠덴[寶物展]지만 입장료가 아닌 참배료를 내게 되어 있었다. 귀한 것들을 보는 건 좋지만 신사 참배를 하는 것도 아닌데 참배료를 내고 싶지는 않아서 안은 들어가지 않고 다음 토다이지를 향하여 갔다.

 

 

   토다이지로 가는 길은 흙길이 아닌 도로를 따라 간다. 인도와 차도가 나누어진 길이 아닌 골목길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길을 가기 때문에 따라만 가면 된다. 왼쪽으로는 집들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와카쿠사산[若草山]이 있다. 지금은 겨울이라서 입장이 금지되어 있지만 홋카이도의 언덕처럼 나무는 없이 푸른 잔디로 덮여 있다. 보기에는 금방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을 듯한데 실제는 시간이 좀 걸린단다.

 

 

 

 

 

 

   다음으로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목조 건물과 불상이 있는 토다이지[東大寺]'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나라에서 워낙 유명한 곳이라서 많은 분들이 익숙할 걸로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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