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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를 타고 다시 후라노에 왔습니다. 이번에는 낮이라서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52. 2월 10일 - 홋카이헤소 마츠리의 고장 후라노[富良野]

 

   우리가 탄 열차는 어제와는 반대로 간다. 역시 키하 40系 1량 편성이었다. 어제는 거의 빈차로 운행되었지만 낮이어서 그런지 5명 정도 승객이 타고 있다.

 


No. 52 철도편 : 신토쿠[新得] 10:13→타키카와[滝川] 12:35
열차번호 및 종별 : 3430D 快速 狩勝, 거리 : 136.3km, 편성 : 키하 40系 1兩(ワンマン, キハ 40-752)

 


   승객들은 모두 넓게 자리를 차지하였고 열차는 출발하였다. 다시 카리카치 고개를 넘어간다. 어제와는 달리 낮이므로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 역간 거리가 먼 구간이고 쾌속 열차라서 중간 역을 통과하는 관계로 신토쿠역을 출발한 후 다음 정차역은 이쿠토라[幾寅]역으로 4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린다. 정차하는 역만을 보면 거의 특급이다.

 

   신토쿠역을 출발하자마자 열차는 오르막을 간다. 키하 283系처럼 엔진 소리만 높이고 쉽게 올라가지는 못하고 힘겹게 조금씩 조금씩 간다. 신토쿠역 주변에는 스키장이 있고 집들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금방 숲속이 된다.

 

 

   역은 드물지만 신토쿠역과 통과하는 오치아이[落合]역 사이에는 신호장이 4군데나 있다. 단선인 네무로본선에서 특급 열차가 자주 운행하기 위해서 이렇게 교행 시설을 많이 만드는 수 밖에는 없다. 우리나라 중앙선의 경우에도 앞으로는 복선이 되겠지만 지금 상황은 단선인지라 다른 노선에 비해서는 역간 거리가 짧고 곳곳에 신호장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호장에도 직원이 있는 경우가 아직 많지만 일본은 대부분이 무인으로 되어 있고 주변 역이나 중앙 지령실에서 조작을 하고 있다. 홋카이도의 특성상 눈이 많이 와서 분기기에 쌓여 작동을 하지 못하면 곤란하므로 분기하는 지점에는 스노우셀터라는 인공 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일부 신호장에는 건물이 있어서 과거에는 직원이 있었다는 증거가 남은 곳도 있다.

 

   중간에 히로우치신호장[広内信号場]에서는 아사히카와[旭川]역에서 오비히로[帯広]역까지 운행되는 쾌속 카리카치와 바뀌었다. 이 열차는 후라노선[富良野線]을 거쳐서 운행하므로 다른 쾌속 카리카치와는 달리 키하 150系이다. 열차의 앞에는 카리카치 고개의 경치를 구경하는 승객들이 보였다. 키하 40系는 전망을 보기에는 좀 힘든 구조라서 부러웠다. 또한 이 노선에서도 키하 150系로 운행하는 열차가 조금 더 운행시간이 짧다. 신호장은 특급 열차와 화물 열차까지 배려하여 만들어져서 유효장이 꽤 길다. 두 열차는 정차하지 않고 천천히 가면서 교행이 되었다.

 

   히로우치신호장 다음이 세키쇼선과 분기되는 카미오치아이신호장[上落合信号場]이다. 터널 안에 있는 특이한 신호장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터널 안에 있는 신호장이 없다. 몇 년 후에는 영동선 통리~도계 구간이 이설되면 생길 예정으로 되어 있다. 일본에는 현재 수는 적지만 존재하고 있다. 카미오치아이신호장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이곳은 열차의 교행만이 되는 게 아니라 분기되는 신호장이다. 일본에서도 지하철을 제외하고는 터널 안에서 노선이 분기되는 신호장은 이곳이 유일하다.

 

   운전석 뒤에서 긴장하면서 다음 신호장이 어디에 있는지를 집중하여 보았다. 일단 터널 안에 있으니 터널에 들어가야 한다. 3분 정도 더 달리니 앞에 터널이 보였고 열차는 들어갔다. 터널에 들어갔지만 계속 단선이었다. 터널의 끝에서 두 노선이 분기된다. 1분을 넘게 달리니 터널 안이 갑자기 넓어지고 선로가 두 개로 분기되었다. 두 선로 사이에는 승강장이 있어도 충분할 정도로 공간이 있었다. 다시 두 가닥의 선로는 서로 바뀐 후에 다른 길을 간다. 우리는 북쪽으로 가는데 세키쇼선이 보이지 않으면 바로 밖으로 나오게 된다. 처음에 세키쇼선을 건설하였을 때에는 이곳에 환승역을 만들려는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수요가 적고 주변에는 인가가 없는 지역인지라 그 계획은 취소되고 현재는 신토쿠역까지 가서 갈아타야 한다. 실제 이렇게 움직이는 사람이 있을지도 사실 의문이다. 주말에 사용하는 1일 산보 패스라면 신토쿠역까지 갈 수 있어서 쓸 수 있겠지만 통상적인 이동에서는 신호장에서부터 신토쿠까지의 구간 왕복이 그대로 운임에 적용되므로 거리에 비하여 매우 비싸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대구에서 포항을 간다면 운임은 경주역을 경유하지 않는 거리로 계산하지만 이곳은 그런 특례는 없다.

 

 

   세키쇼선과 분기된 후 터널을 빠져나와서는 세키쇼선의 모습은 볼 수 없다. 네무로본선이 낮은 곳을 가서인지 아니면 두 노선이 산 하나를 두고 나누어져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열차는 조금씩 내리막을 달린다. 속도는 크게 내지는 않지만 엔진 소리는 적어졌다. 오치아이[落合]역은 천천히 통과하고 드디어 열차는 40분만에 이쿠토라역에 멈추었다.

 

 

   이쿠토라역은 예전에 찍은 ‘철도원’이라는 영화의 주무대로 사용되었다. 영화에서의 이름은 호로마이[幌舞]역이었고 홋카이도에서 적자가 심해서 폐선 예정인 로컬선의 종착역이었다. 실제하고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역에는 영화 촬영 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탄 열차에서는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없었다.

 

 

   다시 열차는 출발하고 이번에도 중간에 3개역을 통과한다. 27분간을 운행하게 된다. 역들은 천천히 통과한는데 대부분 과거에는 열차가 많이 다녀서 교행이 가능하였다. 일부 역은 현재에는 교행시설이 철거되어서 단선역이 된 경우도 있다. 밖의 풍경도 산속에서 점점 평지가 넓어지고 마을이 나타나면서 후라노에 도착한다.

 

 

   후라노역에서는 후라노선 열차와 접속이 된다. 정차 시간도 다른 역과는 달리 길어서 8분이다. 그 시간을 이용하여 열차에서 나와 역 건물을 살펴보았다. 후라노역은 단층으로 된 작은 건물이다. 관광지여서 역 곳곳에는 후라노에서 열리는 홋카이헤소[北海へそ] 마츠리 때에 사용하는 복장과 가면으로 한 인형을 두었다. 이 마츠리는 토쿠시마의 아와오도리처럼 좀 신기한 모양의 복장과 가면을 하고 춤을 추는 마츠리라고 한다. 마츠리 외에도 후라노는 홋카이도의 경도 중심으로 농업의 중심지여서 많은 농산물과 축산물이 생산된다. 또한 봄에서 여름까지는 라벤더로 겨울에는 스키로 유명한 관광지이다. 평소에는 보통 열차와 쾌속 열차만 다니지만 관광 시즌에는 임시 특급 열차가 운행된다.

 

 

   후라노역은 2면 4선의 승강장이다. 각각은 노선별로 구분되어 있는데 역사에 가까운 쪽 승강장은 네무로본선 열차가 들어오고 먼 쪽은 후라노선 열차가 출발한다. 이미 접속하는 후라노선 열차가 출발 대기 중이었다. 어제 우리가 탄 열차는 2량 편성이었지만 지금은 한가한 낮 시간이어서 1량이었다.

 

 

   후라노역에서는 타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어서 썰렁하기만 한 열차 내가 조금은 채워졌다. 그래도 아직은 빈 자리가 남아있다. 다시 열차는 출발하였다. 오른쪽으로는 후라노선이 멀어지고 왼쪽으로는 화물 컨테이너 기지가 보였다. 현재는 후라노역까지는 화물 열차가 들어오지 않으므로 트럭으로 수송되고 있다. 가까운 산에는 스키장이 있는데 산 능선을 따라 만든 리프트가 쉽게 눈에 띤다.

 

 

 

 

 

   다음으로는 '네무로본선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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