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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53편 시작하겠습니다.
53. 2월 10일 - 네무로본선의 변덕스러운 날씨
후라노역을 출발한 열차는 다음 역인 시마노시타[島ノ下]역을 통과하였다. 바깥 경치는 바뀌어서 열차는 언덕 사이로 가다가 터널에 돌입한다. 터널은 꽤 길어서 5분 정도는 간 듯 하다. 터널에서 나오니 날씨가 바뀌었다. 분명 햇빛이 비치는 맑은 날이었는데 이곳에는 흐리고 눈이 오고 있다.
후라노역 다음 정차역은 아시베츠[芦別]역이다. 중간에 3개 역을 통과한다. 통과하는 역마다 한쪽으로는 통나무 가공 공장이 있다. 철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듯 한데. 27분을 달려서 아시베츠역에 정차하였다. 이 역은 유인역으로 임시 특급 열차도 정차한다. 승강장은 2면 3선 구조이고 역 구내가 커서 과거 세키쇼선이 없었을 당시에 번성한 모습이 연상이 된다.
다시 열차는 출발한다. 이 지역은 멀리 높은 산이 있는 평지이다. 눈으로 덮여있기는 하지만 평지가 정말 넓다. 아마 대부분은 농사를 짓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만일 겨울이 아니라면 전혀 다른 경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중간에 히라기시[平岸]역을 통과하고 나서는 날씨가 다시 바뀐다. 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비친다. 조금 전의 눈이 날리던 날씨와는 반대이다. 평지라서 철길 옆으로 한산한 도로가 있고 마을은 띄엄띄엄 있지만 계속하여 보인다.
마지막 정차역인 아카비라[赤平]역. 역의 이름처럼 건물은 붉은 벽돌로 만들었다. 이 역의 건물은 1999년 새로 만들어졌다. 역시 유인역이고 2면 3선의 구조를 가진 유효장이 긴 역이다. 낮 시간이지만 내리고 타는 승객들이 있었다. 로컬선의 역 답지 않게 실제 역 건물은 매우 큰데 1층만 역 기능을 하고 다른 층은 용도가 다르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이러한 역사를 흔히 볼 수 있다. 올해부터 우리나라 철도도 정부 소유가 아닌 공사화가 되었으니 이런 일들은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
계속 눈 덮힌 평원을 달린다. 종착역이 가까워지자 집들이 많아진다. 열차는 속도를 줄여서 커브를 돌고 복선 전철화된 하코다테본선[函館本線] 철길이 보인다. 타키카와[滝川]역 한쪽 끝에 있는 승강장으로 들어간다. 이 차량은 6시간 35분에 이르는 거리를 달려서 네무로본선 전구간을 운행하였다.
타키카와역에서는 하코다테본선 열차로 갈아타서 삿포로로 갈 예정이다. 접속이 좋지 못하여 약 28분 가량 역에서 기다려야 한다. 홋카이도의 보통 역처럼 이 역도 수시 개표가 아니라 열차가 출발 시각에 맞추어서 개표가 이루어진다. 승강장은 3면 5선이지만 이외에도 유치선이 많이 있는 큰 역이다. 철도팬들에게는 이 역이 조금 의미가 있는데 삿쇼선[札沼線]의 신토츠카와[新十津川]역까지 걷거나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이미 이 구간을 가 보신 분들도 있지만 나는 아직 이번 여행의 성격상 실행할 수 없었다. 신토츠카와역까지의 거리는 3km로 빠른 걸음으로 약 30분 정도 걸린다. 이런 날씨라면 그보다는 넉넉하게 시간을 잡아야 하겠다.
타키카와역 건물을 나와보니 이곳에서 눈이 정말 많이 왔다. 광장 중앙에는 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았다. 역 광장에는 무언가 소공원처럼 꾸며놓은 듯 한데 눈 때문에 그 모습을 알 수 없었다. 한쪽으로는 승용차들이 주차하여 있었다.
아직 눈축제 기간이라서 열차가 혼잡할 듯 하여 지정석이 있는지 창구에 문의하여 보았다. L특급 라일락(ライラック)에는 4호차 절반이 지정석인 u-시트(uシート)이다. 좌석 수가 적어서 예약하기가 쉽지 않을 걸로 판단되었지만 일단 시도를 해 보았다. 역시 자리는 없었다.
열차 출발 시각 10분 전부터 개표가 시작되었다. 이 역은 자동개찰기가 설치되어 있지만 우리가 쓰는 JR패스는 이걸 통과할 수 없다. 직원이 있는 개찰구를 통해서 승강장으로 나갔다. 햇빛이 비치고는 있지만 바람이 불어서 날씨는 추웠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구름 다리 부근에 모여 있었다.
역 구내의 선로에도 눈이 많이 있어서 한쪽으로는 선로 옆의 눈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눈이라는 건 정말 교통 기관 입장에서는 엄청난 장애물이다. 철도는 그나마 어느 정도 정시 운전이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수많은 분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JR홋카이도에서도 눈에 대한 대비를 시설면에서 많이 하고 있지만 아직도 인력이 필요한 부분이 많이 있다.
아사히카와 방면에서 우리가 탈 특급열차가 들어온다. 다행히 차량은 6량으로 늘어나 있었다. 우리는 자리를 찾아서 자유석 객차를 오갔다.
L특급 라일락(ライラック) 차량이 노후되어서 2007년 10월 1일부터 신형 차량인 789系 전동차가 투입되면서 L특급 슈퍼카무이(スーパーカムイ)로 이름이 바뀌어서 운행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삿포로역의 트윌라이트익스프레스(トワイライトエクスプレス)'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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