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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홋카이도청사를 구경한 후 홋카이도대학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갑자기 문제가 생기는데......
55. 2월 10일 - 눈사람 만들기를 하고 있는 홋카이도청 아카렝가청사[北海道庁赤レンガ庁舎]
이틀 전 눈축제 구경은 하였으므로 오늘 일정은 삿포로 시내를 간단히 보기로 하였다. 먼저 산 곳은 역에서 가까운 홋카이도청 아카렝가청사[北海道庁赤レンガ庁舎]이다. 이전에 2002년에 삿포로에 왔을 때에는 아침 시간 잠시 있어서 정문이 잠긴 모습만 보고 되돌아가야 했다. 이번에는 낮 시간에 오게 되어서 제대로 구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홋카이도청 아카렝가청사는 삿포로역에서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다. 역 남쪽으로 나와서 지하철역이 있는 곳에서 서쪽으로 꺾으면 바로 보인다. 굳이 지도가 없더라도 삿포로 시내에는 관광객들을 위하여 한글로 되어 있는 안내판이 있다.
낮 시간인지라 아카렝가청사로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현재 쓰이고 있는 청사는 아카렝가청사 뒤에 있는데 옛날 건물 뒤에 새로 지은 건물이 있어서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보여주는 듯 하다. 그렇지만 옛날 건물이지만 아무 용도 없이 방치된 건 아니다. 건물 앞의 정원은 공원으로 활용되고 있고 겨울에는 온통 눈사람을 만드는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다. 건물은 현재 전시관으로 쓰인다.
간단히 아카렝가청사의 역사를 살펴보기로 하자. 이 건물은 1888년에 건설되었다. 설계는 히라이 세이지로우를 주임으로 한 도청 직원들이 하였고, 미국 네오 바로크 양식의 벽돌 구조로 만들었다. 벽돌, 경석, 목재 등의 건축 자재는 대부분 홋카이도산을 사용하였고 신청사가 완성될 때까지 80년간 홋카이도의 중추적 역할을 해 왔다.
가로 61m, 세로 36m, 그리고 탑 정상부까지의 높이는 33m이며, 10층 건물 높이에 해당된다. 당시에는 일본 최대의 건축물이었다. 주변에 고층 건물이 없었던 시대여서 적색 벽돌 청사의 웅장한 모습은 사람들을 놀랍게 하였다. 건물 꼭대기에 우뚝 솟은 팔각탑은 1873년에 미국인 개척사 고문인 케푸론에 의해 설계 제작되었으며, 그 후 6년 뒤에 화재로 인하여 소멸되었던 것을 개척사 삿포로 본청사의 팔각탑을 모방하였다. 적색 벽돌 청사는 1909년 화재로 인하여 내부를 소실되었지만 다행히도 적색 벽돌 벽에 큰 손상은 없었다. 1910년에 복구 공사가 착수되어 1911년에 완료되었다. 1968년에는 홋카이도 백년을 기념하여 창건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되어 영구 보존하게 되었다. 오늘날, 메이지 시대의 서양식 건축물은 일본 내에서도 드물고, 1969년 국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박물관처럼 전시실이 있었다. 1층 한 구석에는 관광 안내소도 위치하고 있어서 삿포로를 포함한 홋카이도 관광에 도움이 되는 팸플릿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2층에서는 사할린에 관한 특별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한때 사할린은 일본 땅이었고 지금도 강제로 끌려간 우리 동포가 많이 남아있는 땅이다. 사할린의 철도는 일본과 같은 협궤이고 일부 차량이 양도되었지만 현지 기후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고 있어 러시아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기관차와 객차로 운행되고 있다. 그러나 전시된 내용은 초기 사할린에 가서 개척을 한 일본인들과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돌아오는 일본인들의 모습만을 담고 있었다. 또한 현재 사할린에 남아있는 일제 점령 시대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지금은 봄에서 가을 동안은 왓카나이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섬이지만 아직은 러시아 입국 절차가 까다롭고 우리나라에서 갈 경우 엄청나게 비싼 항공료 때문에 거리에 비하여 멀게 느껴지는 땅이다.
아카렝가청사에서 나와 향한 곳은 홋카이도대학 부설 식물원이다. 겨울이라 따뜻한 온실이라도 구경할 수 있을까 기대하였지만 이미 입관 시간이 넘었다. 포기하고 하코다테본선 선로 넘어 있는 홋카이도대학으로 향하였다. 가는 길은 주택가였다. 추운 동네여서 그런지 집들은 조금 땅보다 높게 있었다. 길은 눈 때문에 조금 미끄러웠지만 조심조심 걸으면 갈 수 있었다.
홋카이도대학(北海道大学, http://www.hokudai.ac.jp)에 가니 가장 먼저 보이는 게 학생회관이었다. 개척 시대에 이 학교에서 강의를 하였던 미국인 클라크(William Smith Clark, クラーク) 박사의 이름을 따서 클라크회관(クラーク会館)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안에는 학생식당이 있었다. 외국인들의 방문이 많은지 곳곳의 안내에는 영어로 같이 나와 있었다. 마침 우리는 점심을 먹지 못하였기에 시중보다 싼 가격으로 많은 걸 먹을 수 있었다. 식당은 카페테리아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원하는 음식을 골라서 식판 위에 두고 이걸 계산대로 가져가서 음식의 값을 합산하여 내는 방식이다. 먼저 밥 종류로 먹고 후식으로 라면을 먹었다. 우리나라보다는 비싸지만 그래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
배도 부르고 이제 홋카이도대학 구내 구경을 나갈려고 하였다. 그런데, 밖에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분명 우리가 여기 들어올 때에는 눈은 커녕 날씨가 맑았는데...... 원래 계획은 잘 조성된 평지 캠퍼스를 한바퀴 돌아보려고 하였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불가능하였다. 오늘 숙박을 할 하코다테로 갈 열차를 앞당겨 타기로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열차가 정시 운행이 불가능하다.
우산을 가지고 갔지만 이런 상황에서 쓰면 눈의 무게 때문에 곤란하여 모자를 쓰고 폭설이 내리는 거리로 나왔다. 거리의 차들은 거의 기어가듯이 움직이고 사람들도 천천히 움직였다. 폭설 장면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지만 그걸 시도하다가는 렌즈에 눈이 묻어서 얼룩이 생길까 두려웠다. 삿포로역에는 JR타워가 있어서 멀리서도 찾기가 쉬운 위치였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한 치 앞도 겨우 보이는 상황이라 머릿속에서 지도를 생각하며 역을 향하여 갔다. 겨우겨우 걸어서 10분 만에 역 건물에 들어갔다. 입구에서 곳곳에 쌓인 눈을 제거하고 승강장을 향하여 갔다.
다음으로는 '자연의 위력 앞에 꼼짝을 못하는 홋카이도의 열차들'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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