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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리 구경을 마치고 나라로 가서 저녁을 먹습니다. 원래 계획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는 햄버거 체인인 모스버거에서 먹습니다.
48. 1월 30일 - 나라[奈良]에서 먹는 모스버거(モスバーガー)
텐리시의 외곽을 돌다보니 특이한 건물이 있었다. 일본의 전통 양식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텐리교에 관계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서양식이었다. 더 가서 보니 텐리시청이었다. 종교도시의 행정을 맡는 장소이다.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텐리교의 건물들과는 전혀 다르게 만들어져 있었다.
이렇게 하여 텐리시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종교도시답게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또한 전체적으로 일본의 다른 도시에 비하여 훨씬 깨끗하였다. 물론 텐리교 교회 밖은 다른 도시와 같이 평범하였다. 그렇지만 조그마한 마을이었던 이곳이 도시로까지 성장한 것은 텐리교라는 종교의 힘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물론 그 때문에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도시 이름까지 텐리시가 되었다.
역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해가 지고 어두워져서 사진을 찍기에는 좋지 못한 상황이 되었다. 넓고 깨끗한 역 광장에는 ‘평화의 빛남[平和のかがやき]’이라는 조각상이 있었다. 어두운 역 광장에서 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다시 킨테츠 열차를 탔다. 귀가하는 사람들도 도착하는 열차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No. 60 철도편(킨테츠) : 텐리[天理] 17:48→히라하타[平端] 17:54
열차번호 및 종별 : 1794 普通, 거리 : 4.5km, 편성 : 9200系 4兩(2号車 9351)
금방 히라하타역에 도착하였다. 카시하라선 승강장에 열차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승객들이 모두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승객들이 다 타자 열차는 출발하였다. 이 역의 경우에는 환승객들이 많다.
No. 61 철도편(킨테츠) : 히라하타[平端] 17:56→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 18:06
열차번호 및 종별 : 1762 急行, 거리 : 9.9km, 편성 : 1026系 6兩(5号車 1176)
이 열차는 이미 좌석은 다 차 있어서 서서 가야 했다. 금방 킨테츠의 차고가 보이고 나라선, 교토선, 카시하라선이 만나는 사이다이지역에 도착하였다. 이 역은 여러 노선이 만나서 매우 혼잡하였다. 우리는 역 건물로 가서 스탬프를 받은 후에 나라로 가기 위하여 열차를 기다렸다. 나라까지는 가깝기 때문에 먼저 오는 열차를 타면 된다.
No. 62 철도편(킨테츠) : 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 18:13→나라[奈良] 18:18
열차번호 및 종별 : 1751 準急, 거리 : 4.4km, 편성 : 1026系 6兩(3号車 1198)
들어온 열차는 이 역에서 많은 승객이 내린다. 타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라는 나라현의 현청소재지이지만 실제로는 오사카나 교토로 나갔다가 밤이 되면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열차 내에는 텅텅 비어서 여유 있게 앉을 수 있었다.
카시하라선이 멀어지고 나라 시내를 지상으로 달린다. 나라하면 과거 수도로서의 오래된 이미지를 생각하였는데 킨테츠 선로 주변은 화려하고 상가가 많이 있었다. 얼마 안 가서 신오미야[新大宮]역에 정차한다. 이곳은 관광객들은 많이 오지 않는 곳인데 신시가지로 개발되었다. 과거의 것들을 보존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현지 주민들의 생활도 되어야 하니.
다시 달리면 지하로 들어간다. 킨테츠나라[近鉄奈良]역은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 1914년에 오사카덴키키도[大阪電気軌道]로 개통되었을 때에는 지상에 있었으나 1969년에 지하로 이전하였다. 그에 따라서 이전의 역건물은 다시 지어져서 현재는 승강장과 승차권 판매소가 있는 게 아니라 여행사, 식당, 역사 테마 전시관 등이 있다.
킨테츠나라역도 승객들이 많이 이용하고 종착역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선로 양쪽으로 승강장이 있는 형태로 되어 있다. 4면 4선 구조로 4번 승강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양쪽에 승강장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탄 열차는 승객이 많지 않아서 한쪽 출입문만 열었다. 선로는 한쪽으로 막혀 있고 개찰구를 빠져나갈 때까지는 계단이 없다. 그렇지만 지하에 있는 역이므로 지상을 올라갈 때에는 계단이 있다. 나오는 출구에 따라서는 역 건물 안으로 연결되는 통로도 있다. 비가 온 겨울이라서 날씨가 약간 춥다. 물론 우리나라 서울에 비하여는 따뜻하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역 건물 안에 있었다.
나라에는 JR나라역도 있다. 이전에 왔을 때에는 JR칸사이패스를 이용하였기 때문에 JR나라역에서 내려서 한참을 걸어왔다. 하지만 킨테츠나라역이 더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사슴들이 돌아다니는 나라공원에 접근하기에는 더 좋은 위치에 있다. 물론 이번에는 밤에 와서 가기에는 좋지 않다. 밤에는 사슴들이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인적도 없는 공원에 들어가면 위험할 듯 하다.
나라현과 미에현의 대부분의 장소가 그렇듯이 킨테츠나라역이 JR나라역보다 이용객이 많다. 킨테츠나라역 부근에는 관광을 위한 과거 수도였을 때의 지도와 그 당시에 훌륭한 일을 한 스님의 동상이 있다.
우리가 이곳 나라에 온 이유는 저녁을 먹기 위함이었다. 점심은 마트에서 간단히 사 먹었으니 저녁은 괜찮게 먹고 싶었다. 역 바로 앞에 있는 코니시토리[小西通]에서 텐뿌라[天ぷら]를 먹으려고 계획을 하였다. 생선과 각종 야채를 튀긴 텐뿌라는 일본에서도 조금 가격이 비싼 요리이다. 바로 튀긴 걸 먹는 게 맛있다. 좁은 골목을 따라서 가이드북에서 본 텐뿌라음식점을 찾았다. 그런데 몇 번을 왔다갔다 하였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음식점이 없어진 것일까? 다시 가 보니 오늘은 휴무일이어서 불이 완전히 꺼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밤이고 어두워서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음식점은 일요일이나 공휴일에 쉬지 않고 월요일이 휴일인 모양이었다.
할 수 없이 다른 걸 먹어야 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산죠도리[三条通り]와 만나는 지점에 있는 모스버거 가게를 보았다. 일본에서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는 몇 번 가 보았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는 모스버거에서는 먹어본 적이 없었다. 나라의 이미지하고는 맞지 않지만 모스버거에 들어갔다.
모스버스(モスバーガー, MOS BURGER, http://www.mos.co.jp )는 일본의 패스트푸드 체인점 중의 하나이다. 모스버거의 MOS는 각각 산(Mountain), 대양(Ocean), 태양(Sun)을 의미한다. 산의 높음과 대양의 넓음 그리고 태양의 밝음을 포함하는 음식을 판매한다는 의미이다. 역사는 꽤 오래되어서 1972년 도쿄에서 1호점이 문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서양의 패스트푸드와는 소스와 고기의 맛이 다르고 쌀로 만든 라이스버거(ライスバーガー, rice burger)도 판매하였고 특히 1973년 세계 최초로 데리야키버거(テリヤキバーガー)를 판매하여 히트 상품이 되었다. 또한 음식의 재료를 엄선하고 주문을 받고 나서 버거를 만들어서 패스트푸드 중에서도 슬로우푸드(slow food)와 같이 만든다. 이 때문에 ‘신선한 음식을 만들어 드리기 위해서는 귀한 시간이 필요합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1990년 후반에 경제 불황으로 일본 국민들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맥도날드를 시작으로 패스트푸드의 가격 인하가 시작되었을 때에도 모스버거는 가격 인하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모스버거는 맛있어서 일본 내에서 호응이 좋기도 하였지만 ‘당시 가장 잘 팔리는 담배 가격을 바탕으로 모스버거의 가격을 생각한다’는 기본 규정을 지켰기 때문이다. 현재 모스버거는 일본 내의 햄버거체인점 중에서 맥도날드(マクドナルド, http://www.mcdonalds.co.jp )에 이어 매출에서 2위이다.
모스버거에서 주문을 위하여 메뉴판을 보았지만 다른 패스트푸드점에 비하여 낯설었고 가격도 꽤 비쌌다. 고민을 하다가 바베큐포캇챠세트(バーベキューフォカッチャセット)를 선택하였다. 700엔으로 당시 환율을 생각하면 패스트푸드로는 약간 비싼 편이다. 현재는 이 메뉴는 없어졌다.
계산을 하고 자리에서 기다렸다. 이곳은 분위기도 일반 패스트푸드점과는 달랐다. 조금 괜찮은 카페 같았다. 딱딱한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로 만든 의자에 조명도 약간 어두우면서 노란색이었다. 잠시 후 내가 주문한 바비큐포캇챠세트가 왔다. 세트의 구성도 일반 햄버거가게와는 차이가 있었다. 탄산음료 대신에 스프가 나왔고 감자튀김 대신에 샐러드가 있었다. 스프는 자기로 된 그릇에 담겨 있었고 샐러드는 유리로 된 그릇에 있었다. 최근에는 약간 바뀌었지만 일회용으로 쓰는 다른 패스트푸드점과는 차별화되었다. 심지어 숟가락과 포크도 플라스틱 일회용이 아닌 스테인레스로 되어 있었다.
버거가 아닌 포캇챠(フォカッチャ, focaccia)라는 빵이다. 버거보다는 약간 얇지만 빵이 더 밀도가 높게 만들어져 있는데 이탈리아 요리에 쓰인다고 한다. 약간 딱딱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드러워서 먹기에 괜찮았다. 샐러드도 같이 먹기에는 좋았지만 스프는 해물이 들어갔는데 조금 느끼하였다.
친구가 먹은 것은 매우 매운 포캇챠 세트였다. 직원이 굉장히 매운데 괜찮냐고 물어보았다고 하였다. 그러나 매운 우리나라 음식을 잘 먹는 친구로서는 전혀 걱정이 없었다. 나는 매운 음식을 싫어하기 때문에 맛은 보지 못하였지만 스프까지도 빨간색이어서 꽤 매울 것 같았지만 친구는 아무 문제 없이 잘 먹었다.
이렇게 하여 우리나라에는 없는 모스버거를 저녁으로 먹고 다시 나라 시내로 나왔다. 양이 적어서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할인점에서 먹을 것을 더 사므로 큰 문제는 없다. 시계를 보니 오후 7시 40분이었는데 가게들은 문을 닫기 시작하였고 거리는 조금 한산해졌다. 우리는 다시 킨테츠나라역으로 내려가서 다음 열차를 타러 갔다. 나라에서 나가는 사람들은 적은지 개찰구는 사진 933처럼 사람의 모습은 볼 수 없다.
다음으로는 '지금은 케이한나선(けいはんな線)인 히가시오사카선[東大阪線]을 거쳐서 숙소인 오사카[大阪]로'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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