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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이 너무 긴 듯 하여 정리를 하면서 분리하였습니다.
9. 2월 13일 - 드디어 JR시코쿠 열차를 타게 되다
잠을 얼마 못자고 새벽 6시에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은 잠든 지 얼마 안 되었고 일부 사람들은 밤을 꼬박 새었다고 들었다. 이렇게 일찍 일어난 이유는 JR시코쿠 노선 중 두번째로 짧은 나루토선[鳴門線]을 타기 위해서이다. 일정상 나루토선을 탈 시간적인 여유가 따로 없다. 하지만 어제까지는 중간에 나갈 여유가 없었지만 오늘은 마지막 날이라 사람들의 긴장이 풀렸고 피곤하여 늦잠을 잤다고 변명을 할 수 있다.
필요한 최소한의 짐을 챙겼다. 사진기, 노트, 그리고 JR시각표. 이들을 쇼핑백에 넣고 아침 7시 방을 나왔다. 엘리베이터에서 일본측 선생님을 만났는데 호텔 체크아웃이 오전 10시라고 알려주셨다.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이 시간을 잘 안 지키는게 이미 유명하므로 미리 인식시키려는 듯 하다.
원래 버스가 다니기는 하지만 일본은 우리처럼 버스 배차 시간이 짧지 않다. 평균 1시간에 2대꼴인데 그러면 차라리 3km 정도의 거리니깐 걸어가는게 더 빠르다. 가방과 같은 큰 짐이 없으니 별로 부담되는 것도 없다.
오늘은 평일인지라 도로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도로의 차들이 막히고 있었다. 물론 한쪽으로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꽤 있다. 아침 기온이 서울보다는 높아서 춥지 않고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 토쿠시마역은 이 지역의 중심역이기 때문에 도로의 안내판에 잘 나와있다. 뛰기와 걷기를 반복하여 호텔을 출발한지 20분이 지나자 토쿠시마의 차량기지가 보였다. 잘 알려진 틸팅 디젤동차인 N2000系에서부터 보통열차로 쓰이는 키하 40系, JR 이후에 새로 도입된 1000系 등 몇몇 차량들이 있었다. 아침 출근 시간이라 많은 차량들이 운행하고 있을 것이다. 조금 더 가자 토쿠시마 버스 정류장과 매표소가 보였다. 바로 옆이 토쿠시마역이다. 사진 58에서 볼 수 있듯이 토쿠시마역은 규모가 매우 크다. 그러나 실제 역 기능을 하는 매표소와 대합실 그리고 여행사가 있는 곳은 1층 일부만이다. 나머지 1층과 지하는 특산물 판매소이고 그 위의 층은 모두 호텔이다. 물론 호텔은 JR시코쿠 그룹의 회사에서 운영을 맡고 있다.
JR시코쿠에서는 여러 종류의 패스를 판매하고 있다. 아마 화물을 제외한 JR 6개사 중에서는 JR홋카이도[北海道]와 더불어 그 종류가 많고 조건도 좋다. 시중에 가면 여러 일본 여행에 관한 잡지들이 나오지만 유독 시코쿠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패스에 관해서도 알기 어려운데 JR시코쿠 노선만을 탈 때 유용한 패스를 여기서 소개한다. 구입할 수 있는 곳이 JR시코쿠 역이나 여행사인 와프(ワ-プ)이다. 와프는 시코쿠 내의 주요역에도 있지만 JR오사카[大阪]역 내에도 있으므로 이곳에서 미리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다.
1) 버스데이킷뿌(バースデイきっぷ) : JR시코쿠 전 노선(고지마[児島]까지의 세토대교선 포함)과 토사쿠로시오철도 전 노선을 연속 3일 동안 탈 수 있다. 특급열차 그린샤[グリーン車]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가격은 10,000엔이지만 사용하는 달에 생일이 있어야만 발권이 가능하다. 그러나 2~4인일 경우 한 사람만이라도 그 달에 생일이 있어도 된다. 발매시에 생년월일을 증명할 수 있는 공식 문서가 필요하다(우리같은 외국인은 여권으로 하면 되겠죠).
2) 시코쿠프리킷뿌(四国フリーきっぷ) : JR시코쿠 전 노선(고지마[児島]까지의 세토대교선 포함)과 토사쿠로시오철도의 쿠보카와[窪川]와 와카이[若井] 구간을 연속 3일 동안 탈 수 있다. 보통열차와 특급열차의 자유석을 이용할 수 있으며 15,700엔이다.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가격과 탈 수 있는 열차를 비교하여 보면 가장 좋은 것은 버스데이킷뿌이다. JR 패스로도 감히 탈 수 없는 토사쿠로시오철도선을 모두 탈 수 있다는게 큰 매력이다. 사실 토사쿠로시오철도선은 지방사철이라 운임이 JR보다 비싸기 때문에 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쿠보카와[窪川]에서 수쿠모[毛宿]까지 특급 왕복 요금이 거의 4,000엔을 넘으므로 엄청 이익이다. 그러나 나는 불행히도 생일이 2월이 아닌지라 이것을 이용할 수 없다. 나머지를 보면 특급열차를 탄다면 시코쿠프리킷뿌가 괜찮다. 대충 열차시각을 짜 보면 특급열차를 이용하면 너무 빨리 전선을 타게 된다. JR시코쿠의 노선 연장은 855.2km이고 모두 259개역이 있어서 우리 남한의 철도 연장의 25% 정도 밖에 안 된다. 나의 기차 여행의 주목적은 로컬선의 보통 열차이고 훨씬 싸고 각지의 주요역에 내려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코쿠 사이핫켄킷뿌를 사용한다. 다행히 학회는 금요일에 끝나므로 이날부터 일요일까지 연속하여 쓸 수 있다. 그래도 2회를 더 쓸 수 있는데 이는 학회를 주최한 토쿠시마분리대 학생에게 우편으로 보내주기로 하였다. 앞으로 3개월간은 시코쿠에 갈 일은 없을 테니깐.
지금은 사이핫켄킷뿌라고 일본어 발음을 알게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몰랐기 때문에 미도리 창구에 가서 직원에게 JR시각표의 할인표가 나오는 페이지를 펴고 四国再発見きっぷ을 가리키며 이런 표를 달라고 하였다-"코노 킷뿌 구다사이". 직원은 단말기를 치더니 금방 길다란 표 2장을 내어주고 5,500엔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일어서서 표 2장을 내 손에 쥐어 주면서 하나는 승차권이고 다른 하나는 안내문이라고 말하면서 간단하게 설명을 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일본에서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아직도 나에게는 익숙하지는 않다.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버스터미널에는 호객꾼 같은 직원이 붙어있고 기차표를 사려고 하면 단말기 한번 쳐 보지도 않고 무조건 입석이니 하는 일들을 많이 당하였기 때문이다.
본래 역을 한번 둘러보고 기념스탬프도 찍어야 하지만 오후에 다시 올 것이고 열차 출발 시각까지는 얼마남지 않았으므로 개표를 하였다. 개표구에서는 직원이 내 승차권을 보더니 1回에 도장을 찍어주었다. 구름다리를 건너 3번 승강장에 내가 탈 나루토[鳴門]행 오늘의 첫 열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No. 4 철도편 : 토쿠시마[德島] 7:34→나루토[鳴門] 8:07
열차번호 및 종별 : 730D 普通, 거리 : 18.8km, 편성 : 키하 40系 3兩 편성(キハ 40-2142, 47-113, 1088)
이 열차는 키하 40系 3량 편성이다. 물색이라고도 부른다는 JR시코쿠의 스카이블루색의 띠를 넣은 차량이다. 사실 제목도 이 스카이블루로 하고 싶었지만 색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가장 가까운 파란색을 쓰고 있다. 파란색은 JR서일본의 색깔인데...... 차량에 대하여 잘 아시는 분은 키하 40형은 양운전대 차량이고 키하 47형은 편운전대(운전대가 한쪽 끝에만 있는)임을 눈치챘을 것이다. 오늘은 평일 아침인지라 출퇴근 손님을 태우기 위하여 3兩 편성으로 운행하는 것이다. 낮에는 키하 40系는 단독으로 나머지 키하 47系는 2량 편성으로 다닐 것이다.
아침 시간이지만 이 열차는 시내를 나가기 때문에 차내는 매우 한산하였다. 여유있게 앉아 갈 수 있었다. 얼마 안 되어서 열차는 우렁찬 엔진소리와 파란 배기가스를 승강장에 뿜으면서 출발하였다. 열차는 복선 구간을 따라 고가로 진입한다. 이 구간은 상하행선이 분리된 복선은 아니라 한 선은 토쿠시마선[德島線]이고 다른 한 선은 내가 달리고 있는 코토쿠선[高德線]이다. 즉 단선이 병렬되어 있는 셈이다.
이케노타니부터는 노선 연장이 겨우 8.5km 밖에 안되는 나루토선이다. 연장도 짧지만 중간에 교행역이 하나도 없고 모두 단선역이다. 역 건물은 추운 지방이 아니어서 당연히 없다. 그러나 아침에 사람들이 많이 타고 내리는 역에서는 직원이 나와 있어서 차장만으로 부족한 승차권 집표 업무를 돕고 있었다. 이 노선에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역이 있는데 쿄카이마에[教会前]역이다. 우리 식으로 읽으면 교회앞역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절 이름이 들어간 역은 있지만 교회가 들어간 적은 들어보지 못하였다. 왜 그런가 보니 역에서 나가는 큰 길에 오래된 절 같은 건물이 있었다. 아마 절이 아니라 교회인 듯 하다. 일본 철도 중 많은 수가 우리의 개화기에서 일제시대 사이에 건설되었음을 감안하면 그 당시에 교회가 있어서 역 이름을 그렇게 짓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실제 자료를 찾아보니 나루토선은 1916~1928년 사이에 구간구간 완공되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열차는 천천히 종착역인 나루토[鳴門]역에 도착하고 있었다. 나루토는 조그마한 도시였고 토쿠시마보다는 느슨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역도 마찬가지로 단층 건물이었다. 열차에서 내려 여러 사진을 찍고 다시 반대로 돌아가기 위하여 같은 열차에 올라탔다.
다음으로는 '특이한 분기 구조를 가지는 이케노타니[池谷]역'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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