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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도산선을 따라서 북쪽으로 향합니다. 도산선은 토사야마다 이후는 시코쿠 중앙의 산지를 넘어가기 때문에 멋진 경치를 보여줍니다. 사진 부족으로 현실감 있게 보여드리지 못하는게 크게 유감입니다.

 

 

 

 

 

23. 2월 15일 - 또 다른 스위치백 신가이[新改]역과 철교 위의 토사키타가와[土佐北川]역

 

   고치역은 여전히 혼잡하였다. 특히 특급열차가 도착하면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탔다.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 고치 주민들에게 철길은 정말 외부와의 소통을 위한 필수 수단이다. 현재 고치에 가려면 비행기를 제외하고는 오까야마[岡山]에서 특급 열차로 갈아타는게 가장 빠르다. 고속버스의 경우 이보다는 시간이 더 걸린다. 시코쿠 내에는 임시열차를 제외하고는 야간 열차가 다니지 않으므로 도꾜[東京]나 오사카[大阪]에서 출발하는 야간 페리를 이용하는게 더 낫다.


   내가 탈 열차는 보통열차. 구름다리를 건너가니 탈 열차가 이미 들어와 있었다. 오늘 처음으로 원맨이 아닌 차장이 있는 열차에 타게 되었다.

 


No. 24 철도편 : 코치[高知] 15:40→아와이케다[阿波池田] 18:05
열차번호 및 종별 : 258D 普通, 거리 : 82.7km, 편성 : 키하 28系 + 58系(3兩, キハ28-2142+キハ58-199, 253)

 


   역시 열차 내에는 사람이 꽤 있었다. 그래도 3량 편성이기 때문에 앉을 자리는 있었다. 이 열차는 가운데에는 박스 시트이고 출입문 부근에는 롱시트로 되어 있다. 그렇지만 3량이나 되는 편성에도 불구하고 모두 화장실이 없는 차량이다. 생긴 모양으로는 키하 40系와 거의 비슷하다. 운전실 쪽도 개방이 되어 있지 않고 작은 창문과 운전실 문에 있는 창을 통해서만 보일 뿐이다. 그러나 이 차량은 원래 급행열차로 쓰인 차량이다. 키하 28系는 엔진이 하나이고 키하 58系는 두 개다. 1950년대 후반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엄청난 물량이 만들어졌지만 1980년대부터는 차량이 노령화되고 급행열차가 줄어들면서 일본 곳곳에서 보통열차로 쓰이고 있다. 좌석은 비록 완전히 보통열차화 되었지만 박스시트 내에는 창쪽으로 받침대가 있어서 과거의 전성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듯 하였다.

 

   좌석은 거의 차고 고치역을 출발하였다. 나는 늦게 탔기 때문에 자리가 없어서 앞쪽의 롱시트 부분에 앉았다. 운전실에는 운전사만 있는게 아니라 1명이 더 타고 있었다. 운전사의 연배가 있어보이는데 교육을 위한 목적은 아닌 듯 하고.


   열차는 천천히 갔다. 아직은 고치 시내 구간이라 역간 거리가 짧다. 단선에서 최대한 열차를 운행하기 위하여 이 짧은 역간 거리에서도 전부 교행선이 있고 반대편의 열차와 바뀌었다. 고멘[後免]역까지는 토사쿠로시오철도의 차량을 볼 수 있다. 토사쿠로시오철도의 고멘·나하리선(ごめん·なはり線)의 일부 열차는 JR도산선을 따라서 고치역까지 연장운행하기 때문이다. 고멘·나하리선의 차량은 앞에서 본 나카무라선[中村線]의 차량과는 차이가 있다. 9640形이라고 부르는데 그렇게 숫자를 만든 것은 회사 이름인 쿠로시오(くろしお)의 글자 하나하나를 숫자로 바꾼 것이다. 양운전대의 21m의 길이를 가지는 스테인레스차량으로 JR시코쿠의 1000系의 차량과 연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시각표를 보면 일부 열차는 고치에서 고멘까지 연결되어 가다가 분리되어 아키[安芸] 방면과 토사야마다[土佐山田] 방면으로 각각 가는 경우가 있다. 모두 11량 만들어졌는데 이중 2량은 바다 쪽으로 창이 큰 오픈데크 차량이다. 시각표 상에 오픈데크 차량으로 운행된다고 표시되어 있으므로 이 노선을 이용하고자 할 때 참고하기 바란다.

 

   얼마 안 가서 토사잇쿠[土佐一宮]역에 도달하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철길이 하나 분기되었다. 열차 진행 방향의 오른쪽으로 따라 갔는데 이 철길이 여러 개로 나누어졌다. 고치차량기지로 들어가는 선이었다. 고치차량기지에는 DE10系 기관차부터 2000系, 키하 40系 등 JR시코쿠의 여러 차량들이 있었다. 하천 앞에서 차량기지는 끝나고 건너고 나니 네노시다[布師田]역에 도착하였다. 운전사 옆에 있던 사람은 여기서 내렸다. 아마도 차량기지로 들어가는 직원인가 보다. 이제는 도심에서 멀어졌는지 집도 적어지고 간간히 공장이 보이고 나머지는 논과 밭이나 현재는 큰 용도가 없어 보이는 나대지이다.

 

   토사쿠로시오철도 고멘·나하리선과 분기되는 고멘[後免]역에 도착하였다. 토사쿠로시오철도 구간이 개통되면서 역은 새로 지어져서 깨끗하였다. 역시 이 역에서도 반대 방향 열차와 바뀌었다. 타는 승객은 얼마 안 되고 많이 내렸다. 고멘도 고치의 동쪽에 있는 이노[伊野]처럼 토사전기철도의 노면전차가 운행되고 있으나 철도가 더 빠르고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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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멘역을 출발하면 고멘·나하리선은 분기하여 오른쪽으로 고가로 올라가 사라진다. 멀리 높은 산들이 보이지만 여전히 평지를 달린다. 집들이 많아지면 토사야마다[土佐山田]역에 도착한다. 고멘역과 더불어 모든 특급열차가 정차하며 보통열차의 경우 절반 정도가 여기까지만 운행된다. 고치 지구에서 운행되는 1000系 디젤차는 이 이상은 운행되지 않는다. 이 역에서는 특급 열차를 먼저 보내고 바뀌기 때문에 10분간 정차한다.

 

   미도리창구까지 있는 유인역으로 알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차장이 밖으로 나와서 승객들의 승차권을 집표하고 있었다. 우리 열차만이 아니었다. 조금 있다 도착한 특급 난푸호의 경우도 차장이 나와서 승차권을 집표하고 있었다. 승강장 양쪽으로 열차가 정차하여 있고 차장 두 명이 집표를 하고 있다. 승객들이 어느 정도 빠져 나간 후에 역 건물로 가 보았다. 역 창구에는 현재 작업 중이라고 나와 있었다. 그래도 안에 직원의 모습이 보여서 스탬프를 달라고 하여 찍을 수 있었다. 작업은 조금 후에 고치 방면으로 출발하는 열차의 입환 때문이었다. 직원 수가 적다보니 이런 경우는 역 매표 업무를 할 수 없는 셈이다. 그렇지만 차장이 대신할 수 있고 가까운 구간의 표는 자동발매기에서 살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없다. 인건비 절약을 위한 노력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승객이 없는데도 직원이 매표창구를 지키면서 시간을 보내는 역을 많이 보아왔는데 이런 곳은 점차 자동발매기로 바꾸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통카드가 발달되어 있는데 이걸 응용하는 것도 쉽다. 통근열차만 다니는 서울 근교의 경의선이나 경원선은 충분히 시스템을 바꾸는게 모두에게 좋으리라고 여겨진다.

 

   열차 내가 한산해져서 박스 시트로 자리를 옮겼다. 4개의 좌석을 점령하게 되었다. 의자는 뒤로 전혀 넘어가지 않고 직각이지만 4개의 자리니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토사야마다역 이후는 전혀 다른 경치가 펼쳐진다. 토사야마다까지는 거의 평지를 달렸지만 드디어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철길 옆으로는 인가는 거의 없는 숲이다. 이곳은 따뜻한 지방인지라 역시 삼나무와 대나무가 매우 많다. 철길은 좌우로 커브를 돌면서 계속 올라가서 창문 아래로 경치가 펼쳐져서 급경사임을 쉽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른쪽 위에서 철길이 보인다. 이 철길의 정체는 무엇인지 모르겠는데 점차 내가 가고 있는 철길이 올라가면서 거의 높이가 비슷해졌다. 분기하여 다시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철길이 나누어지고 역으로 들어섰다.

 

   또 다른 스위치백이 있는 역인 신가이[新改]역에 도착하였다. 앞에서 보여드린 츠보지리[坪尻]역과 같은 구조이다. 경사가 있는 곳에 정차역을 만들기 위하여 수평으로 된 선로와 분기가 되어 여기에 정거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산간에 있는 역이라서 그런지 역시 내리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없었다. 이용객들은 주로 통학생들과 노인들이라고 하지만 오늘은 일요일이 아닌가? 바뀌는 열차가 없기 때문에 바로 출발하였다. 3량 편성 열차이기 때문에 운전사가 자리를 이동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후진을 하였다. 나는 재빨리 맨 뒤 칸으로 가 보았다. 차장은 뒤쪽 운전실에서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흥전과 나한정 구간의 스위치백에서는 뒤에서 차장이 무전으로 운전사에게 신호를 알려주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뒤에는 중단된 철길이 보이고 열차는 다시 앞으로 진행한다.

 

 

   역시 산을 계속 올라간다. 인가가 보이고 도로가 나타나면 시게토[繁藤]역에 도착한다. 시게토역은 시코쿠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더 가다 보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하천을 따라 가게 되었다. 이 높은 산지는 고치현과 토쿠시마현의 경계 지역이다. 시코쿠의 4개의 현은 이미 높은 산으로 자연적으로 경계가 나누어져 있었다. 내리막을 달리는지 열차는 속도를 내면서 가다가 철교 위에 정차한다.

 

   철교 위에 있는 역인 토사키타가와[土佐北川]역이다. 철교 위에 있지만 단선역이 아니라 1면 2선의 구조이다. 역 앞 뒤로 있는 분기점은 터널 안에 있어서 눈이 올 때를 대비하고 있다. 원래 시코쿠 해안 지방은 따뜻하여 눈이 오지 않지만 이곳 산간은 당연히 눈이 많이 온다. 처음에 이 역은 철교 위에 만들어진 건 아니었지만 1986년 재해 방지를 위하여 도산선 노선이 이설되면서 이런 곳에 역이 들어서게 되었다. 내가 탄 열차는 이 역에서 특급 열차와 보통 열차 이렇게 2개 열차와 교행을 해야 하므로 8분간 정차하게 되어 있다.

 

   먼저 통과하는 건 특급 열차이다. 전방에 보이는 터널에서 불빛이 밝아지더니 순식간에 역을 통과하여 버린다. 다음 보통 열차가 오기까지는 시간이 있으므로 승강장으로 나가 보았다. 열차에서 나가려고 하는 순간 놀랐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틈으로는 아래 하천이 보이는데 정말 높았다. 발을 잘못 디딘다면 아래로 떨어져서 성하지 못할 것 같았다. 하천은 어제 본 토쿠시마현을 가로지는 요시노가와[吉野川]의 지류이다. 승강장에서 고치 방면으로는 나가는 곳(사진 196)이 있고 아와이케다 방면으로는 바로 터널(사진 197)이 보인다. 다시 터널에서 빛이 나오고 바뀌는 보통 열차가 도착하였다. 도착한 열차는 키하 54系였다.

 

   터널에 들어서서 한참을 터널 속을 달린다. 잠시 터널을 나오면 왼쪽으로 하천이 보인다. 하천을 따라 가도록 노선이 만들어져 있다. 이 지역 역들은 다른 곳과는 달리 역에 딸린 건물이 여러 동 있다. 과거 증기기관차 시절에 보급을 위한 목적이 아닐까 여겨지는데, 현재는 모두 직원이 없는 그냥 방치된 듯한 느낌이다. 건물도 도색이 안 되어서 회색빛이라 어두운 느낌이다. 게대가 이 지역 구간은 산간이라 승객이 적어서 유인역이 없다. 특급 정차역의 경우 위탁역이고 야간에는 무인역이 되므로 방범 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한다.

 

   타고 가면서 아직 역 이름에 ‘토사[土佐]’가 들어가므로 고치현을 벗어나지 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산골 마을 사이에서 토쿠시마현이 된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겠지만. 두 현 사이의 경계는 토사이와하라[土佐岩原]역과 오보케[大歩危]역 사이다. 다른 구간에 비하여 역간 거리도 훨씬 길고 터널 구간 비중도 많다. 오보케역은 일부 특급 열차가 정차한다. 다행히 내가 탄 열차도 교행 때문에 3분간 정차하게 되어 있었다. 유인역이 아닐까 하는 추측에 스탬프를 받으러 역 건물로 갔다. 그러나 실망하였다. 오보케역은 작은 건물의 무인역이었다. 역 안에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로 차 있었다. 할 수 없이 열차로 돌아왔다.

 

   오보케부터는 도산선의 절경이 다시 펼쳐진다. 한참 아래로 요시노가와[吉野川]와 도로가 있다. 산 사이로 요시노가와가 흘러가고 거기에 철길과 도로가 있다. 계속 이런 협곡을 따라 열차가 간다. 하지만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 일단 해가 지고 있어서 빛이 어두운데다가 곳곳에 터널과 산사태 방지 그물이 있었다. 좀 찍을까 하면 이런 방해물을 만났다. 디지털카메라면 잘못 찍으면 지울 수 있으니 무조건 시도를 할 수 있겠지만 아까운 필름을 소비하게 되는 필름 카메라라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마도 제대로 감상하려면 일반 열차보다는 토롯코열차를 이용하는 게 좋을 걸로 판단된다.


   협곡 사이를 가는데다가 철길이 도로나 마을보다 훨씬 높은 곳을 지나게 되어 있어서 고보케[小歩危]역의 경우에는 역에서 내려 아래로 좀 내려가야 마을이다. 그렇지만 철길은 계속 내려간다. 요시노가와와 비슷한 높이가 되면 종점인 아와이케다[阿波池田]가 가까워졌다는 증거이다.

 

   하루만에 다시 아와이케다역에 도착하였다. 어제 아침에 출발할 때와는 달리 날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다. 오보케나 고보케에 비하면 아와이케다는 정말 큰 마을임이 실감이 난다. 배가 조금 고파서 아와이케다역 매점에서 빵 하나를 구입하고 다음 열차를 기다렸다.

 

 

 

 

 

   다음으로는 '새로운 마린라이너 차량 (5000系+223系 5000番台)'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 여행 이후에 타카마츠를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어서 타카마츠역 주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 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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