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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코쿠 여행기 계속 됩니다. 계속 오래된 차량만 타고 다니다가 오랜만에 신차인 마린라이너 223系에 승차하게 됩니다. 신차라고는 하지만 벌써 운행되기 시작한지 6년이 되어 가는군요.

 

 

 

 

 

24. 2월 15일 - 새로운 마린라이너 차량 (5000系+223系 5000番台)

 

   시각표 책을 보면 시코쿠의 철도 노선으로는 한붓그리기가 불가능함을 쉽게 알 수 있다. 일단 무기선[牟岐線]이나 나루토선[鳴門線] 같이 다른 노선과 만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하고 있다. 또 하나가 있다면 도산선의 쯔쿠다[佃]역과 타도츠[多度津]역 사이처럼 지나지 않던지 두 번 지나가야 하는 구간도 있다. 나의 이번 여행의 목표는 JR시코쿠 전선 주파이므로 안 지나갈 수는 없고 두 번 지나가는 계획을 짤 수 밖에 없었다.

 

   시코쿠가 따뜻하기는 하지만 이곳 아와이케다[阿波池田]는 산 속 동네라서 그런지 습한 찬 기운이 몰려 왔다. 승강장에는 코토히라[琴平]역까지 가는 열차가 들어왔다. 그런데 차 번호를 보니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메모장 앞쪽을 확인하였다.

 


No. 25 철도편 : 아와이케다[阿波池田] 18:45→코토히라[琴平] 19:35
열차번호 및 종별 : 4264D 普通(ワンマン), 거리 : 32.6km, 편성 : 키하 54系 1兩 편성(キハ 54-8)

 


   어제 아침에 탄 차량이었다. 열차 운행 시각만 다를 뿐 같은 차량으로 같은 구간을 타게 된 셈이었다. 일본을 여행하는 동안에 열차를 많이 타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본 전체에서 다니는 열차 수를 생각하면 정말 극히 일부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할 때마다 같은 차량을 두 번 씩 타는 일이 발생한다.

 

   시간 대는 바뀌었지만 한산하기는 역시 마찬가지다. 주말 오후라서 여행객 위주이다. 그래도 열차 전부에 승객은 겨우 7명. 주말 자유이용권에 해당하는 시코쿠 사이핫켄킷뿌[四国再發見きっぷ]가 없다면 빈차로 다닐지도 모른다. 실제 홋카이도의 보통열차의 경우 승객은 없이 운전사 혼자 몰고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제 한 번 지나간 노선이고 게다가 이미 해는 지고 어두워서 경치 구경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앞쪽에 앉았다. 어제 아침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는데 밤이 되어서 그런지 롱시트를 침대 삼아 누워있는 승객도 있다. 침대 못지 않게 편안해 보이는데.

 

   지나간 구간이고 이제는 밤이라 크게 볼 게 없었다. 역시 스위치백인 츠보지리[坪尻]역에 정차하였다. 이 열차는 3분간 정차한다. 밤이고 정차 시간이 너무 짧아 그냥 열차 안에 머물러 있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운전사가 자리를 이동하여 반대 방향으로 잠시 간 후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다. 중간에 타는 사람이 조금 있을 뿐 내리는 승객은 별로 없었다. 중간 정차 시간이 짧아서 조금 빨리 코토히라에 도착하였다.

 

   코토히라에서 다음 열차와 바로 환승이 가능하면 좋겠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서 29분을 기다려야 한다. 코토히라는 밤이 되니 길은 어둡고 다니는 사람도 적어서 적막감이 들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고 난방도 안 되는 역 건물 안에 있는건 춥기 때문에 역 밖으로 나와 보았다.

 

   역 앞에서 본 코토히라 마을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였는데 두 군데에서 엄청나게 자극적인 네온사인으로 마을을 밝히고 있었다. 그 두 곳은 어디인가 하면, JR코토히라역과 코토덴[琴電] 코토히라역이었다. 두 역은 빨간색과 파란색 네온사인으로 자신의 역이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두 역 사이는 붙어있지는 않지만 걸어서 5분 거리도 안 되므로 코토덴 코토히라역으로 갔다.

 

   코토덴 코토히라역도 밤이라서 한산하였다. 이 역은 JR역과는 달리 오픈된 형태이다. 즉 역 건물과 외부가 분리되어 있지 않는 형태였다. 또한 역은 다음에 보여줄 타카마츠[高松]역처럼 한 쪽이 막힌 형태였다. 승강장은 두 군데였다. 평균 30분 간격으로 타카마츠 방면으로 열차가 운행되는데 약 50분이 소요된다. 마침 직원이 있어서 스탬프를 찍을 수 있었다. 스탬프의 종류도 다양하여 4가지나 있었다. 결국 수첩의 2쪽을 코토덴 코토히라역의 스탬프로 도배되어 버렸다. 불행히도 깨끗한 종이에 찍은 게 없어 보여드릴 수 없는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실 난 코토덴을 이용하는 고객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탬프를 찍게 해 달라고 하는 요구를 들어준 직원이 고마웠다.

 

 

   다시 JR코토히라역으로 돌아왔다. 다음 열차를 타기 위해 승강장으로 나갔다. 출발시각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얼마 안 되어 열차가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타도츠[多度津] 방면에서 4량 편성의 열차가 들어온다. 이번에 타는 열차는 113系였다. 혼슈에서는 아직도 많이 있는 차량이지만 시코쿠에서는 3편성 밖에 없는 아주 귀한 존재이다.

 


No. 26 철도편 : 코토히라[琴平] 20:04→사카이데[坂出] 20:31
열차번호 및 종별 : 1282M 普通, 거리 : 22.7km, 편성 : 113系 4兩 편성(クハ112-1+モハ112-1+モハ113-1+クハ113-1)

 

 

   113系는 원래 시코쿠에 있던 차량은 아니다. 원래 시코쿠에 있던 111系가 노후화되어서 더 이상 사용하기 힘들어지자 이를 대체하기 위한 차량으로 6000系를 2편성 만들고 JR동일본으로부터 113系 0番台 4량 3편성을 양도받았다. 그렇지만 그대로 투입한 것은 아니고 대대적인 개조가 이루어지고 도색까지도 철저하게 바뀌었다. 3편성이 모두 색이 다른데, 녹색, 핑크색, 노란색이 있다. 이 순서대로 차량번호가 1번부터 다시 매겨졌다. 노란색 차량의 경우에는 이 여행기 14편을 보면 사진 116에 있다. 핑크색 차량은 이번에는 보지 못하였는데, 다른 여행기에 나오기 때문에 결국 모든 차량이 이 카페에 있는 셈이다. 많이는 없지만 움직이는 범위가 좁아서 다 포착된 듯 하다. 시코쿠의 113系는 타카마츠[高松]를 중심으로 전철화된 구간을 운행하고 시각표를 보면 주중에는 세토대교를 타고 오까야마[岡山]까지 운행되는 열차가 있는데 이 역시 113系로 다니고 있다. 차량 내부는 전환크로스시트이다. 그렇지만 가장 큰 변화는 열차 중간에 차장을 위한 공간이 따로 있다는 점이었다. 이 공간에서는 창문이 수동으로 열리게 되어 있고 출입문을 여닫는 스위치가 있다. 무인역이 많은 JR시코쿠의 특성상 차장이 맨 앞이나 뒤의 칸에 가지 못하였을 때에는 이곳에서 문을 여닫을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동계 기간에는 스위치를 누른다고 문이 바로 열리는 건 아니다. 차내 보온을 위하여 역에 정차하면 차임벨이 울리면서 문이 열릴 수 있다는 표시가 나오고 문 옆의 스위치를 눌러야만이 문이 정말 열린다. 열차가 출발할 때에는 문이 닫히는데 이때에도 먼저 차임벨이 울리고 문이 닫히게 된다. 그런데 이 차량은 정말 차임벨 소리가 컸다. 장시간 타고 가면서 잠을 자는 건 불가능할 듯 하다.

 

   역시 이 열차도 일요일 밤이라서 그런지 승객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도 중간 정차역에서 조금씩 탔다. 밤이라서 밖을 보는 건 큰 의미가 없었다. 그래도 유심히 보았다. 타도츠[多度津]부터는 이번에 처음 가는 구간이다. 열차는 고가 구간으로 갔다. 세토대교선을 연결하면서 만나는 부분을 모두 고가로 바꾸었다. 역들도 모두 고가에 있고 아래로는 도시의 불빛이 보인다. 혼슈와 연결되는 이 지역은 일본의 공업 지대이다. 우다츠[宇多津]를 지나자 세토대교선이 입체교차로 분리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분기될 때 삼각선으로 되어 있어서 여객열차가 모두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은 아마 세토대교선이 유일한 예이다. 대부분은 분기역까지 가서 반대 방향으로 가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과는 달리 기관차가 객차를 달고 다녀서 그럴 수 밖에 없다. 방향을 바꾸려면 기관차를 떼어내고 반대쪽에 붙이는 작업을 하려면 시간이 걸리니. 현재도 동차인 CDC가 투입된 노선은 중간에 진행방향이 바뀌는 구간이 많다.

 

   세토대교선에서 분기된 삼각선이 다시 만나면 사카이데[坂出]역이다. 내리는 역이다. 이 열차를 계속 타고 가도 타카마츠까지 간다. 그렇지만 새로운 차량이 도입된 쾌속 마린라이너(マリンライナー)를 타 보기 위하여 사카이데역에 내렸다. 사카이데역은 고가에 있는 2면 3선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가운데 선로 하나를 대피선으로 쓰고 있다. 현재는 요산선 전철화 구간에서는 드문 키하 40系 보통열차가 장시간 정차하고 있었다. 시각표를 보면 보통열차의 경우 배부분 같은 노선이라도 전동차가 디젤차보다 시간이 적게 걸린다. 차량 능력의 차이를 시각표에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역으로 내려가서 먼저 스탬프를 받았다. 다행히도 스탬프는 개표구 바로 앞에 있었다. 스탬프를 찍고 대피선이 있는 승강장에 갔다. 오까야마[岡山]로 가는 쾌속 마린라이너가 들어오고 있었다.

 

   쾌속 마린라이너는 세토대교가 개통된 1988년부터 다니고 있는 열차이다. 213系 전동차로 다녔지만 바닷바람에 의한 차체의 부식이 심하고 이용승객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서 작년에 JR서일본과 JR시코쿠가 같이 새로운 차량을 투입하였다. JR서일본에서는 223系 5000番台 2량 편성(P편성)과 JR시코쿠의 5000系 3량 편성(M편성)을 연결하였다. 심야나 새벽에는 연결되어 운행되지 않는 열차가 있는가 하면 성수기와 아침 통근 시간에는 더 연결하여 운행하여 수요에 따라서 고무줄 편성이 가능하게 하였다. 새로운 차량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는 5000系 차량 3량 중 1량이 지정석인데 2층 차량이라는 점이다. 1층은 일반석 지정석 좌석이고 2층은 전망이 좋기 때문에 특실인 그린샤[グリーン車]이다. 일부 그린샤 좌석은 2층에 있지 않고 차량 앞에 위치하고 있다. 열차의 운전장면을 바로 볼 수 있는 파노라마그린샤[パノラマグリーン車]이다. 또한 이 차량 223系가 아니라 JR동일본의 E217系의 그린샤를 기본으로 하여 운전대를 추가하였다. 차량 외부의 도색도 독자적으로 되어 있다. 5101~5103은 파란색, 5104~5106은 빨간색의 색깔띠를 두르고 있고 각 차량마다 오까야마현의 민화인 모모타로[桃太郎]와 관계되는 엠블럼이 그려져 있다. 나머지 차량은 JR서일본의 223系와 같다. 단지 다른 회사 간을 운행하는 차량이라 JR마크가 파란색이 아니라 흰색이나 검은색을 사용한 정도이다. 나중에 다른 노선을 갔을 때에도 회사 간을 운행하는 열차는 안내방송도 그냥 JR을 이용해주어서 감사하다고 나오고 로고도 무채색인 JR로고를 쓰고 있다.

 

 

   들어온 열차는 오까야마행이다. 내가 가진 표로는 탈 수 없는 구간으로 들어간다. 관심의 대상은 당연히 지정석 차량인 5000系 5100形이다. 가장 뒤쪽에 있는 차량이다. 주말 밤 시간이고 추가요금의 부담이 있지만 제법 승객들이 있었다. 사카이데역은 고가역인지라 2층 차량이 들어오니 제법 멋지어 보였다. 사진(200, 202)을 찍고 다른 승강장으로 이동하였다.

 

   얼마 안 있어 내가 탈 마린라이너 차량이 들어왔다. 역시 5량 편성이다. 지정석권을 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유석인 맨 뒤 차량에 승차하였다.

 


No. 27 철도편 : 사카이데[坂出] 20:43→타카마츠[高松] 20:58
열차번호 및 종별 : 3179M 快速 マリンライナー 59号, 거리 : 21.3km, 편성 : 5000系 3兩+223系 2兩 편성(5号車 クモハ223-5002)

 

 

   내가 탄 가장 뒷 차량은 223系 5000番台이다. JR서일본 차량이다. 역시 칸사이 지역에서 신쾌속으로 운행되는 223系와 완전히 같았다. 다른 점이라면 광고가 JR서일본과 JR시코쿠가 사이좋게 있다는 점 정도였다. 뒤쪽의 운전실도 전망을 보기가 좋도록 뚫려 있다. 열차는 바로 최고속도인 130km/h를 내면서 마구 달린다. 그렇지만 223系는 정말 안정적으로 달린다. 얼마 안 가서 JR시코쿠의 차고가 나타난 후 바로 종착역인 타카마츠역에 도착하였다. 내가 가진 승차권의 한계상 얼마 타 보지 못한게 정말 안타까웠다. 표를 따로 사서 세토대교를 건너서 코지마[児島]까지 갔다올까하는 생각도 하였지만 오늘은 밤 늦게까지 기차를 타야 목적지인 토쿠시마[徳島]까지 갈 수 있으므로 그렇게 할 수 없는게 안타깝다. 다음 기회에는 꼭 다시 와야지.

 

 

 

 

 

   이 당시에는 세토대교선을 타 보지 못한게 매우 아쉬웠는데 다음 해에 그 한을 풀게 되었답니다. 타카마츠행 선라이즈세토를 타고 세토대교를 건너면서 일출을 보았습니다(관련 글 보기). 다음으로는 '선포트 타카마츠[サンポート高松]를 중심으로 한 시코쿠의 현관'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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