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시코쿠 여행기 계속됩니다.

 

 

 

 


26. 2월 15~16일 - 야밤에 토쿠시마[徳島]에서 길을 잃다

 

   타려고 하는 열차는 2번선에서 출발하였다. 2번선은 우리나라에 없는 형태의 승강장이다. 플랫폼이 안쪽으로 잘룩하게 들어가 있고 거기에 한쪽이 막힌 선로가 있다. 그러다보니 역 건물에서 가장 멀다. 다행히도 내가 뛰어가는 걸 본 직원이 열차 출발을 멈추게 하였다. 또다시 열차의 정시 출발을 방해하였다. 나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았으면 작년부터 우리나라 철도에서는 출발 5분 전까지 모든 준비를 마치라고 할까?

 

   열차는 내가 타자 문을 닫고 타카마츠역을 출발하였다.

 


No. 28 철도편 : 타카마츠[高松] 22:01→산본마츠[三本松] 23:14
열차번호 및 종별 : 4393D 普通(ワンマン), 거리 : 37.6km, 편성 : 1000系 1兩 편성(1009)

 


   열차 내는 주말 밤이라 한산하였다. 역에 정차할 때마다 하나 둘씩 내리고 타는 사람은 드물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시간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타카마츠역에서 요산선과 갈라져서 고가 구간을 가게 된다. 타카마츠 시내 구간은 고가화되어 있다. 중간에는 리츠린[栗林]역이 있다. 선로 남쪽으로는 타카마츠에서 유명한 리츠린공원[栗林公園]이 있다. 밤이라서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렇지만 이후에 다시 타카마츠에 갔을 때에는 이곳을 갔기 때문에 사진으로 간단하게 소개한다.


   리츠린역은 특급까지 정차하는 역이다. 밤이라서 이곳 역시 분위기가 어둡다. 리츠린역을 출발하면 지상으로 내려간다. 밤이라 보이지는 않으므로 뭐라고 하기가 어렵다. 이런 시간 대에도 시코쿠의 간선답게 반대 방향 열차와 교행을 자주 하고 중간의 야시마[屋島]역에서는 L특급 우즈시오(うずしお)호가 앞질러갔다. 한산한 보통열차와는 달리 특급은 그래도 좀 승객들이 있었다.

 

 

   이 열차는 나의 목적지인 토쿠시마[徳島]까지 가지 않는다. 중간의 히케타[引田]까지만 간다. 히케타는 카가와현의 동쪽 끝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중간에 내려서 다음 열차를 타야하는데 어느 역이 좋을까? 여러 가지로 생각하다가 특급이 모두 정차하는 산본마츠[三本松]역에 내리기로 하였다. 밤이지만 직원이 있어서 스탬프라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승객은 얼마 없지만 열차는 계속 가서 목적지인 산본마츠역에 도착하였다. 역에 직원이 없는지 운전사가 승차권을 확인하였다. 역 대합실로 갔지만 역시나. 직원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남아있는 열차를 탈 승객들을 위한 뜻인지 자동발매기만이 작동되고 있었다. 그래도 역 안에 대합실도 있고 전등이라도 제대로 들어오는데 만족하여야 했다. 그래도 난방을 전혀 해 주지 않아서 조금은 추었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 아무도 없는 역에서 몸을 조금씩 움직이며 시간을 보냈다.


   열차 시각이 다 되어가자 어디에서 왔는지 서양인 여자가 택시에서 내렸다. 익숙한 솜씨로 자동발매기에서 승차권을 사고 승강장으로 나가서 열차를 기다렸다. 근처에 미군 기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외국인이 이런 시골에 있을까 의아하였다.


   토쿠시마로 가는 오늘의 마지막 열차가 도착하였다.

 


No. 29 철도편 : 산본마츠[三本松] 23:37→토쿠시마[徳島] 0:27
열차번호 및 종별 : 4395D 普通(ワンマン), 거리 : 36.9km, 편성 : 1000系 2兩 편성(1023+1049(회송))

 


   이번에 타는 열차도 마찬가지로 1000系였다. 앞의 열차와 다른 점은 2량 편성이라는 건데 뒤의 차량은 회송되고 있어서 차량의 조명도 꺼져 있고 출입문도 완전히 닫혀 있다. 승객이 많은 시간 대에는 2량 모두 쓰지만 없을 때에는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게 막아 놓기도 한다. 산본마츠에서 나를 비롯하여 2명이 탔지만 열차 내의 승객은 겨우 5명이다. 밤 시간이고 밖은 어둠뿐이니 자연 피로가 몰려왔다. 이럴 때에는 롱시트의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 가방을 베게 삼아서 누웠다. 롱시트는 누우면 정말 편하다. 열차의 흔들림을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다.

 

   잠자는 사이에 이전에 온 적이 있는 이케노타니[池谷]역을 지나갔다. 이 역에 도달함으로써 나는 JR시코쿠의 전 노선을 완승하게 되었다. 여객을 취급하는 JR의 6개 회사 중에서 가장 노선 연장이 짧기는 하나 모두 탔다는 그 하나의 성취감을 느꼈다.

 

   잠에서 깨니 열차는 고가를 내려가고 있었다. 토쿠시마역 이전에 고가를 가는 구간이 있다. 승객들은 내릴 준비를 하고 0시 27분 종착역인 토쿠시마역에 도착하였다. 이제 출발지인 토쿠시마역에 돌아왔다. 출발 때와는 달리 지금은 어두운 밤이었다. 역에는 불이 다 꺼져있고 직원들도 얼마 없다. 그래도 집표구에서는 승차권 확인을 한다.


   역에서 나오니 가로등만 켜져 있고 주변은 어둡다. 가끔씩 다른 지방에서 온 고속버스가 도착해서 승객들이 내리기는 한다. 일본 지방도시의 밤은 정말 조용하고 인적이 없어서 무섭기까지 하다.

 

   내가 가야 하는 곳은 와카야마[和歌山]로 가는 페리가 있는 터미널. 이런 심야에 버스가 운행되지 않고 현금이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건 튼튼한 두 다리뿐이다. 역에서 나와서 바다가 있는 동쪽을 향하여 걸어갔다. 이미 토쿠시마 지도를 여러 번 보았기 때문에 기억에 의존하여 길을 찾아갔다.

 


크게 보기


   역 주변은 한산하였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니었다. 곳곳에 편의점이 있어서 영업을 하고 있었고 편의점 안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늦은 시간인데도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었고 자동차도 생각보다 많이 달리고 있었다. 심야라고 완전히 도시가 죽은 상태는 아니었다.

 

   잠이 오고 다리가 아파왔지만 터미널까지 가야 하므로 열심히 걸었다. 약 1시간을 걸어가서 새벽 2시가 넘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내가 지도상으로 본 것과는 지형이 달랐다. 그리고 이렇게나 멀리 페리 터미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물어볼 사람도 방법도 없는 입장에서 그냥 걸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얼마 안가서 교차로가 있었다. 여기에 안내판이 있었는데 페리터미널 입구이기는 하였지만 도쿄[東京]와 키타큐슈[北九州]를 연결하는 페리를 타는 곳이었다. 그리고 와카야마로 가는 페리를 타는 곳은 분기되는 고가도로를 타고 가면 되는데 거리가 약 8km라고 나와 있었다. 윽 중간에 어두워서 표지판 확인을 게을리하여서 엉뚱한 곳에 온 셈이었다. 와카야마행 배는 3시 30분에 출발하므로 서둘러야 했다.

 

   잠이 많이 오고 1시간 가량 걸었으므로 몸은 지쳐있었지만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고가도로로 가면 더 가까울 것 같았지만 차량 전용 도로라서 도보로 따라 가는 건 금지되어 있고 심야라서 위험하다고 판단되었다. 타국에서 심야에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실제 고가도로를 타면 훨씬 가깝기는 하다. 그렇게 안 가는 경우 중간에 바다가 있어서 좀 돌아서 가게 되어 있다. 오던 길을 열심히 되돌아갔다. 40분 정도 가니 와카야마로 가는 페리터미널로 가는 길이 있었다. 왜 처음에 갈 때에는 이게 안 보였는지? 처음부터 바로 갔다면 터미널에서 쉬면서 배 출발시각을 기다릴 것인데, 안타까웠지만 현재로는 열심히 걷고 뛰기를 반복하여 터미널을 향해 갔다. 이런 일 때문에 이후에 일본 여행 시에는 지도를 인쇄한 후 그 위에 갈 길을 빨간색 펜으로 표시하게 된다. 길을 가는 중간에서 다른 곳으로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기 위함이다.

 

   겨우 배가 출발하기 10분 전에 와카야마로 가는 페리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옷은 땀으로 절어 있었다. 밤 늦은 시간이지만 배로 올라가는 트럭들이 있었고 터미널 내에는 배를 기다리는 승객도 얼마 안 되지만 있었다.


   토쿠시마와 와카야마 간의 항로는 칸사이 지역에서 시코쿠로 들어올 때 가장 싸게 올 수 있는 방법이다. 현재는 아와지섬을 통한 다리가 개통되면서 승객과 차량 운송이 많이 줄었다. 과거에는 차를 실을 수 있는 페리 이외에도 고속정도 다녔지만 현재는 페리만이 12왕복 다니고 있다. 운영하는 회사는 난카이페리[南海フェリー, http://www.nankai-ferry.co.jp]로 칸사이 지방의 사철인 난카이전기철도[南海電気鉄道, http://www.nankai.co.jp]의 자매회사이다. 그런 연고를 생각하여 가고자 하는 칸사이공항까지의 승차권을 하나로 끊을 수 있는지의 여부를 알아보았으나 해당되는 할인 승차권이 없어서 그냥 페리 승차권만을 샀다.

 

   페리 출발 시각 5분전이 되자 개표구가 열리고 사람들은 페리 안으로 들어갔다. 심야라 페리 내는 정말 한산하였다. 안의 매점은 문이 닫힌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피로가 몰려와 바로 잠잘 준비를 하고 정신없이 잠을 잤다. 겨우 2시간 10분이면 와카야마에 도착하지만 조금이라도 자야 한다. 배는 천천히 토쿠시마 항구를 빠져나왔다. 시코쿠여 안녕! 다음에 꼭 다시 방문하리.

 


No. 30 페리편 : 토쿠시마항[徳島港] 3:30→와카야마항[和歌山港] 5:40
편명 : 2편, 거리 : 61km, 편성 : 페리, 운임 : 1,730엔 (2006년 말 운임이 인상되어 현재는 1,800엔)

 


   정신없이 자다가 눈을 뜨니 밖은 날이 밝아오고 있었고 와카야마항 도착 방송을 하고 있었다. 이미 다른 사람들은 짐을 다 챙겨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일단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짐을 챙겨서 나왔다. 다시 칸사이 지방으로 넘어왔다.

 

 

 

 

 

   이제는 시코쿠를 벗어났습니다. 그러나 전체 제목 상 시코쿠 여행기입니다. 남은 하루 동안은 무계획으로 칸사이 일대를 돌게 됩니다. 끝이 보입니다. 다음으로는 '와카야마항[和歌山港]과 역의 직원들과의 옥신각신'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여행기 제목 목록 보기

 

free counters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