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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다 보니 내용이 좀 길어져서 와카야마에서 새벽에 있었던 일을 따로 분리하였습니다. 가서 사진을 찍었지만 새벽 시간이라 빛의 양이 부족해서인지 불행히도 현상이 되지 못하여 글로만 쓰는게 매우 안타깝군요.

 

 

 

 


27. 2월 16일 - 와카야마항[和歌山港]과 역의 직원들과의 옥신각신

 

   내가 배에서 내렸을 때에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심야 시간에 운행하여 사람이 적은데다가 배가 도착하자마자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배 밖으로 나오는 길은 통로로 되어 있었다. 외부의 비바람의 영향이 없도록 건물 2층 높이 정도에 통로로 만들어 놓았다. 만든지 오래되었는지 조금 낡기는 하였지만 이 정도 시설이면 그래도 끌고 다니는 짐이 있어도 불편하지 않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공항에서 건물과 비행기 사이의 통로가 길게 있다고 보면 거의 비슷하다.

 

    중간에는 집표를 하는 직원이 있었다. 나에게 표를 달라고 했다. 표를 주게 되면 기념으로 남길 수 없다. 지금처럼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놓는다면 사정이 다르겠지만, 그 당시 나는 디지털카메라가 없었다. 표를 기념으로 가져가겠다고 짧은 일본어로 말하였다. 그러자 직원은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어로 안된다는 의미로 말을 하는 듯 했다. 나는 계속 승선 기념으로 가져갈 수 없냐고 반복하여 이야기하였다. 5분 정도 옥신각신한 하였다. 직원이 지쳤는지 펜을 꺼내어서 나의 승선권에 ‘スミ’(스미)라고 적고 보내주었다(그림 230). 나는 고맙다고 하고 나올 수 있었다. 일본어를 잘 모르더라도 쉽게 뜻을 생각할 수 있다. ‘무효’라는 의미이다.

 


   연결 통로는 좀 길어서 약 500m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연결 통로의 끝은 어디일까? 난카이전철[南海電鉄]의 와카야마코[和歌山港]역이다. 철도와 페리 사이를 환승하는 승객들은 이 통로만 거치면 쉽게 이동이 가능하다. 여기만이 아니라 앞에 소개된 타카마츠[高松]를 비롯하여 일본 항구에는 환승 편의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이걸 보면 일본에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부산국제터미널이 생각난다. 시내와 가까이 위치하고 있지만 터미널에서 나가는 경우에는 택시만이 보이고 어떤 안내도 없고 입구 길도 깨끗하게 정비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관문 중의 하나이므로 주위에 공간이 부족하지만 부산광역시에서 좀 더 정돈하여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였으면 한다.

 

   여행기의 처음에 언급되었지만 원래 계획은 오늘이 귀국일이다. 그렇지만 항공권을 바꾸는 과정에서 만석이라서 하루가 연기되어 내일 우리나라로 되돌아간다. 결국은 오늘 하루를 보내는 계획은 전혀 수립되어 있지가 않다. 숙소는 오사카[大阪]의 신이마미야[新今宮]에 가면 적은 예산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오늘 하루는 무엇을 하며 보낼까? 예정에 없었지만 하루 동안 칸사이 지방 일주를 해야 하겠다.

 

   와카야마코역에는 승객들이 없어서 적막하였다. 하늘은 아직 해가 뜨지 않았고 동이 트고 있는 상황이라 새파랗다. 기차를 타고 돌아다니려면 패스가 싸고 편리하다. 매표소에는 스롯트 칸사이 패스 인환 장소라고 나와 있어서 스롯트 칸사이 패스 구입 가능 여부를 알아보기로 하였다. 불행히도 직원은 영어를 거의 알아듣지 못하였다. 알고 있는 얼마 안되는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서 종이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이 역이 스롯트 칸사이 패스 지역에 들어가는지 그리고 구입이 가능한지 물어보았다. 여기서도 의사소통이 힘들어서 5분 정도 시간이 걸렸던 듯 하다. 다행히 다른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내가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직원은 안으로 들어가 규정집을 찾아보더니 와카야마코역은 스롯트 칸사이 패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하였으나 현재는 사용 기간이 아니라고 알려주었다. 할 수 없이 JR칸사이 패스[関西パス] 1일권를 이용하기로 결심하고 칸사이공항까지의 승차권을 끊어서 승강장으로 나갔다. JR칸사이 패스는 칸사이 지역의 일부 역에서만 살 수 있고 가장 가까운 역이 칸사이공항역이기 때문이다. 일본 입국 시에 가위 문제만 없었다면 미리 패스를 구입하여 바로 쓸 수 있었을 것인데 아쉬움이 남는다.

 

   난카이전철의 와카야마코역은 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는다. 평균 1시간에 1대 정도 와카야마시[和歌山市]까지 운행되는 보통열차가 다니고 여기에 토쿠시마에서 오는 페리 시각에 맞추어 급행이나 특급 사잔(サザン)이 환승된다. 원래 와카야마코역에서 첫 열차가 페리와 환승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으나 직원들과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이미 떠나버렸다. 다음 열차는 22분 뒤에 있다.

 

   와카야마코역은 1면 2선의 승강장을 가지고 있었다. 승강장이 있는 곳은 좀 지대가 높아서 서쪽으로 항구와 정박하고 있는 페리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승강장 뒤로는 회차 시설이 있는게 아니라 완전히 막혀 있었다. 승강장으로 들어온 열차는 더 나아가지 않고 바로 되돌아가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과거 와카야마코역은 한쪽 방향이 막힌 종착역은 아니었다. 1971년 항구 이전과 목재 수송을 위하여 2.6km 더 가서 스이켄[水軒]역까지 개통되었다. 와카야마코역과 스이켄역 사이는 개통 초기에는 난바[難波]에서 특급과 급행 열차가 오기도 하였지만 이용 승객이 적어서 열차 회수는 계속하여 감소하고 화물 수송도 줄어들어서 2002년 5월 26일 열차 운행이 중지되었다. 최후에는 여객열차는 1일 2왕복만이 오갔다고 한다. 스이켄역 열차 시각은 9시 32분과 오후 3시 36분이었다고 한다. 열차가 자주 다니는 일본이라고 믿기지 않는 시각표였다. 와카야마코역에서도 완전히 철로를 막아놓아서 이제는 스이켄역은 열차를 타고 들어갈 수 없게 하여 놓았다. 철도는 이용하는 승객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어제 무리한데다가 배 안에서 얼마 자지 못하여 좀 피곤하다. 열차가 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고 승강장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사진도 찍었지만 주위가 어두워서인지 안타깝게도 모두 현상이 되지 않았다.

 

   계단 아래에서 스롯트 칸사이 패스 문제로 한참 이야기한 직원이 팜플렛을 하나 들고 올라왔다. 나를 찾았다. 나는 가져온 팜플렛을 받았다. 팜플렛에는 난카이전철과 오사카 시내 지하철의 노선도가 우리말과 일본어로 나와 있었다. 난카이전철 연선의 주요 관광지 설명도 있었다. 생각하지도 않은 일에 나는 너무 고마웠다. 사실 난카이전철은 공항을 오갈 때만 이용했지만 이곳에 초행길인 외국인인 나를 위해 노선도까지 챙겨 승강장까지 직접 왔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시간이 되자 와카야마시[和歌山市]역까지 가는 보통열차가 들어왔다. 짧은 구간을 운행하기 때문인지 2량 편성 원맨카였다.

 


No. 31 철도편 : 와카야마코[和歌山港] 6:17→와카야마시[和歌山市] 6:24
열차번호 및 종별 : 5804 普通(ワンマン), 거리 : 2.8km, 편성 : 南海 2230系 2兩 편성(2232+2282)

 


   이 차량은 와카야마코역과 와카야마시역 사이만 운행된다. 한쪽으로 문이 2개 있고 차량 내부는 롱시트이다. 원맨이라지만 운임통이나 정리권발행기는 설치되어 있지 않다. 출입문도 모두 열린다. 중간에 있는 무인역에 정리권발행기가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중간 역에서는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없다. 승객이 없어서일까? 2005년 11월 27일자로 이 역들은 없어지게 된다. 이 역들은 모두 무인역인데 없어짐으로써 난카이전철 입장에서는 운영하기에 더욱 편해진다. 그 이후는 와카야마시역에 도착하면 알 수 있다.

 

   와카야마[和歌山]는 오사카 남쪽에 있는 도시이다. 와카야마현의 현청소재지이기도 하다. JR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한와선[阪和線]을 타면 된다. 내리는 역은 와카야마역이다. 특급 열차도 다니는데 대부분은 키세이본선[気勢本線]을 따라 계속 간다. 보통 열차도 있지만 쾌속 열차도 자주 운행되고 있고 일부는 칸사이공항으로 가는 쾌속 열차와 연결되어 가다가 중간에 히네노[日根野]에서 분리되어 운행되고 있다. 사철인 난카이전철을 타고도 와카야마로 갈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와카야마시[和歌山市]역으로 가게 된다. 난카이전철 역시 사잔(サザン)이라는 이름의 특급 열차를 운행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급행 열차와 보통 열차도 있다. 난카이전철의 경우 급행 요금이 없기 때문에 급행은 JR에서의 쾌속과 같은 등급이다. 와카야마역과 와카야마시역 간은 JR로 연결되어 있고 노선 이름은 키세이본선이다. 물론 와카야마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키세이본선 열차와는 직통 운행되지 않고 이 구간만을 운행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난카이전철 노선 중 올해 사업주체가 바뀌는 키시가와선[貴志川線]은 와카야마역에서 출발하고 있어서 와카야마역 중 승강장 하나만 쓰고 있는 형태인 반면 와카야마시역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와카야마시역에서는 JR이 승강장 하나만 쓰고 있고 나머지는 난카이전철 승강장이다.

 

   열차는 얼마 안 되어 종착역인 와카야마시[和歌山市]역에 도착하였다. 와카야마코역 간을 운행하는 보통열차 전용 승강장에 정차하였다. 나의 목표는 칸사이공항이므로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오사카의 난바[難波] 방면 열차를 타려고 가는데 중간에 개집표기가 있다. 승차권을 넣으니 아무 문제 없이 통과가 되었다. 개집표기 옆으로 승차권 정산기가 있는 걸로 보아 요금 정산이 목적인 듯 하였다. 중간에 무인역에서 탄 승객들을 위하여. 이곳 이외에도 와카야마역으로 향하는 JR키세이본선을 타기 위해서도 승강장에 있는 개집표기를 통과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승강장에 있는 개집표기에는 직원도 없는데 만일 JR패스로 와카야마시역을 이용한다면 골치아플 듯 하였다. 역 업무는 JR이 아닌 난카이전철에서 하니 메인 개집표기 통과도 좀 그렇고 다시 승강장에 있는 개집표기에는 직원이 잘 없는 듯 하니.......

 

   와카야마시역은 난카이전철의 와카야마의 중심역답게 규모가 컸다. 동쪽으로는 난카이전철의 차고가 있고 열차도 자주 드나들었다. 출근 시간대라서 승강장에 사람들도 많았다. 이제 난바 방면 열차를 타기 위해 승강장으로 갔다.

 

 

 

 

 

   다음으로는 '기차를 타고 다시 칸사이공항[関西空港]으로'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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