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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마지막 편입니다. 1주일간의 여행인데 너무 많이 끌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32. 2월 17일 - 아름다운 한반도를 가로질러 귀국

 

   집에서 잤다면 아마 전날 제대로 자지 못한 피로 때문에 12시간 이상 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일본인지라 긴장해서 잤는지 아침 6시 30분에 깼다. 10시 비행기이므로 공항에는 8시 30분 정도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내려가시 다시 목욕을 한 후 간단히 아침을 먹고 공항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어제 보아둔 난카이전철[南海電鉄]의 신이마미야[新今宮]역으로 갔다. 자동발매기에서 표를 사고 자동개찰기를 거쳐서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No. 48 철도편 : 신이마미야[新今宮] 7:40→칸사이공항[関西空港] 8:21
열차번호 및 종별 : 2111 空港急行, 거리 : 41.2km 편성 : 南海 7000系 6兩 편성(6号車 7954)

 


   이 역은 3면 4선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난카이본선과 고야선[高野線]이 같이 있기 때문이다. 두 노선 모두 복선이다. 얼마 안 되어 공항행 열차가 들어왔다. 어제 타 본 차량과 마찬가지였다. 급행이라고는 하지만 추가요금이 없기 때문에 일반 통근형 전동차이다. 이미 난바[難波]역에서 타고 온 사람들로 열차 안은 만원이었다. 앉을 자리는 당연히 없고 서서가야 한다. 같은 구간에는 라피토(ラピート)라고 하는 특급열차가 다니고 있다. 철가면이라는 이름을 얻은 독특한 모양의 선두차가 있고 객차 내의 창문은 항공기와 같은 둥근 형식이다. 전체적으로는 차량은 짙은 파란색 도색을 하고 있다. 전차량 지정석으로 타기 위해서는 승차권 이외에도 특급요금으로 500엔을 더 내야한다. 편하게 앉아갈 수는 있지만 운행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고 급행 열차와는 10분 정도 차이가 나지 않고 열차 회수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냥 급행을 타고 갔다.

 

   어제와는 달리 공항으로 들어가는지라 승객 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 제 시간에 칸사이공항역에 도착하였다. 이번에도 유인 집표구를 통하여서 승차권을 챙기고 비행기를 타기 위하여 아시아나항공 창구로 향하였다. 너무 일찍 왔는지 줄이 없었다. 바로 내가 가진 비행기 티켓을 보여주자 일본어로 뭐라고 나에게 말한다. 무슨 말인지 몰라서 당황해하자 옆에 있는 직원이 한국인임을 인지하였는지 우리말로 알려주었다. 역시 국적기.

 

   이제는 출국 수속만 하게 되면 당분간은 일본에 오지 못할 것이다. 아쉬워하면서 남은 음료수를 마셨다. 잠시 쉬다가 출국 수속을 밟았다. 줄이 짧아서 금방 끝났다. 우리나라 인천공항에서처럼 보안검색이 까다롭지 않았다.

 

   면세 구역으로 나오니 공항의 규모가 엄청남이 느껴졌다. 비행기 타는 곳의 번호가 1번부터 매겨지는데 51번까지 간다. 이건 국제선일뿐이고 국내선은 52~75번까지를 쓰고 있었다. 나리따공항이나 인천공항만큼 큰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꽤 큰 공항이다. 공항 내에는 비행기를 타기 위하여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환승객인지 의자에 누워서 자는 사람들도 보였다.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인터넷을 하였다. 키보드가 없고 마우스만으로 조작을 하게 되어 있어서 글을 남길 수는 없었다. 9시 4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하여 탑승게이트로 향하였다. 그런데, 이거 내가 탈 비행기의 탑승게이트는 공항의 끝에 있었고 중간에 연결하는 모노레일을 타고 가야했다. 여유 있게 가려고 했는데 뛰어가야 했다. 정신없이 뛰어가니 사람이 별로 없는 썰렁한 곳에 내가 탈 비행기의 탑승게이트가 있었다. 직원이 뒤에 사람이 더 있냐고 물어보았지만 뒤를 쳐다보지 않고 뛰어온지라 잘 모르겠다고 하였다. 어떻든 겨우 귀국길에 오를 수 있었다.

 

   이번에 탄 비행기는 크기가 작은 기종이었다. 앞 부분에 작은 비즈니스클래스가 있고 뒤로 이코노미 클래스가 있는데 통로 좌석이 없고 3X3 배열로 되어 있었다. 비수기라서 그럴까? 군데군데 빈 자리가 보였다. 비행기를 많이 타 본건 아니지만 비행기에서 빈 자리가 있는 경우는 처음인 듯 하다. 좌석 폭은 일본에 올 때와 동일하다. 비행기는 서서히 활주로를 향하여 가고 있었다.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일본을 출발하는 비행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말과 영어로만 하였다.

 


No. 49 항공편 : 칸사이[関西] 10:00→인천 12:12
편명 : 아시아나 항공 OZ117, 거리 : 825km, 기종 : A321-200

 


   9:58. 10시가 되지 않았는데 승객이 다 탔는지 비행기가 움직인다. 활주로를 향하여 천천히 비행기가 간다. 이곳 역시 비행기가 줄지어서 이륙을 기다리고 있었다. 국제선만으로 보면 인천이나 나리따보다는 편수가 적겠지만 국내선도 있으니 여전히 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10:13. 드디어 간사이공항에서 이륙하였다. 그렇지만 일본 쪽은 구름이 많이 끼어서 밖으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편서풍을 거슬러서 날아가는데다가 비행기가 작아서인지 많이 흔들렸고 기류가 불안정해서 비행기는 인천에 예정보다 늦게 도착한다고 안내 방송이 나왔다.

 

   기내식이 나오고 이번에도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과일로 나온 게 자몽이었다. 자몽은 요산선[予讃線]에서 일본 아줌마가 나에게 주어서 먹어본 과일 아닌가? 비행기에서 나온 자몽은 안쪽의 껍데기까지 벗기어서 속살만이 있었다. 아, 자몽은 귤이나 오렌지처럼 속껍질채 먹는 과일이 아니라 속껍질을 벗기고 안의 과육만을 먹는 과일이구나. 잘 먹지 않는 속껍질채로 먹었으니 쓰고 맛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기내지를 보면서 시간을 즐기고 있다가 밖을 보았는데 육지가 보였다. 일본에서 이륙할 때와는 달리 구름은 없어지고 육지가 선명하게 보였다. 일본 땅이 아닌 우리나라였다. 하늘 위에서 보니 어딘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지도 상으로 볼 때 경상북도 영덕에서 시작하여 충청도를 거쳐서 경기도 남부로 가는 듯 하였다. 철길이 있으면 이걸 토대로 추정을 할 수 있는데 하늘을 날고 있으니 폭이 좁은 철길은 잘 보이지 않았다. 반면 회색의 도로는 선명하게 보였다. 비행기는 조금씩 고도를 낮추었고 착륙 시간이 다 되어가자 갈라진 땅 같은 서해안 갯벌과 바다를 가로지르는 송전선과 방파제가 보였다. 서해안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지라 어딘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비행기는 인천공항에 무사히 착륙하였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심사대를 향하여 걸었다. 일본에 입국할 때처럼 외국인 줄은 엄청 길었지만 내국인(여기서는 한국인) 줄은 짧아서 금방 끝났다. 세관 검사가 있지만 난 신고할게 없는 가난한 여행자. 서류를 세관원에게 주고 바로 통과하였다. 보통 사람들이면 모든 절차가 끝났겠지만 나는 대체복무 중이므로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가서 병무신고를 하였다. 이것으로 비행기가 공항 건물에 도착한지 15분만에 모든 절차를 마쳤다.

 

 

   짐도 좀 늘었고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리무진 버스를 탔다. 공항으로 갈 때에는 버스 안에서 요금을 지불하는데 반해 나올 때에는 매표소가 있어서 이곳에서 표를 살 수 있었다.

 


No. 50 공항버스편 : 인천국제공항 12:37→대학로 13:42 ₩7,000
버스 번호 : 602-1

 


   버스 내 자리는 절반 이상이 찼다. 생각보다는 승객이 많았다. 기사는 일반 버스와는 달리 승객들의 짐을 직접 차 아래의 짐칸에 넣어주었다. 승객이 내릴 때에는 운전석에서 나와서 짐을 빼 주었다. 이런 서비스가 있는데 과연 철도가 놓인다면 공항버스에 비하여 우월한 위치에 놓일지는 사실 지금도 의문이다. 갈아탈 필요 없이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짐 실어주고 공항에서 내려주는데 갈아탄다고 짐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녀야 하는 철도는 불편할 수 있다.

 

   버스는 공항을 벗어나서 고속도로를 달렸다. 버스를 타다보면 도로 규정 이상의 속도로 질주하는 걸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버스는 정해진 규정 속도를 정확히 지켰다. 밖으로는 건설중인 인천국제공항 철도가 보였고 그 너머로는 갯벌도 있었다. 그렇다면 비행기에서 본 갯벌과 도로는 인천국제공항을 잇는 곳이었다.

 

   버스는 서울시에 들어섰고 홍제와 서대문을 거쳐서 종점인 대학로에 도착하였다. 나는 종점에 내렸기 때문에 가장 나중에 내린 승객이 되었다. 일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5번째 일본 여행은 끝이 났다.

 

 


33. 여행 후기

 

   집에서 짐 정리를 한 후에 인터넷 접속과 정리를 위하여 학교에 갔다. 먼저 돌아온 후배들이 잘 있는지 궁금하여 찾아갔다. 그런데, 놀라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첫날 일본에 출국할 때 보안 검사에 걸려서 따로 보냈다가 칸사이공항에서 찾지 못하여 포기한 가위가 나보다 먼저 귀국하였단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것일까?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내가 찾아가지 못한 가위는 칸사이공항에 보관되어 있다가 후배들 일행이 돌아올 비행기를 타기 위해 항공사 창구에 갔을 때 나와 같은 일행임을 파악하고 내가 어디갔냐고 물어보고 나중에 귀국한다고 하자 올 때 가져가지 못한 가위를 우리나라로 들고 가서 나중에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후배들은 과연 어떤 가위이길래 내가 그렇게 아끼고 찾으려고 애를 쓰는지 호기심이 발동하였고 가위가 들어있던 봉투를 뜯어보았단다. 그런데 들어있는 가위는 일상적으로 사무용으로 쓰는 평범한 가위인지라 허탈하였다고 한다. 어떻게 되었든 나는 잃어버린 가위가 주인보다 먼저 비행기를 타고 돌아온 건 괘심하지만 사소한 물건인 가위도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애쓰는 항공사 분들의 정성이 놀랍고 대단하다는 칭찬을 하고 싶다. 지금도 그 가위는 나의 학교 책상에 있고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 여행이 2004년 마지막 일본행이었다. 자주 가면 좋겠지만 그럴 형편도 안 되고. 2005년 2월 설 연휴 여행은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여행에서 미비한 점을 많이 보충하게 된다. 특히 아쉬웠던 타카마츠[高松] 지역은 다시 방문을 하였다. 여러 여건상 다시 시코쿠 여행을 하게 되려면 당분간은 힘들다. 다른 안 가본 지역이 많이 남아있는 입장인데.

 

   돌아와서 하는 중요하면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은 사진 정리와 여행기 작성이다. 생각보다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하였고 뒤에 찍은 사진은 현상이 되지 않는 바람에 현상한 사진을 스캔하는 건 금방 끝났다. 학회 때 디지털카메라를 가져간 후배의 사진을 얻을 수 있어서 학회 관련 부분은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여행기는 이상하게 너무 자세히 쓰고 게다가 나의 본업에 바빠서 쓸 여유가 적어서 갔다온지 1년 4개월이 지난 2005년 6월 말에 끝을 낼 수 있었다. 이건 나의 경력을 위한 작업도 아니고 순수한 나의 경험과 느낌을 알리기 위함인데 다음 일본철도연구회 게시판까지 얻어서 연재할 수 있게 되어 나로서는 영광이자 계속 써야한다는 부담을 안았다. A4로 70쪽이나 되는 엄청난 방대한 양이지만 세상을 살면서 시작하는 일은 많지만 끝내는 일은 그에 비하여 적은게 현실인데 완성이 되어서 기쁘다.

 

 


34. 감사의 글

 

   이 여행을 위하여 그리고 여행 중에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따로 혼자한 기차여행을 제외하고는 노화 및 세포사멸연구센타(Aging and Apoptosis Research Center, http://aarc.snu.ac.kr)와 일본 토쿠시마분리대학[徳島文理大學]의 지원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중에서도 일본에 갈 수 있도록 해 주시고 좋은 경험과 기회를 갖게 해 주신 지도교수님이 가장 고마우신 분입니다. 학회 기간에 찍은 사진은 당시에는 석사 1년차였던 후배의 도움으로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 상에 올리고 따로 게시판을 만들어 준 다음 일본철도연구회(http://cafe.daum.net/jtrain) 덕분에 다른 분들이 널리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보는 외국인인 나에게 먹을 것과 과일을 주신 요산선[予讃線] 보통열차에서 만난 일본인 아주머니,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난카이철도 노선도를 직접 챙겨서 승강장까지 올라온 와카야마항[和歌山港]역의 사원, 대한민국에서 왔다고 반겨 준 우와지마[宇和島] 유스호스텔 페어런트 아저씨와 같은 방을 쓴 고등학생. 짧은 기간이지만 특히 인상이 깊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길고 장황한 제 여행기를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까지 여행기를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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