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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우가 내렸는데 비가 약해지면서 북천역에서 나왔다. 북천역에서 다솔사역(多率寺驛)을 향하여 걸어갔다. 국도 2호선을 따라서 가기만 하면 되므로 간단하다. 거리는 4.8km이지만 내리막이 이어지므로 걷는데 큰 부담은 없다.

 

   도로가 내리막이니 철길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북천역은 도로보다도 높은 위치에 있으므로 도로보다도 경사가 더 급한 셈이다. 북천역 부근에서는 하천 위에 철길이 있고 터널까지 있다.

 

 

   도로를 가다보면 행정 구역이 바뀐다. 북천역은 하동군에 속하지만 다솔사역은 사천시에 속한다. 그 다음 역인 완사역도 사천시에 속한다. 이전에는 진삼선이 있어서 사천시의 중심인 사천읍과 삼천포에도 철길이 있었지만 현재 여객 영업을 하는 역은 완사역만이 남았다. 그러나 완사역마저도 2010년 여름에 무인역이 되어 버렸다.

 

 

   산 사이로는 하천이 하나 흐르고 도로와 철길도 이 하천을 따라서 가게 되어 있다. 중간에는 경전선 복선화 공사를 위하여 교각을 세워 놓은 걸 볼 수 있다. 공사장 옆으로는 화물 열차가 엔진 소리를 높이며 힘겹게 올라간다. 경전선 복선화가 끝나면 선로는 직선으로 뻗어있고 급경사와 급곡선이 줄어들어서 조금 더 쉽게 갈 수 있게 된다. 마산~진주 구간과는 달리 진주~광양 구간은 현재 열차가 정차하는 역 중에서 옥곡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살아남는다.

 

 

   걸어가다 보니 모터카가 북천역 방향에서 내려온다. 모터카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카메라를 바로 꺼내서 잡을 수 있었다. 고속으로 달리면 꺼내는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지는데...... 내리막이라서 모터카는 엔진 소리도 크지 않고 조용히 간다.

 

 

   산 사이의 공간이 생기면서 평지가 나온다. 이 구간의 경전선은 1968년에 개통하였으므로 오래되지 않았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못사는 나라 중의 하나라서 기술력의 한계였는지 아니면 급하니 일단 만들고 보자고 하여 건설되었는지 평지에도 300R(곡선 구간에서 접하는 원을 그렸을 때의 반지름, 숫자가 작을수록 급한 곡선이다)이라는 급곡선이 있다.

 

 

   다솔사역이기는 하지만 당연히 다솔사(http://www.dasolsa.co.kr )와 결코 가깝지 않다. 다솔사와는 5.7km나 떨어져 있다. 이웃한 북천역이나 완사역보다도 훨씬 멀다. 역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역명은 지역을 대표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사천을 대표하는 문화재가 많은 사찰인 다솔사의 이름을 역명으로 선정하였다. 물론 요즈음에도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고속철도 울산역(신울산역)의 부역명이 통도사역으로 결정되었다. 고속철도 울산역에서 통도사까지는 11.4km나 떨어져 있다.

 

   다솔사역이 있는 장소는 '곤명면 봉계리'로 원전 마을에 해당된다. 뒤로는 경전선 복선화 공사장이 있는 낮은 언덕을 끼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2번 국도 아래의 굴다리를 지나면 다솔사역이 보인다. 현재는 열차가 정차하지 않아서 이정표 조차도 없지만 승강장 위의 가로등만 보아도 역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다.

 

 

   다솔사역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좁지만 포장까지 잘 되어 있다. 승강장 입구에는 무궁화까지 심어 놓았다. 길 건너서는 물류회사의 건물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듯 폐허처럼 방치되어 있다.

 

 

   철길 앞에 가면 왜 역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포장이 잘 되어 있는지 이유가 나온다. 다솔사역은 열차가 정차하지 않지만 보선사무소가 있기 때문이다. 보선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오갈 수 있도록 입구를 정돈하여 놓았다.

 

 

   북천역은 코스모스역이라고 하여서 역 곳곳에 코스모스를 심어 놓았지만 다솔사역도 만만치 않다. 북천역과는 달리 다솔사역은 사람의 손길이 닿아서 만들어진 게 아니어서 그런지 조금 듬성듬성 자라고 있도 다른 풀도 같이 있다. 북천역에서 남은 씨를 여기에 뿌렸는지 아니면 씨가 기차를 타고 와서 여기서 자라기 시작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시멘트로 포장된 승강장으로 향하였다. 과거에는 다솔사역에 건물이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없어졌고 승강장에는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대합실만 하나 남아 있다. 단선인 승강장에는 코스모스가 자라고 있다. 승강장의 턱이 남아 있어서 과거에는 다솔사역이 1면 2선이었다는 걸 보여준다.

 

 

   다솔사역의 이정표는 나무로 만들어졌다. 현재는 얼마 남아있지 않다. 이정표 일부는 손상되었지만 아직도 건재하다.

 

 

   승강장에서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대합실은 현재는 의자는 없고 비어있는 공간이다. 2007년 6월 1일부터 열차가 정차하지 않아서 완사역을 이용해 달라는 안내판이 있다. 당시에는 관리역이 완사역이었지만 지금은 완사역조차도 무인역이 되어서 현재는 진주역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 그러나 아래 설명을 하겠지만 버스를 타는 경우에는 완사역보다는 북천역으로 가는 버스가 더 많다. 대합실에는 조명이 있지만 이미 차단되어 있고 두꺼비집은 새들의 집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자연은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예전의 영화를 보여주는 듯 다솔사역의 승강장은 꽤 길다. 승강장에는 코스모스가 듬성듬성 자라 있으며 한쪽에는 길이 나 있는 걸로 보아서 차량이 오가는 모양이다.

 

 

   북천 방향의 철길은 직선으로 조금 가다가 위에서 나오는 300R의 급곡선이 있다. 이어서 오르막이 나온다. 완사 방향으로도 오르막이다. 역이 경사진 곳에 들어설 수 없으니 마을과는 400m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다.

 

 

   원전 마을에는 곤명면사무소가 있고 2번 국도와 남해고속도로의 나들목이 있는 곤양으로 연결되는 도로가 분기되는 교통의 요지이다. 하지만 철도가 쇠퇴하고 도로 교통이 발달하면서 면사무소가 있는 원전 마을은 쇠퇴하고 반대로 고속도로 나들목이 있는 곤양은 더 커졌다. 이제 더 이상 열차를 탈 수 없고 경전선 복선화에 따라서 선로가 이설될 예정이라서 그런지 마을 지도에는 아예 철길이 없어졌다.

 

 

   도로가 분기되는 삼거리에는 버스 정류장이 있다. 시내버스와 시외버스를 탈 수 있는데 시외버스가 상대적으로 훨씬 많다. 시외버스를 타는 경우에는 원전슈퍼에서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다. 시내버스는 사천시의 중심지인 사천읍과 삼천포로 향하는데 하루에 4회만 운행하고 있으며 시외버스는 진주를 중심으로 운행하고 있다. 원전 마을은 행정구역 상으로는 사천시에 속하지만 사천보다는 진주로 가는 버스가 더 많다.

 

 

   시외버스 시각표를 자세히 보면 진주를 오가는 버스는 완사 경유와 곤양 경유로 나누어짐을 알 수 있다. 완사 경유는 경전선 철길을 따라서 국도로 운행하고 곤양 경유는 남쪽으로 돌아서 가지만 곤양에서 진주까지는 남해고속도로로 운행한다. 어느 쪽을 타던 진주까지의 요금은 동일하지만 곤양 경유편이 더 많다. 진주에서 온 시외버스는 어디를 거쳐서 왔든 북천을 거쳐서 옥종까지 운행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현재 원전 마을에서 기차를 타려면 북천역으로 가는게 낫다.

 

   현재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다솔사역은 경전선 복선화로 선로가 이설되면 없어질 예정이다. 1968년에 개통되었으니 50년도 되지 못하고 다솔사역은 조용히 다시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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