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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전선의 진주시 구간에는 예전에 내동역(奈洞驛)이 있었다. '奈'라는 한자의 발음이 '내'와 '나' 모두 가능하므로 나동역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한자사전 보기). 내동면에서도 내동이라고 한 곳도 있고 나동이라고 적은 곳도 있다. 혼용되고 있는 상태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에서는 '나(ナ)'로만 음독만 한다. 일본에서 8세기에 헤이죠코[平城京]가 자리잡은 수도였던 나라[奈良]에서도 볼 수 있는 글자이다.

 

   내동역은 진주시 내동면에 있다. 진주 시내를 순환하는 131번 시내버스를 타면 쉽게 갈 수 있다. 하지만 진주시내버스는 안내 방송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차내에 다음 정류장을 알려주는 LED 같은 게 전혀 없으므로 초행길이라면 긴장하면서 차장을 주시해야 한다. 차내의 노선도와 실제 정류장이 일치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내릴 정류장을 넘어가 버려서 되돌아와야 했다. 해외에서도 현지인처럼 잘 다니던 대한민국 국민인 나도 이렇게 이용하기 어려운 대중교통인데 진주에 처음 오는 외지인도 쉽지 않고 외국인들에게는 탈 엄두가 나지 않을 듯 하다. 우리나라 지자체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노력은 많이 하지만 개별 여행객들을 위한 준비는 아직도 소홀함을 느낀다. 다행히도 요즈음에는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시내버스 노선도와 시각표가 나와서 그나마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내동면사무소 정류소로 알고 있었는데 독산마을이라고 나와 있다. 원래는 이 정류소에서 내리면 된다. 그렇지만 현재 도로 확장 공사 중이어서 반대편에는 정류소 표시가 없는 상태이다. 확장 공사가 완공되면 다시 버스정류장 표시를 설치할 것이다.

 

 

   경전선 철길 쪽으로 보면 여기가 역이 있었다는 장소가 맞다는 느낌을 바로 받는다. 도로 옆에 있는 LNG 충전소 뒤의 건물은 딱 보아도 역 건물이다. 역명판은 떨어지고 건물은 낡았지만 모양을 그대로 갖추고 있다.

 

 

   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옆에 있는 내동면사무소로 가야 한다. 내동면 사무소는 내동역 건물과는 달리 지은지 얼마되지 않은 새 건물이다.

 

 

   잘 가꾸어진 면사무소 뒤로는 내동역이 있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은 단선이고 통과하는 역이 아닌 신세가 되었지만 과거에는 1면 2선의 승강장을 갖추고 열차 교행이 가능하였음을 보여준다. 과거 교행선이 있던 자리에는 철길은 걷어냈지만 차량이 가끔씩 지나가는지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위험한 철길을 건너면 안되지만 철길은 지역을 갈라놓는 장애물이다. 그래서인지 내동역에도 지역 주민들이 철길을 건너서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경우 안전은 자신의 책임이다. 좌우를 잘 살펴서 지나가는 열차가 없는지 확인한 후에 재빨리 건너가야 한다.

 

 

   교행선이 있던 흔적을 따라서 걸어갔다. LNG 충전소에 있던 역 건물과 승강장 사이에는 나무가 많이 자라서 잘 보이지도 않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1984년에 내동역이 폐지되었다고 하니 벌써 26년이나 되었다.

 

 

   내동역을 지나는 경전선 철길은 직선으로 뻗어 있다. 승강장은 턱만 겨우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턱 옆에는 돌이 놓여 있다. 승강장을 부수면서 나온 돌인지 아니면 승강장을 지지하던 돌인지는 알 수 없다. 뒤쪽으로는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가 있다. 턱만 남아있지만 승강장은 꽤 길다. 내동역이 문을 열었던 1968년에는 남해고속도로가 없었으니 경전선이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연결하는 중요한 교통 수단이었다.

 

 

   하동 방향으로는 내동역을 만들기 위하여 짧은 하천 위에 콘크리트로 다리를 만든 게 그대로 남아 있다. 이전에는 여기에는 교행선도 있었고 교행선은 선로가 합쳐져서 유수역으로 향하게 되어 있었다.

 

 

   16년의 짧은 기간 동안에 승객이 타고 내렸던 내동역은 이제 흔적으로만 남아 있고 열차는 통과만 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의 철길도 진주역이 이설되면 사라질 운명에 있다. 진주역에서 내동역까지는 남강을 따라서 가는 경치가 좋은 구간인데 이설 이후의 활용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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