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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선전철화가 된 경전선의 하행 첫 열차를 타고 창원중앙역(昌原中央驛)에 도착하였다. 첫 열차이지만 다른 열차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전 선로가 아니라 새로 만든 선로를 달리고 시각표가 약간 바뀌었을 뿐이다. 디젤기관차 앞에 경전선 복선전철화 개통 기념이라는 현수막이라도 붙일 줄 알았다. 무언가 의미를 만들어서 축하하는 게 일상화가 된 일본철도의 영향을 받아서일까? 아니면 너무나도 우리나라 철도가 무심해서 그럴까?

 

   진영역에서 2분 지연되어 출발하였지만 속도를 좀 냈는지 창원중앙역에는 정시에 도착하였다. 첫 열차부터 정시로 운행되었으니 앞으로도 제 시간에 잘 운행할 수 있지 않을까? 첫 열차이니 기념하기 위하여 동영상으로 남겼다.

 

 

   창원중앙역은 이미 본 블로그에서 소개된 적이 있다(관련 글 보기). 당시에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는데 여름이라서 날씨가 더워서 근처의 용추계곡으로 가는 피서객들이 많은 상황이었다. 이제는 한파가 몰아치고 있고 산에 있어서 창원중앙역은 더 춥다. 그렇지만 맞은 편 승강장에는 첫 KTX 열차를 타기 위한 승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예상과는 달리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의아하게 생각하였으나 이유는 간단하였다. 일반 열차와는 달리 KTX는 2개 열차를 제외하는 창원역이나 창원중앙역 중에서 하나를 선택정차하기 때문이었다. 교통편이 불편해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이 되어버렸다. 반면에 일반 열차는 두 역 모두 정차하기에 아직은 익숙한 창원역에서 많이 타고 내리고 창원중앙역은 타고 내리는 승객이 적다.

 

 

   창원중앙역의 승강장은 2면 4선이다. 안쪽으로는 KTX와 일반 열차를 타고 내릴 수 있는 저상홈이 있고 바깥쪽으로는 동남권전철을 탈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고상홈이다. 창원역과는 달리 바깥쪽 승강장은 고상홈만 있고 나머지는 비어 있어서 KTX나 일반 열차는 정차할 수 없다.

 

 

   저상홈과 고상홈은 각각 출입구가 있지만 계단과 경사로로 된 연결 통로를 갖추고 있다. 환승을 고려하여 이렇게 설계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사실 해외에서는 이렇게 쉽게 환승할 수 있는 통로를 잘 갖추고 있다. 승차권 확인이 문제라면 통로에 단말기를 설치하면 그만이다.

 

 

   저상홈에는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으나 고상홈은 이정표는 있지만 포장 그대로 있다. 고상홈에 정차하게 될 동남권전철은 조만간 착공한 부전~마산 간 복선전철 노선을 따라 달리게 된다. 아직 공사도 시작하지 않았으니 정차역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 계획으로는 다음 정류장은 신월역으로 되어 있고 위치는 '김해시 진례면 신월리'에 있다.

 

 

   저상홈은 20량 편성의 KTX 차량도 정차할 수 있도록 길다. 창원중앙역 양쪽으로는 터널 구간이라서 승강장 끝에서는 터널이 보인다.

 

 

   잠시 후 창원중앙역의 첫 고속열차인 KTX-산천 384열차가 도착하였다. 경전선의 첫 고속열차는 마산역을 6:45에 출발하는 KTX-산천 382열차이지만 창원역에 정차하고 창원중앙역은 통과한다.

 

   첫 열차이니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담았다. 무궁화호가 아니라 고속열차이지만 특별한 행사도 없고 차량에도 특별한 표시가 전혀 없다. 창원중앙역의 첫 고속열차인데 너무나도 평범하게 정차하여 출발하였다. 그렇다고 철도팬이나 언론사에서 나와서 승강장에 있는 건 아니었고 나 혼자뿐이었다. 날씨만큼이나 차가운 냉대를 받으면서 KTX-산천은 출발하였다.

 

 

   승강장을 나와서 역 건물로 이동하였다.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통로가 좀 좁다는 느낌이 들었다. KTX 열차의 경우에는 많은 승객들이 타고 내려서 주말에는 이곳에서 나가고 들어가는 승객들끼리 엉키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대합실로 나와서 보니 KTX와 일반 열차를 타는 승강장으로 가는 통로와 동남권전철를 타는 승강장으로 가는 통로가 분리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왼쪽이 동남권전철 입구이고 오른쪽이 KTX나 일반 열차 입구이다. 당연 왼쪽은 현재 사용하지 않기에 불이 꺼져 있어서 어둡다. 위에는 마중 나온 사람들을 위하여 열차 도착 안내가 있는데 서울에서 출발한 KTX 하행 첫 열차인 381열차가 17분이나 지연되어 운행하고 있다고 보여주고 있었다. 냉대 받고 출발한 384열차는 조금 지연되어서 서울역까지 잘 갔는데 엉뚱하게 서울에서 오는 열차가 발병났다.

 

 

   대합실의 규모는 창원역보다 조금 크다. 창구는 3군데 있고 자동발매기는 4대가 설치되어 있다. 고객 맞이방에는 매점이 있고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의자가 있다. KTX-산천으로 수송할 수 있는 승객 수를 감안한다면 사실 대합실은 좁고 의자도 적다는 생각이 든다. 승객이 폭주하는 주말과 연말연시가 되면 어떤지 판가름나게 될 것이다.

 

 

   요즈음 새로 만드는 역은 모두 시각표를 벽에 게시하지 않고 돌리면서 볼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창원중앙역도 마찬가지인데 아직 비어있는 공간이 있다. 대합실에서는 한국철도공사 사장 방문이 예정되어 있어서 역장이 큰 소리를 내면서 직원들에게 마무리 작업을 독려하고 있었다. 지금은 시각표에 빈 공간이 없이 채워져 있는 상태이다.

 

 

   자동발매기가 있기에 승차권을 구입하였다. 자동발매기에서 승차권을 구입하면 공사 기간의 가칭이나 이전 역 이름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기에 북창원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창원중'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자동발매기에서는 3글자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창원중학교로 착각할 수 있다.

 

 

   창원중앙역 건물은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고 대합실 가운데에도 유리가 있어서 자연 채광이 된다. 중앙역이라고 하는데 뒤로는 정병산이 보여서 여기가 창원의 중앙(中央)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정병산의 중앙도 아니고?

 

 

   창원중앙역 건물 앞에는 광장을 만들었고 공원으로 꾸며 놓았다. 사실 이렇게 외진 장소에서 공원이 왜 필요한지 항상 의문이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는 활용할 수 없고 여름에는 더워서 있을 수 없는 공원보다는 주차장을 차라리 확충하고 역 건물 바로 앞에서 버스를 탈 수 있게 배려를 하였으면 좋겠다. 창원중앙역은 산 아래에 있어서 여름에는 시원할지 모르지만 겨울에는 찬 바람이 불어서 아래보다 더 춥다. 이제는 바꿀 수 없으니 지붕 아래에 있는 의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합실로 옮기는 건 어떨까?

 

 

   창원중앙역 앞의 도로에는 버스정류장과 자가용을 타고 내릴 수 있는 장소가 있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 개통시에 문을 열었던 울산역, 신경주역, 김천구미역과는 달리 버스정류장이 멀리 있다. 물론 창원역도 버스정류장은 횡단보도를 건너가야 했다.

 

 

   더욱 큰 문제점은 창원중앙역을 오가는 버스 노선은 아직 단 하나뿐이라는 점이다. 순환버스인 220번(노선도 보기)만 있는데 가까운 창원시청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아서 더 멀리 가려면 환승이 필요하다. 그보다는 220번의 배차 간격이 15~20분으로 긴 편이다. 중앙역이라고 하면 도시의 중심에 있어서 교통이 편리한데 이건 오지에 가깝다. 대중교통으로 보면 창원중앙역이 아닌 창원외곽역이고 창원 시내에 있지 않은 덕산역보다 못하다. 구 창원시만 해도 인구가 50만명이나 되는데 중앙역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대중교통망이다.

 

 

   자전거의 도시인 창원에는 공영 자전거 무인대여시스템인 누비자(http://nubija.changwon.go.kr )가 있다. 아직 누비자 보관대는 만드는 중이었다. 이런 추운 날씨에 자전거를 타고 창원중앙역에서 나가는 내리막길을 달리면 속도는 나겠지만 뼛속까지 차가울테니 아직 급하지는 않다. 경사길을 오르내려야 하니 창원중앙역에서 타는 사람은 많겠지만 반납하는 사람은 적지 않을까?

 

 

   창원중앙역 뒤로는 국도 25호선 공사를 계속 하고 있다. 현재는 창원중앙역으로 오는 도로는 하나뿐이다. 도로는 지나가는 차량이 없어서 한산하다. 하지만 여기서 용추계곡으로도 연결되므로 여름에는 피서를 오는 사람들도 이용하게 될 것이다.

 

 

   창원중앙역은 국립 창원대학교(http://www.changwon.ac.kr ) 캠퍼스 뒤에 있다. 캠퍼스와는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다. 급경사의 계단이라서 창원중앙역에서 나오면 어디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계단을 균일하지 않은 돌로 만들어서 조금 위험하다. 계단을 내려가면 공학관이 있는데 여기서는 정문보다는 창원중앙역이 더 가까우니 버스 노선을 늘린다면 창원대학교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다.

 

 

   창원대학교 캠퍼스는 방학인지 한산하였다. 사림관에는 여행사가 있는데 창원중앙역이 생기면서 승차권이 더 많이 팔리지 않을까? 캠퍼스에서 계단만 올라가면 되니깐.

 

 

   창원대학교 버스정류장은 창원중앙역과는 달리 훨씬 노선이 많고 배차간격도 짧은 편이다. 현재로는 환승 없이 다양한 장소로 바로 가고 싶다면 창원대학교 구내를 걸어서 통과하여 창원대학교 버스정류장을 이용하는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이렇게 창원중앙역을 살펴보았는데 '중앙'이라는 게 무색하게 아직 교통편에서는 너무나도 불편하고 역의 규모도 창원시의 인구를 감안하면 크지 않다. 창원의 중앙역이 될 수 있도록 교통편의 확충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2011년 1월에는 평일 밤에 창원중앙역을 찾았다. 역시 KTX-산천이 출발한 시간이 되어가자 점점 역에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파란색 네온사인으로 건물 테두리는 장식한 마산역이나 창원역에 비하면 창원중앙역의 야경은 평범하다. 아래에 있는 창원 시내가 있어서 그럴까?

 


   2011년 5월 23일부터는 기존의 220번 이외에도 210번과 211번도 창원중앙역을 경유하게 되어서 시내버스 이용이 조금 더 편리해졌다.

 

* 처음 작성 : 2010년 12월 16일

  내용 수정 : 2011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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