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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양역에서 기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보성군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명봉역(鳴鳳驛)이다. 설날 당일이지만 부전에서 목포로 가는 무궁화호에는 빈 자리가 곳곳에 있어서 명절이라는 느낌은 크게 나지 않는다. 명봉역에서 내리는 승객은 나 혼자뿐이었고 타는 승객은 없었다.

 


   명봉역의 이정표에는 이웃한 역으로 도림역광곡역이 표시되어 있지만 두 역 전부 정차하는 열차가 없다. 광곡역은 그나마 2011년 10월 5일에 여객 취급이 중지되었으나 도림역은 2006년 11월 1일에 여객 취급이 중지되어서 2008년에 폐역(철도 노선도에서 삭제)되어 버렸다. 이렇게 전라남도를 지나는 경전선 구간은 경상남도 구간과는 달리 폐역이 많고 게다가 대부분의 역이 해마다 승객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상남도 구간의 경우에는 기차를 타지 않으면 가기 어려운 진주수목원역이나 북천역이 있지만 전라남도 구간에는 관광객들을 많이 유인할 수 있는 특출한 역이 없다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전라남도 구간에도 특별한 역들이 있으며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무궁화호 열차는 바로 출발하였고 명봉역에는 나 혼자만이 남았다. 명봉역의 승강장은 1면 2선이고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는 화물 승강장이 있다. 승강장에는 크지 않는 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그 아래에 의자가 있어서 열차를 기다릴 수 있다. 더운 여름에는 좋은 공간이 될 것이다.

 

 

   명봉역 건물은 전형적인 삼각 지붕이지만 벽돌로 벽을 만들었다. 2008년 6월에 무인역으로 바뀌면서 창문은 모두 나무판으로 막아 놓았다. 건물 앞에는 옹기가 전시되어 있지만 아무런 설명도 되어 있지 않다.

 

 

   명봉역 대합실은 작지만 그림과 서예 작품이 걸려 있고 녹색문고까지 마련되어 있다. 책상이 하나 있는 걸 보아서는 명예역장이 근무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물론 직원이 떠나면서 매표소는 커다란 나무판으로 막혀 있다. 매표소 위에 있는 시각표를 보면 명봉역은 모든 열차가 정차하는 건 아니다. 순천 방면으로는 3개 열차가 정차하고 광주 방면으로는 4개 열차가 정차하고 있다.

 


   명봉역은 기차에 비해서 버스는 더욱 타기 힘들다. 군청이 있는 보성으로 농어촌버스가 운행하는데 하루에 3왕복만 있다. 이 시각표는 현재도 거의 비슷하지만 요금은 더 올랐다. 농어촌버스이기는 하지만 교통카드로도 요금을 지불할 수 있어서 따로 잔돈을 준비할 필요는 없다.

 


   명봉역은 2003년에 KBS(http://www.kbs.co.kr )에서 방영된 드라마 여름향기(http://www.kbs.co.kr/end_program/drama/summer )의 배경이었다. 액자에는 중심 인물의 사인과 여러 장면을 찍은 사진이 액자에 전시되어 있다. 여름향기의 느낌을 받으려면 여름 장마철에 명봉역에 와야 하는데 한파가 몰아치는 설날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명봉역 주변에 산이 있어서 차가운 바람이 강하여서 나는 겨울한기를 느끼면서 내복까지 꺼내어서 입어야했다.

 


   명봉역 앞에서는 겨울이라는 게 더욱 실감이 난다. 다른 명봉역 사진을 보면 푸른 나무가 서 있고 그 아래에는 화려한 꽃들이 만발한데 나무는 앙상하고 꽃은 볼 수 없다. 그나마 화려하게 그림을 그려놓은 건물이 있어서 조금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 하다.

 

 

   명봉역 앞에는 조금 다른 형태의 조형물이 있다. 건물 왼쪽에는 교통보국이라는 비석이 들어서 있고 신호기가 위에 달린 막대가 설치되어 있다. 그 옆의 안내판에는 명봉역의 명칭 제정 유래가 적혀 있다. 전라도의 경우 일제시대 때에 쌀의 반출을 위하여 철길을 놓은 경우가 많아서 철도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아직도 남아있기는 하지만 명봉의 경우에는 산 속의 마을이지만 철도가 있어서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이 편하게 되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기에 이런 비석이 설치된 모양이다. 물론 현재는 도로 교통의 발달과 시골 인구 감소로 명봉역의 여객 열차 정차도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다.

 

 

   명봉역 앞에는 하루에 3왕복만 운행되는 농어촌버스 정류장이 있다. 길을 건너서는 역세권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한 집들이 늘어서 있다. 오래된 간판과 맞물러서 마치 세월을 거슬러 올라온 느낌이 든다.

 

 

   겨울의 명봉역은 사람을 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하였다. 봄이 되어서 날씨가 따뜻해지고 꽃이 피면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을까?


* 방문일 : 2012년 1월 23일
  작성일 : 2012년 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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