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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가을에 타이완[臺灣]을 여행하였을 때에는 제2의 도시인 가오슝[高雄, http://khh.travel ]에서 2박을 하면서 둘러보았다. 타이완에 처음 방문한 2007년에는 숙박만 하였지만 이 때에는 넉넉하게 시간을 잡았다. 그 사이에 가오슝에는 도시철도인 가오슝제윈[高雄捷運, Kaohsiung Transit System, http://www.krtco.com.tw ]이 개통되면서 이동하기가 매우 편리해졌다. 우리나라에서 소도시나 군 지역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가 어렵듯이 타이완 역시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타이완은 날씨가 우리나라보다 따뜻하여 스쿠터 같은 개인 교통 수단을 많이 이용하기에 버스의 배차가 우리나라보다는 긴 편이다.
가오슝은 타이완 남서쪽에 있으며 인구가 280만명인 타이완 최대의 항구도시이다. 항구도시에는 배만 오가는 게 아니라 육상교통인 철도가 항구로 연결되어 있는게 보통이다. 가오슝 역시 항구까지 철길이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항구의 규모를 확대하기 위하여 주요 항구도시마다 신항을 만들고 있다 보니 기존의 항구는 없어지기도 한다. 부산에서도 부산신항을 새로 만들면서 오래된 북항은 이제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 가오슝 역시 오래된 항구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여기에 연결되는 철길도 사용하지 않지만 다른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숙소가 가오슝항역[高雄港車站, 가오슝강춰잔]에서 가까운 장소에 있었기에 걸어갔다. 가는 길에는 가오슝항[高雄港]이라고 적힌 지붕이 두 층으로 나누어진 문이 하나 있다. 문 아래로는 차량이 지나갈 수 있게 되어 있다.
가오슝항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철도를 건너가야 하는데 걸어서는 가지 못하는 줄 알고 고가도로로 올라갔다. 고가도로는 인도가 따로 없지만 차량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위험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가오슝항역 구내를 잘 볼 수 있다. 2008년 12월 16일에 마지막으로 열차가 운행한 가오슝역은 2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에 철길에는 풀이 많이 자라서 온통 녹색으로 되어 있다. 풀이 자란 사이에 철길은 녹슬어 버렸다. 철길 사이를 다닐 수 있도록 자전거나 도보로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았다. 이게 바로 녹색 철도가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철길을 노면전차라도 운행하여서 유지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과거에는 철조망이 있어서 철길에 들어갈 수 없었겠지만 이제는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고 곳곳에 철도와 관련된 것들을 전시하여 놓았다. 의자만 하더라도 철길 위의 바퀴에 레일을 지지하여 만들었다. 독일 브레멘(Bremen)에서 본 철도 차량의 바퀴로 만든 의자만큼 특이하다.
이전에 열차를 타고 내렸던 승강장은 그래도 지붕을 유지하고 있고 의자가 있어서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되었고 차고조차도 지붕은 그대로 있어서 시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차고에는 철길은 그대로 있어서 이곳이 철도 차량이 들어왔던 공간이라는 걸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철길 옆의 2층 건물에 자리잡은 관제실은 건물만 그대로 있을뿐 들어갈 수는 없다. 가오슝항역은 선로가 워낙 많이 있기에 관제실이 따로 있어서 열차가 운행하는 걸 통제하는 게 필요하였다.
과거에는 가오슝항역이 가오슝역[高雄車站]이었고 종단선에 속하여서 선로는 복선으로 되어 있고 선로 옆에도 빈 공간이 많이 있다. 복선으로 자전거도로를 만들었지만 선로는 그대로 모습을 갖추고 있다.
가오슝항역으로 들어가면 선로가 엄청나게 분기되고 카메라로는 다 담을 수 없을 정도의 넓어진다. 일부 철길은 서쪽으로 휘어 있어서 따라가 보면 철길이 없는 빈 풀밭이 나타났다. 주변에 있는 건물들은 과거 창고로 쓰였는데 현재는 비어 있다. 열차에서 내린 화물이 있던 장소인 셈이다.
엄청나게 많은 선로와는 달리 가오슝항역 건물은 작다. 건물 앞에는 지붕이 길게 있는 승강장이 자리잡고 있다. 선로에는 증기기관차 2대가 보수 공사를 하고 있었다.
철길은 풀밭이 되었지만 가오슝항역 건물이 있는 쪽으로는 여러 그림으로 장식을 해 놓았다. 가오슝항역으로 들어가는 문에는 1909년부터 2005년까지 운영하였다고 적어놓았으며 문 앞에는 가오슝항역과 관련되는 그림을 그려 놓았다. 가오슝항역이 아니라 다거우역[打狗驛]이라고 해 놓았는데 가오슝항역이 이곳에 생겼을 때의 이름이다.
가오슝을 다니다 보면 다거우[打狗]를 많이 볼 수 있다. 다거우는 이곳에 살던 원주민들이 '대나무 숲'이라는 뜻으로 부르던 지명을 비슷한 한자로 옮긴 것이다. 다거우는 작은 마을이었으나 1858년에 텐진조약으로 타이완의 여러 항구를 개방하면서 다거우항[打狗港]이 생기게 되면서 발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1895년 시모노세키조약으로 타이완이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일본인들이 한자 발음을 일본식으로 하였을 때 동일한 발음이 되도록 조합하여 타카오[高雄]로 바꾸었다. 타카오는 타이완 남단의 항구로서 일제 시대에 군사 기지이자 공업 도시로 탈바꿈하였다. 1945년에 타이완으로 독립하면서 한자는 그대로 두었지만 읽는 방식을 중국식으로 바꾸어서 현재의 가오슝이 되었다. 한자는 의미도 중요하기에 '개를 때리다'라는 뜻보다는 '높은 영웅'이 훨씬 낫다. 그래서 오래된 장소에는 다거우라는 말이 그대로 남아 있다.
가오슝항역 건물은 현재는 다거우철도박물관[打狗鐵道故事館, http://takao.railway.tw ]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음 글에서 이곳에 관하여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 방문일 : 2011년 9월 14일
작성일 : 2012년 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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