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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0월 20일 화물열차조차도 운행하지 않게 된 가오슝항역[高雄港車站, 가오슝강춰잔]은 시민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산책로가 생기고 철길만 남은 풀밭으로 되어 버렸고 가오슝항역 건물은 2010년 10월 24일에 다거우철도박물관[打狗鐵道故事館, http://takao.railway.tw ]으로 재단장하였다. 다거우철도박물관은 처음에는 건물만을 사용하였으나 오래된 차량을 도입하면서 볼거리를 늘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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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오슝항역은 여객보다는 화물을 위주로 운영되어서 건물이 단층이고 단순한 구조이다. 그래서인지 좀 더 밝은 분위기로 만들어보기 위하여 건물 앞에는 원형으로 된 그림을 그려 놓았고 철길이 기둥으로 있는 모형을 하나 설치하여 놓았다. 건물 앞에는 삼각형 모양의 아치를 만들었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가오슝항역 건물은 낡고 어둡다는 느낌만 들 듯 하다.

 


   가오슝항역 건물 옆에도 낡은 모습을 감추기 위하여 이전 가오슝항의 사진을 커다랗게 붙어놓았고 철로 만든 구조물 안에는 가오슝항역에 대한 전시물이 있다. 이 구조물도 가오슝항역 건물 벽을 자연스럽게 가리게 된다.

 


   가오슝항역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승객들이 기차를 기다리는 대합실은 없고 사무실이 나온다. 화물열차 중심으로 운행되었던 역이기 때문이다. 사무실의 모양은 그대로 갖추고 있지만 책상 대신에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예전 모습 그대로 보존하여 놓았다. 안쪽으로는 다거우철도박물관 사무실이 있어서 근무하는 직원 전용 공간이라서 일반 관람객은 들어갈 수 없다.

 


   탁자 위에는 반원형전차대 모형, 엽서, 그리고 스탬프가 비치되어 있다. 스탬프는 워낙 종류가 많아서 찍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과거에는 종관선의 종착역이어서 급행 열차에 대한 스탬프도 있다. 놀랍게도 급행 열차 스탬프에는 일본의 연호인 쇼와[昭和]라고 표시되어 있다. 일제 시대에 운행된 열차인 셈인데 우리나라 같으면 이미 스탬프는 폐기되었지만 타이완에서는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벽에는 화물열차가 최후로 운행되었던 2005년의 시각표가 그대로 남아 있다. 시각표에는 95년이라고 되어 있는데 웬 2005년이냐고? 타이완도 일본처럼 민국(民國, 민궈)이라는 연호를 사용한다. 일본처럼 왕이 있어서가 아니고 중화민국이 건국한 1912년을 원년으로 하고 있다. 중국 대륙에서는 사용하고 있지 않다. 시각표에 직원 통근용 열차가 있을 정도면 당시에는 가오슝항역에서 일하는 직원이 꽤 많지 않았을까?

 


   옆의 방으로 가면 역장실이 있다. 역장이 사용하였던 책상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벽에는 중화민국을 만든 쑨원[孫文]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여기서도 타이완은 중화민국을 계승한 나라라는 걸 변함없이 보여주고 있다. 물론 타이완 사람들이 여기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옆의 책장에는 통표가 걸려 있어서 이곳이 역이라는 게 느껴진다.

 


   양쪽 끝에 커튼이 있는 벽에 붙은 그림에는 가오슝항의 철길이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지금은 가오슝항의 철길은 일부만이 남아 있으나 과거에는 순환하는 형태로 이어져 있었다.

 

 

   책장에는 가오슝항역의 문서가 들어가 있고 위에는 각종 이정표와 역명판이 전시되어 있다. 왼쪽에 있는 책장에는 철도에 관한 각종 책과 잡지가 있다. 일본의 영향이 강한 타이완이어서 일본 철도 잡지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아직 철도 잡지가 레일러(Railers, http://www.railers.kr )뿐이고 이곳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 볼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레일러에서는 해외 철도에서 아시아는 일본, 중국, 홍콩만 소개되었고 의외로 타이완은 아직 나온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차량이 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타이완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다른 쪽에 있는 책장은 아직 비어있다. 앞으로 자료가 더 수집되면 이곳도 채워지지 않을까? 책장 위에는 가오슝항역 역명판이 있다. 우리나라는 철도청이 아니라 철도공사라는 형태로 바뀌었지만 타이완의 기존선은 여전히 교통부(交通部, http://www.motc.gov.tw )에 소속된 타이완철도관리국[臺灣鐵路管理局, http://www.railway.gov.tw ]으로 정부 기관 중의 하나이다.



   벽에는 일본의 철도취미잡지인 철도픽토리얼(鉄道ピクトリアル, http://www.tetsupic.com ) 2011년 4월호에 타이완철도의 여러 소식과 함께 다거우철도박물관이 소개되는 기사가 붙어 있다. 타이완의 기존선은 일본과 동일한 협궤(1,067mm)이고 일본의 차량이 많이 운행하고 있다 보니 일본인들도 타이완철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작은 문을 통하여 승강장으로 나왔다. 방문하였을 때에는 승강장을 공사하고 있어서 안전에 주의하면서 둘러보았다. 승강장 쪽의 벽에도 이전 모습을 담은 사진을 붙어놓아서 회색빛의 벽을 가리고 있다.

 


   승강장을 덮는 지붕의 기둥에는 404.4km라는 표시가 붙어 있다. 가오슝항역이 종관선의 종착역이니 종관선의 길이가 404.4km라는 걸 알 수 있다. 종관선의 기점은 수도인 타이베이[臺北]가 아니라 북부의 항구도시인 지룽[基隆]이다.

 


   가오슝항역의 넓은 구내에는 풀이 나고 철길만 있지만 건물 앞에는 증기기관차 2대가 보존되어 있다. 앞에 있는 증기기관차는 CT259호로 1938년 일본 미츠비시중공업[三菱重工業, http://www.mhi.co.jp ]에서 만들어졌으며 일본의 C55形 증기기관차와 같은 모델이다. 일제 시대에 타이완에 도입되었으며 독립 이후에 타이완철도관리국에서 CT250型으로 형식 이름을 바꾸어서 1982년 10월까지 운행하였다. 이 증기기관차는 타이난[臺南]에 보존되었다가 이곳으로  옮겨졌다. 뒤에는 DT609호 증기기관차가 있는데 DT580型에 속하고 일본의 9600形 증기기관차에 해당된다. 1929년에 키샤제조[汽車製造]에서 E800形으로 만들어졌으며 일제시대가 끝난 후에는 현재의 형식 이름으로 바뀌었다. 타이완뿐만 아니라 일본, 사할린, 중국에서도 운행하였고 현재는 보존되어 있다. 교토[京都]의 우메코지증기기관차관[梅小路蒸気機関車館, http://www.mtm.or.jp/uslm ](관련 글 보기)이나 키타큐슈[北九州]에 있는 큐슈철도기념관[九州鉄道記念館, http://www.k-rhm.jp ](관련 글 보기)에도 이들 증기기관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012년 초에는 6량의 오래된 차량이 더 도입되어서 더욱 볼거리가 늘어났다.

 


   증기기관차 옆에는 예전의 가오슝항역의 항공 사진을 걸어놓았다. 철길에는 화차가 들어서 있고 가운데에는 기관차의 방향을 정환하는 전차대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철길 옆에는 차량이 들어가거나 유지하는 건물도 있지만 현재는 대부분이 없어지고 가오슝항역 건물만이 남아있다.

 

 

   가오슝항역의 선로만 남고 차량이 보존되어 있다고 해서 철도와 인연이 완전히 끊어진 건 아니다. 가오슝항역 바로 앞에는 가오슝메트로[高雄捷運, Kaohsiung Rapid Transit, http://www.krtco.com.tw ] 쥐선[橘線, Orange Line] 시즈완역[西子灣站]이 2008년 9월 14일에 개통되었다. 화물열차 위주의 화물역 대신에 도시철도가 개통되어서 운행하고 있는 셈이다.

 


* 방문일 : 2011년 9월 14일
  작성일 : 2012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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