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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에는 출장으로 제주도에 2번을 갔다. 처음 간 6월에는 발목 부상으로 인하여 30분이면 올라간다는 어승생악에 만족하였다. 그렇지만 이후에 발목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소백산 죽령→비로봉→국망봉→늦은맥이재→어의곡의 22.4km가 넘는 구간을 무사히 가게 되면서 2번째 출장 때에는 한라산 백록담(https://jeju.go.kr/hallasan/index.htm )에 도전하려고 준비하였다.

   소백산 하산을 하는 동안 물이 흐르는 너덜지대에서 고생을 하였기에 생애 처음으로 등산화(밀레 미바튼MID)를 준비하였고 산은 아니지만 외출을 할 때에 신어보면서 적응을 하였다. 물론 실전은 등산을 해야 하지만 그동안은 그럴 기회가 나오지 않았다.

   백록담이 보이는 동능에 가는 길은 관음사 코스와 성판악 코스 2개뿐이다. 나의 등산 기준은 해발 고도가 높은 곳에서 시작해야 하므로 성판악으로 가야 했다. 그런데 11월 첫 주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이미 탐방예약이 끝났다. 게다가 대중교통으로의 접근성은 성판악 쪽이 좋다. 입산할 때에는 시각표에 맞추어 갈 수 있지만 등산 소요 시간은 알 수 없기에 대중교통이 자주 운행하는 방향이 유리하다. 어쩔 수 없이 관음사 입산으로 예약을 하였다. 1,300m 넘게 올라가야 하는데 이렇게 많이 올라가 본 적은 아직 없다. 한라산 등산 관련 정보에서 경치를 즐기기에는 관음사로 올라가서 성판악으로 내려가면 좋다는 걸 믿고 그러기를 바랬다.

   어느덧 금요일에 업무가 끝나고 토요일이 되었다. 등산을 끝내서 밤에는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므로 서둘렀다. 숙소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짐은 맡기고 나와서 제주시청으로 향하였다. 제주시청 버스정류장에는 이른 아침이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제주시청 시발인 제주시내버스 281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역시 시각표에 맞추어서 첫버스가 들어왔다.

 


   계획대로 중간에 제주시내버스 475번으로 환승하였다. 관음사 등산로로 가는 유일한 시내버스로 1시간에 1대 정도로 운행하고 제주시내가 아닌 제주대학교에서 출발해서 이렇게 갈아타고 가야한다. 자가용이나 렌트카로 많이 오기에 버스 내는 한산하였다.

   관음사등산로 입구에는 6:34에 도착하였다. 11월 초여서 아직 어둡다. 휴게서는 불을 밝히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한라산에서 먹을거리를 준비하기는 하였지만 부족할 수도 있기에 김밥을 추가로 구입하여서 배낭에 넣었다.

 


   등산로에는 사람들이 입장하고 있었다. 나도 미리 받아놓은 확인증의 QR코드를 찍고 들어갔다. 드디어 한라산 등산이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단풍이 든 나무들이 울창하고 등산로는 대부분 나무로 만든 데크로 되어 있어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등산로와 나란히 모노레일이 깔려 있어서 작업을 하거나 응급환자 수송에 활용되고 있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모노레일이 움직이는 건 한 번도 보지 못하였다.

 


   등산로에는 경사도와 고도가 표시된 안내판이 있어서 어느 정도 왔고 얼마만큼 더 가야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등산로 처음 3.2km 가량인 탐라계곡 육교 앞까지는 경사가 크지 않고 등산로는 나무로 잘 되어 있어서 걸어가기에 좋았다. 그러다 보니 등산객들은 잡담도 하면서 편안하게 걸어갔다. 나는 앞의 등산객을 앞질러갈 수도 있지만 무리하지 않기 위해서 뒤에서 계속 따라서 갔다. 해발 1,900m가 넘어가는 동능까지 가려면 올라가야 하는데 언제 오르막이 나타날까?

 


   탐라계곡 육교를 지나가니 바로 나무로 만든 긴 계단이 나타난다. 이걸 본 몇몇 등산객들은 한숨을 쉰다. 소위 ‘멘붕계단’이라고 하는데 사실 여기서부터 오르막의 경사가 급해지고 등산객들의 속도가 떨어진다. 나는 여기서부터 속도를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계속 올라갔다. 힘들기는 하였지만 기온이 낮아서 조금 추워서 몸에서 열을 내기 위해서 쉬지 않고 갔다.

 


   언제 올라가나 싶었지만 급경사를 가면서 해발 고도는 순식간에 높아졌다. 등산로 옆의 풀과 나무도 바뀌었다. 등산객은 어디로 갔는지 많이 줄어들었다.

 


   사실 한라산 등산을 계획하면서 가장 걱정한 게 날씨이다. 등산을 시작할 때에는 구름이 많았으나 삼각봉대피소에 도착하였을 때에는 구름이 사라지고 맑은 하늘로 바뀌었다. 삼각봉대피소에는 화장실 이외에도 건물이 있어서 추위나 비를 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한라산 봉우리들이 보여서 이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쉬면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아직 420m를 더 올라가야 한다. 정상 부근의 바위들이 높게 보인다. 경사가 거의 없이 가다가 용진각현수교를 지나가면 계속해서 계단이 있어서 급경사를 올라간다. 하지만 여기서는 내려다보는 경치가 워낙 좋아서 올라가다가 힘들면 사진 찍으면서 숨을 돌리고 다시 올라갔다. 바람이 불기는 하지만 몸에서 열이 나고 햇빛이 비치면서 춥지 않다. 중간에는 용진각대피소가 있었던 터가 남아있고 헬기장이 있다. 모노레일은 삼각봉대피소까지만 있다.

 


   해발 1,800m를 넘어가면서 강한 바람의 영향으로 나무는 키가 작고 풀밭이거나 바위가 노출되어 있다. 제주도가 섬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운해가 잔뜩 끼였다. 한라산이 화산이므로 노출된 땅에는 검은 바위들이 많이 있다.

 


   나무로 만든 넓은 데크가 나오고 현재 한라산에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장소인 동능에 도착하였다. 정상석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줄이 너무 길어서 다른 등산객에게 부탁하여서 주변에서 정상석이 보이게 찍었다. 보통 안개가 자욱하다는 백록담에는 안개는 없는데 가을이라서 비가 자주 내리지 않아서 물이 전혀 없고 움푹 패여있는 땅이 드러나 있다. 정상 부근에는 구름이 없는데 주변에는 구름이 많아서 바다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동능 정상은 평평하고 햇빛이 비치어서 조금 덥다. 무선인터넷이 되어서 하산하고 나서 등정인증서를 받기 위해서 사진을 등록하였다.

 


   성판악 방면으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여기는 등산로가 현무암 바위가 그대로 있다. 그러다 보니 땅을 잘 보고 내려가야 한다. 땅에는 일부 풀만 자라고 있어서 멀리까지 잘 보인다. 반대로 성판악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힘들어 하였다. 오늘 저녁에는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야 하기에 속도를 내어서 내려갔다. 다행히 등산화를 신어서 잘 미끄러지지 않아서 좋았다.

 


   관음사 코스에서는 삼각봉대피소가 있다면 성판악 코스에는 진달래밭대피소가 있다. 등산객들이 대부분 올라가서 대피소는 한산하다. 햇빛에 앉아있으니 따뜻하고 좋다.

 


   다시 계속하여 내려갔다. 길은 검은 현무암으로 된 바위로 되어 있지만 주변에는 나무가 자라고 있다. 나무 데크가 많은 관음사 코스와는 달리 성판악 코스에서는 상대적으로 적다.

 


   중간에 사라오름으로 가는 분기점에 도착하였다. 시간 여유가 있으니 갔다오기로 하였다. 여기는 대부분이 나무 계단과 데크로 되어 있다. 오름 역시 비가 잘 내리지 않아서 물이 전혀 없고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라오름 등산로 끝에는 전망대가 있어서 서귀포 방면이 잘 보였다. 구름은 위에 떠 있어서 남해 바다까지 보였다. 동능까지 가지 않고 여기까지만 오는 등산객도 있었다. 바다를 보면서 쉬기에 좋은 장소였다.

 


   계속해서 하산하였다. 이제는 경사가 급하지 않고 나무가 자라서 경치는 보이지 않는다. 이미 성판악 등산로에 입산 가능 시간이 끝나서 하산하는 등산객들만 있어서 한산하였다. 중간에 속밭대피소가 있어서 잠시 쉬었다. 대피소라고는 하지만 숙박이 가능한 건 아니고 버스대합실 같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시설이 전부이다.

 


   계획보다는 3시간이 빠른 오후 2시에 성판악 탐방안내소에 도착하였다. 건물 안에 들어가서 스탬프를 찍고 1,000원을 결제하여서 한라산 등정인증서를 발급받았다.

 


   성판악 탐방안내소는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경계에 있다. 양쪽을 오가는 여러 버스 노선들이 있어서 교통이 편리하다. 보관한 짐들을 가지러 가기 위하여 제주시 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한라산 등산을 하면서 주요 지점 통과 시각과 속도 등의 측정 결과는 아래와 같다. 물론 개인의 체력에 따라서 차이가 많으니 참조하시면 좋겠다. 사실 준비하면서 처음 간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상이 안된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

 


   이렇게 해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 등산을 무사히 끝냈다. 한라산보다는 낮지만 등산하기는 더 힘든 설악산(관련 글 보기)을 내년에 도전하여 보기로 하고 해발 3,000m 급의 해외의 산들(관련 글 보기)도 생각하게 되었다. 등산화를 신고 처음으로 등산하였는데 딱딱해서 불편할 것 같은 생각과는 달리 편안하였고 바위에 미끄러지지 않아서 하산 시에 속도를 낼 수 있어서 좋았다. 운동화를 신고 다닐 때에는 바위가 많으면 미끄러질까봐 조심해서 걸어가야 했다.

 

* 방문일: 2022년 11월 5일
  작성일: 2023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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