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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의 목표 중의 하나가 설악산 공룡능선을 가 보는 것이다. 공룡능선은 현재 대한민국의 등산로 중의 난이도가 가장 높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4.9km 정도인 공룡능선 등산로 자체가 어렵기도 하겠지만 공룡능선은 해발 1,100~1,300m를 오가는 높이라서 여기까지 올라가고 끝나고 나서 내려가기 위해서도 적어도 3시간 이상은 등산을 해야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체력 소진을 줄이기 위해서 공룡능선에 진입할 수 있는 여러 경로에 대해서 검토하였다. 그래도 공룡능선에 비해서 높이 차이가 크지 않고 가까운 백담사로 올라가고 내려갈 때에는 대청봉으로 갈 수는 없기에 소공원으로 하산하는 일정을 짰다.

 

   등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날씨이다. 다행히도 등산하기 전날까지만 비가 내리고 그쳤다. 등산은 백담사부터 하지만 속초로 향하였다. 아침이어서 속초항에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백담사로 가는 시외버스 첫 차를 탔다. 첫차는 7:20에 있다. 추석 연휴 첫날이지만 승객은 많지 않고 외국인들이 많다. 역귀성은 많이 하지 않고 속초 같은 소도시의 특성상 자가용을 많이 이용하는 듯 하다.

 


  백담사 입구에서 시외버스에서 내려서 백담사 마을버스(백담셔틀)(관련 글 보기)을 타러 갔다. 저번 달에 탄 적이 있기에 이제는 조금 익숙하다. 바로 출발하는 버스가 없는 걸 확인한 후에 화장실에 갔다가 천천히 승차권을 구입해서 승차하였다. 어짜피 인원이 채워져야 출발하니깐 서두를 필요가 없다.

 


   20분 가까이 기다려서야 버스는 백담사 입구에서 출발하였다. 중간에 내려오는 차량이 없는지 속도를 내면서 달려서 백담사에는 12분만에 갔다. 기다리는 시간은 길었지만 운행시간은 짧았다.

 


   여기서부터 등산이 시작되었다. 이전에 백담사(https://baekdamsa.templestay.com )는 둘러보았기에 바로 등산로로 들어갔다. 어제 내린 비 때문에 등산로는 젖어있지만 미끄럽지는 않아서 속도를 내어서 갔다. 나무 위로는 햇빛이 비쳐서 낮에는 더울 듯 하다.

 


   1시간을 걸어서 영시암에 도착하였다. 걸어가면서 땀이 나서 여기서 쉬면서 안에 입고 있던 긴팔은 벗었다. 반팔만 입고 있으니 시원하고 좋다.


   영시암에서 출발하면 오세암으로 가는 등산로와 봉정암으로 가는 등산로가 나누어진다. 대부분은 봉정암 방향으로 가기에 오가는 등산객이 적다. 계곡을 따라서 완만하게 올라가는 등산로이다.

 


   오세암에서는 식사 시간에 오면 간단한 식사가 가능하고 이외에는 커피와 식수를 제공한다. 등산 중에 갈증이 날 경우를 대비해서 물 2.7L와 음료수를 1.4L를 준비하였다. 여기까지 온다고 갈증이 나서 물은 일부 마시고 다시 채웠다. 가방이 조금 무거웠지만 물 부족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듯 하다. 사실 설악산 등산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중간에 물을 구입하거나 받을 수 있는 곳은 제한되어 있어서 물 부족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계곡물을 마시는 건 권하고 싶지 않다. 눈으로 보아서는 깨끗해보일지는 모르지만 기생충이 살 수도 있고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과 같은 물질이 녹아있을 수도 있다.

 


   오세암에서 공룡능선 입구인 마등령삼거리까지는 경사가 급하다고 해서 걱정이 되었다. 역시 너덜로 된 오르막이 이어지지만 예상보다는 급하지 않다. 차근차근 가니 어느덧 공룡능선 입구인 마등령삼거리에 도착하였다. 백담사에서 출발해서 3시간이 소요되었다. 의자에 앉아서 잠시 쉬면서 공룡능선에 들어갈 준비를 하였다. 험하다는 공룡능선은 과연 얼마나 험하고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까? 설악산국립공원과 월간 산에서는 4시간 40분에서 5시간이 소요된다고 나와 있다. 마등령삼거리에서도 약간 들어가면 설악산의 능선과 날씨가 좋아서 동해와 속초 시내까지 보였다.

 


   나한봉까지 가는 길은 완만하게 조금씩 내려간다. 능선이라고 해서 나무가 없고 조망이 좋을 줄 알았는데 등산로는 대부분 능선 서쪽에 있다. 그러다 보니 강풍으로 바람 소리가 나지만 등산로에서는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는다. 그래도 약간이나마 바람이 불어서 마등령삼거리까지 올라올 때에 비해서는 덥지 않다. 또한 나무가 적어서 멀리까지 잘 보이는 곳들이 있다. 능선 서쪽으로 있다보니 서북능선과 정상인 대청봉 방향이 잘 보인다.

 


   등산로에는 500m마다 기둥이 있고 가끔씩 이정표만 있을뿐 여기가 어디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휴대폰 어플의 GPS를 통해서 현재 어디에 있는지를 판단하는 수 밖에 없었다. 공룡능선에 있는 나한봉, 1275봉, 신선대 같은 경우에는 가장 높은 곳은 바위를 타고 올라가야 하므로 조금 위험하다. 강풍이 불고 있어서 바람이 부는 바위 위에서는 바로 서 있기도 힘들었기에 이번에는 바위에 올라가는 건 포기하였다.


   나한봉까지는 그나마 쉬운 등산로여서 공룡능선이 이렇게 쉬운 길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서 급경사 내리막이 나온다. 거의 100m 가까이 내려가는데 곳곳에 경사가 급해서 바위에 고정된 쇠로 된 난간을 잡고 가야 한다. 더 급한 곳에는 발을 디딜 수 있도록 쇠로 된 발판까지 설치되어 있다. 이러다 보니 보통의 길과는 달리 다리를 높이 올려서 움직여야 하고 팔의 힘까지 동원해야 갈 수 있었다. 다른 등산로에서 볼 수 있는 나무나 쇠로 된 계단은 공룡능선에서는 전혀 없다.

 


   등산막대를 가지고 다니는 등산객들이 많았는데 공룡능선에서는 짐이었다. 나는 등산막대를 사용하지 않으니 관계는 없지만 출발할 때에 장갑을 챙기지 못한 게 좀 아쉬웠다. 지금은 낮에 춥지는 않지만 춥거나 더울 때에는 뜨겁거나 차가운 난간을 붙잡는 게 부담스러워진다.


   힘든 등산로이지만 공룡능선에는 커다랗고 다양한 모양을 한 바위가 곳곳에 있다.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바위 자체가 아찔하면서도 신기하다. 능선이어서 바위가 많은 다른 능선도 볼 수 있다. 아마도 대부분은 이름도 없고 사람이 올라갈 수 없는 곳들이다.

 


   공룡능선에서 마지막 봉우리는 신선대이다. 여기도 커다란 바위가 있지만 바위 밑에만 있어도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강풍이 불어서 올라가지 못하였다. 여기서는 대청봉까지의 능선이 보이고 능선 아래에 있는 희운각대피소를 볼 수 있다. 다른 곳에는 안내판이 없으나 여기서 보이는 봉우리에 대한 설명이 있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신선대부터는 급경사를 내려가는데 쇠로 된 봉을 잡고 가야한다. 이런 봉에서 내려갈 때에는 봉을 잡고 뒤로 내려가는 게 그나마 조금 낫다. 발을 잘못 지지해서 미끄러지면 크게 다칠 수 있으니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해서 가야 한다.


   등산로 양쪽에 줄이 있고 출입을 차단하는 시설물이 있기에 무언가 궁금했는데 공룡능선이 끝나는 무너미고개 분기점이다. 예상보다는 1시간 가까이 빠른 3시간 45분만에 도착하였다. 이제는 열심히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여기서부터는 지난 번에 등산을 갔을 때(관련 글 보기)에 이미 지나간 적이 있어서 어느 정도 익숙하다.

 


   여전히 돌로 된 계단으로 된 급경사 내리막이 이어진다. 그래도 이 길에는 가끔씩 쇠나 나무로 된 다리나 계단이 있다. 공룡능선에서는 전혀 보지 못하였기에 이런 문명의 이기가 너무나도 반가웠다.

 


   천불동계곡이 나타나면서 다양한 폭포가 있다. 지난 번과는 달리 등산객이 적어서 속도를 내면서 내려갔고 중간중간에 폭포의 사진을 담았다. 이곳에 다시 와도 사진으로 찍기에는 너무나 바위들이 크고 폭포도 규모가 크다. 폭포와 계곡이라서 바람이 불지 않아서 다시 더워져서 몸에서 땀이 많이 났다. 다행히도 아직 남은 물이 많으니 아낌없이 마실 수 있다. 그래도 지난 번과는 달리 비가 내리는 날씨가 아니라서 좋았다. 이미 공룡능선에서 두 다리는 털린 상태인데 가만히 서 있으면 떨리고 이상하였기에 그냥 빨리 움직였다.

 


   오후 5시가 넘어가면서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비선대부터는 숲 속으로 길이 있어서 빨리 어두워진다. 가는 도중에 하얀 토끼가 한 마리 있어서 살펴보았다. 실험동물로 사용하는 토끼처럼 커서 이런 야생에서 괜찮은지 모르겠다. 그래도 곰 같은 육식동물은 거의 없으니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신흥사(http://www.sinheungsa.kr )에는 연휴를 맞아서 관광객들이 많은데 외국인들의 비율이 높다. 역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이라는 게 느껴진다. 우리나라 주요 대도시에서 여기까지 오는 건 쉽지 않다.

 


   오후 6시 21분에 설악산소공원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였다. 이것으로 등산이 끝났다. 잠시 쉬려고 생각하였으나 속초시내버스가 바로 들어와서 승차하였다. 하산하면서 밤이 되는 걸 감안해서 손전등까지 준비하였지만 그전에 끝나서 필요하지 않게 되어서 다행이다.

 


   공룡능선에서 급경사가 많은데 손으로 봉을 잡고 팔의 힘으로 오르내리는 곳들이 있어서 등산 후에는 다리는 물론 팔까지 아팠다. 팔은 금방 회복되었으나 다리는 5일 넘게 알이 배기어서 계단을 오르내릴 때에는 통증이 있었다. 이 정도는 공룡능선 처음이니 감당할 만 하였다.

 


   공룡능선 등산을 위해서 올해만 설악산 등산을 4회 하였다. 공룡능선과 오세암~마등령삼거리만 이번에 처음으로 간 길이었다. 월간 산 2023년 9월호(http://san.chosun.com )에서 공룡능선 완벽가이드가 나와서 내용을 읽어보았다. 또한 네이버 지도(https://map.naver.com )에서는 설악산 등산로의 거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궁금한 지점이 있으면 직접 볼 수 있다.

* 방문일: 2023년 9월 28일
  작성일: 2023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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