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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다른 산들은 최근에 등산을 해 보았지만 살고있는 곳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설악산(https://www.knps.or.kr )은 도전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嶽’이 들어가는 험한 산이고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미루고 있었다.


   작년에 한라산 등산을 마치고 나서부터 설악산도 고려 대상에 들어갔다. 종주 위주로 등산을 하는 편인데 설악산은 다른 산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등산로가 길고 다양한 코스가 있다. 처음에는 기본적인 등산로를 가 본 후에 설악산에 익숙해지면 차차 코스를 늘려보기로 계획하였다.


   사실 설악산은 26년 전에 눈이 쌓여있는 한겨울에 정상인 대청봉까지 올라간 적이 있기는 하다. 당시에는 등산 용품이라는 건 전혀 없었고 아이젠 없이 운동화 신고 내복을 껴입고 갔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으로 보아서는 정말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 심야고속버스를 타고 새벽에 속초에 도착하여서 당일로 대청봉까지 등산을 하고 낙산에서 숙박한 후에 다음 날에는 강릉으로 내려가서 기차로 서울로 돌아갔다. 등산 다음 날에 영동 지방에 폭설이 내려서 당시로는 최상의 경로였다.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없었고 폭설만 조금 내리면 영동고속도로도 폐쇄되던 시절이었으니.


   나의 등산은 기본적으로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서 시작하고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나오는 경로는 다르게 한다. 이에 따라서 한계령휴게소에서 등산을 시작하고 오색으로 내려오고 만일 예상 시간보다 2시간 정도 일찍 정상인 대청봉에 도착한다면 설악산소공원 방면으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현재는 서울과 설악산 중간에 있는 군 지역에 살아서 설악산으로 오가는 교통편은 제약이 있다. 대중교통으로만 오가기는 한계가 있다. 한계령휴게소는 원래 주차가 안되는 장소이고 끝나고 자가용을 찾으러 오기도 쉽지 않다. 여러 장소를 물색하다가 미시령과 한계령이 나누어지는 원통에 주차하여 놓고 가기로 하였다. 오색으로 내려가면 시외버스를 타서 원통으로 바로 갈 수 있고 설악산소공원으로 내려가면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면 원통에 갈 수 있다.


   오전 5시 30분에 집에서 나와서 원통으로 가는 국도를 달렸다. 설악산 가는 사람들로 도로에 차량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도로는 매우 한산했다. 이제는 대부분이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듯 하다. 원통에 주차하여 놓고 식당으로 가서 김밥 2줄은 먹고 2줄은 포장을 하여서 가방에 넣었다.


   한계령휴게소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원통버스터미널에서 기다렸다. 코로나19 이전에만 해도 시외버스가 많이 운행하였으나 이제는 하루에 6왕복으로 줄어들었다. 대신에 인제군 하늘내린 마을버스가 신설되었다. 오색까지 가지 않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곳은 양양군이므로 어쩔 수 없다.

 


   인제군 하늘내린 마을버스는 정해진 시각에 터미널에 들어와서 승차하였다. 도로는 한산하고 버스는 나 포함 승객이 2명뿐이었는데 장수대에서 6명이 더 탔다. 모든 승객들이 한계령휴게소에서 하차하였다. 원통버스터미널에서 한계령휴게소까지는 30분이 소요되었다.

 


   한계령휴게소 앞에는 차량이 들어갈 수 없게 차단하여 놓아서 주차한 차량이 없었지만 이외에는 도로 옆으로 주차한 차량들이 줄을 서 있었고 심지어 버스도 있었다. 오전 3시부터 탐방로에 들어갈 수 있으니 주차하여 놓고 간 모양이다. 무단 주차시에 견인에 벌금까지 있다는 현수막이 있기는 하다.

 


   한계령휴게소가 해발 920m에 있기는 하지만 정상인 대청봉까지 가려면 800m 가까이 올라가야 한다. 등산로로 들어가니 역시 바위 너덜의 급경사 오르막이 이어진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오르막만 있지는 않고 조금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가는데 생각보다는 경사가 급하지 않았다. 오르막만 있는 게 아니어서 중간에 숨을 고를 수 있었다.

 


   한계령삼거리부터는 서북능선이다. 귀때기청봉에서 등산객들도 합류해서 더 많아졌다. 중청대피소까지 5.1km에 3시간 10분 걸린다고 되어 있어서 좀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출발하였다. 하지만 그걸 이해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위 위를 걷는 등산로가 있다. 당연 바위는 사람이 걷기 좋게 되어 있는게 아니어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해서 가야 했다. 흙길도 있기는 하지만 바위 위로 걸어가는 등산로가 훨씬 많고 끝청을 앞두고는 급한 오르막이 이어졌다. 그래도 능선이어서 가끔씩은 설악산의 바위로 된 봉우리들이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끝청에서는 대청봉 모습이 보였다. 중청대피소에서 대청봉으로 올라가는 사람들과 대청봉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보였다. 일기예보에서 오전 11시부터 약간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다행히도 조금밖에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중청대피소에서 대청봉으로 가는 길에는 바람이 불고 안개가 지나가면서 동해가 잘 보이지 않았다. 역시 대청봉에는 정상석 사진을 찍기 위한 줄이 있었다. 저걸 기다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에 약간 비껴간 위치에서 간단히 찍고 내려왔다.

 


   대청봉 도착은 예정보다 1시간 빨랐다. 설악산소공원으로 하산하는 경우에는 오후 6시까지는 도착해야 안전하게 대중교통으로 원통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계획을 짜는데 사용한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의 지도에는 등산과 하산의 소요시간이 동일하게 표시되어 있는데 실제 그럴 수 없기에 하산할 때에는 충분히 시간 단축이 가능하다고 보고 설악산소공원으로 향하였다.


   대청봉과 중청대피소는 많은 사람으로 혼잡하였는데 소청봉을 거쳐서 희운각대피소까지는 등산객이 드물었다. 짧은 거리에 급하게 내려가는데 다듬어지지 않은 돌계단이 대부분이라서 조심해서 가야 했다. 멀리 바위로 된 설악산의 능선들이 보이는데 대부분은 사람들이 올라갈 수 없는 장소 같다. 그래도 내려가다보니 올라가는 것보다는 훨씬 쉬우니 여기서 1시간 가까이 시간 단축을 할 수 있었다.

 


   희운각대피소에서 조금 더 가면 공룡능선과 분기되는 지점인 무너미고개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들다는 등산로이다. 공룡능선 탐방을 끝낸 사람들이 쉬고 있었다. 오후 2시가 넘어서 들어갈 수도 없고 공룡능선을 갈 힘도 없는 상태이다. 무너미고개에서 공룡능선으로 진입하려면 늦어도 오후 1시에 통과해야 한다.

 


   공룡능선에서 나온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등산로는 사람들이 많아서 앞의 사람을 따라서 가야 했다. 게다가 일기예보와는 달리 비가 많이 내린다. 다른 등산객들을 우비를 준비하였지만 나는 우산만 있었다. 비를 조금 맞으면서 가다가 우산을 펼치고 하산하였다. 급경사의 내리막이고 계곡이라서 바위가 많다. 계곡이라서 바람은 불지 않아서 우산을 쓰기에는 좋았으나 땀이 잘 마르지 않아서 습하고 더웠다.

 


   비가 내려서 사진기나 휴대폰을 꺼내기도 귀찮아져서 경치 구경보다는 내려가기에 바빴다. 그렇지만 사실 여기가 설악산의 최고 절경이 아닌가 싶다. 타이완의 타이루거[太魯閣]보다는 높이가 낮지만 바위로 된 바위산들이 주변에 널려있고 바위 사이의 엄청난 협곡 아래로 물이 흘러내렸다. 물은 깨끗하고 맑고 폭포로 떨어진 곳에는 둥글게 고여 있다. 비가 내리지만 계곡으로 내려가서 발을 담그고 쉬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몸에서는 계속 걸어가서 열이 많이 나고 다리는 아파서 그냥 뛰어들고 싶었다. 뒤에 걸어가는 사람들이 비선대부터는 길이 좋다고 하니 조금만 참자하면서 계속 걸어갔다. 그래도 여기는 위쪽과는 달리 철제계단과 다리가 많아서 훨씬 나은 편이기는 하다.

 


   비선대에서는 금강굴 방면에서 오는 등산로와 합류한다. 잠시 쉬고 있는데 다른 등산객이 남은 물이 있냐고 해서 한 컵씩 나누어주었다. 얼마나 갈증이 났는지 내가 입을 이미 댄 물이라고 했는데도 괜찮다고 하였다. 생수를 1.5L, 그리고 카페라떼를 1L 준비하였지만 혹시나 부족할까 염려되어서 아껴서 마셨다.

 


   비선대의 커다란 바위에는 한자로 무언가 적어놓았다. 과거에는 여기도 엄청난 오지였기에 이렇게 흔적을 남긴 모양이다. 뒤의 등산객의 이야기처럼 바위 하나 없는 흙길이 나오고 이어서 아스발트길이 되었다. 게다가 경사도 적다. 나에게는 최적의 길이다 보니 지금까지 등산으로 힘들지 않았다는 듯 속도가 올라갔다.

 


   비가 계속 내리면서 설악산의 능선은 구름에 일부 가려져 있다. 날씨가 좋으면 굳이 등산을 하지 않아도 장관일 듯 하다. 신흥사의 커다란 불상은 비가 와서 기도하는 사람이 아예 없다.

 


   예정보다 3시간 빠르게 설악산소공원에 도착하였다. 원통으로 가는 마지노선보다도 1시간 정도 빨리 도착하였다. 버스정류장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다리가 아프지만 시내버스에서는 설악산 입구까지 서서 가는 수 밖에 없었다.

 


   조금 일찍 도착한 덕분에 속초 시내에 있는 버거킹에서 식사하였다. 대도시에 사시는 분들은 상상할 수 없겠지만 영동 지방의 버거킹 점포는 2개뿐이다. 그러나 9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등산을 해서 그런지 배는 고팠지만, 햄버거가 입 안으로 잘 들어가지 않았다. 버거킹에 간 건 시간이 조금 남기도 하였지만 속초시 시내버스는 90분 이내에 갈아타면 무료 환승이 된다. 다만 인근 지자체를 오가는 속초시내버스 1번 계열과 9번 계열은 해당이 없다.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무사히 원통으로 돌아왔다. 원통도 역시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자가용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당일치기이지만 이렇게 무사히 설악산 등산을 마쳤다.

 

 


   설악산 등산을 하는 동안에는 하산 시에 비가 내리고 끝없이 길이 이어져서 힘들었다. 그래도 집에 돌아와서 쉬면서 회복을 하게 되니 다음 도전을 고민하게 되었다. 정상은 갔으니 다음에는 다른 곳들을 가 보아도 되니깐. 게다가 이렇게 날씨가 좋지 않아서 제대로 보지 못하였다면 다음에 날씨가 좋을 때 제대로 보기 위해서 또 가게 된다.  시간 여유가 없고 비가 내리는 좋지 않은 날씨로 열심히 하산하기에 바빴던 천불동계곡이 가장 아쉽다.

 

   등산 과정의 일정표와 경로, 그리고 통계는 아래와 같다.

 

 

 

* 답사일: 2023년 5월 27일
  작성일: 2023년 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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